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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朝鮮칼럼 The Column] 의적은 없다

鶴山 徐 仁 2021. 10. 4. 12:14

[朝鮮칼럼 The Column] 의적은 없다

 

노정태 경제사회연구원 전문위원·철학


입력 2021.10.04 03:20

 

시대와 장소를 불문하고 대중이 선호하는 이야기의 소재가 있다. 의적(義賊), 정의로운 도둑 이야기도 그중 하나다. 조선의 홍길동, 유럽의 윌리엄 텔, 영국의 로빈 후드, 양산박에 모인 108명의 호걸 등 다양한 의적들은 탐관오리나 악당들이 긁어모은 부정한 재산을 훔쳐내어 가난한 이들에게 나눠 준다.

 

나쁜 권력과 맞서는 착한 도둑의 이야기는 현대에도 꾸준히 생산·소비되고 있다. 이제는 고전의 반열에 올랐다고 할 수 있는 모리스 르블랑의 ‘아르센 뤼팽’ 시리즈가 대표적이다. 뤼팽은 도둑이지만 올바른 사람이다. 남을 해치거나 죽이지 않는다. 정정당당하게 예고장을 보내고 경찰들이 지키는 가운데 유유히 원하는 것을 가져온다. 물론 그가 훔치는 건 어디까지나 부자들이 쌓아두고 있는 떳떳지 못한 돈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스스로를 의적의 타깃이라고 여기지 않는다. ‘내 재산은 불로소득이니 의적의 손을 통해 가난한 이들에게 분배되어야 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실천에 옮기는 이는 없거나 극소수에 지나지 않는다. 설령 진짜 탐관오리라 해도 ‘나는 탐관오리이므로 의적에게 재산을 빼앗겨도 싸다’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의적 이야기는 인기 있는 소재가 될 수 있다.

 

이재명 경기지사만 그랬던 것은 아니다. 더불어민주당 및 여당에 가까운 진보 정당 정치인들뿐 아니라, 때로는 보수 정치인들 역시 종종 의적 행세를 하곤 했다. 하지만 이 지사는 유별난 데가 있었다. “억강부약(抑强扶弱) 정치로 모두 함께 잘사는 대동 세상을 향해 가겠다.” 지난 7월 1일 대선 출마를 선언하며 내놓은 말이다. 부자의 것을 빼앗아 가난한 이들에게 나눠주는 의적질, 그것이 자신의 정치적 소명이라는 소리다.

 

과연 그랬을까. 성남시 대장동 개발 사업이 진행된 방향을 놓고 보면, 그렇지 않았다. 여러 추측과 의혹이 복잡하게 얽혀 있지만 명백한 사실관계만 이야기해보자. 대장동 개발은 공영 개발로 시작됐다. 민영 개발에 비해 헐값에 땅을 매입했다. 이재명 지사 스스로가 성남시장이던 시절 소셜미디어에 자랑했던 것처럼 일부는 강제 수용했다. 그런데 중간에 민영 개발로 성격을 바꾸었다. 공영 개발보다 훨씬 높은 가격에 아파트와 상가 등을 분양했고, 수천억 단위의 이익이 발생했다. 그 이익 중 큰 몫이 화천대유라는 회사를 통해 몇몇 특정인에게 배당되었다.

 

이재명 지사가 ‘설계’했다는 이 구조 속에서 돈을 빼앗긴 건 누굴까. 대장동에 토지를 가지고 있던 사람들, 그리고 개발 후 분양을 받은 사람들이다. 처음부터 민영 개발로 진행됐다면 원 토지 주인들은 그 값에 땅을 내놓지 않았을 것이다. 공영 개발 형식이 끝까지 유지됐다면 대장지구는 분양가 상한제 적용 대상이 되었을 테니 수분양자들은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분양받을 수 있었다. 관가의 힘을 빌려 남의 땅을 싸게 가져온 후 민간의 탈을 쓰고 비싸게 팔아치운 사건이다.

 

결국 그 피해는 수도권에 내 집 한 채 마련하기 위해 대장지구에서 분양받은 총 5903가구에 돌아갔다. 평범한 시민들에게 억 단위로 바가지를 씌운 셈이다. 분양가상한제를 우회하여 올라간 집값을 단순히 1억원이라고 하더라도, 연이율 3%로 놓고 볼 때 이자만 매달 25만원을 더 내야 한다. 비싸게 집을 산 5903가구의 갑남을녀들이 무거운 대출 갚고 빠듯하게 사는 대가로 누군가는 단번에 스타벅스 들어간 상가 건물주가 됐다. ‘강자’인 시민들에게 폭리를 취해 ‘약자’인 천화동인 투자자들이 독식하는 ‘억강부약 대동 세상’이 열린 것이다.

 

이재명 지사는 “국민의힘 뜻대로 민영 개발 했다면 이런 소란도 없었을 것”이라며, 지난 1일 페이스북을 통해 “시민 몫을 포기할 수 없어, 마귀의 기술과 돈을 빌리고 마귀와 몫을 나눠야 하는 민관 공동 개발을 했다”고 입장을 밝혔다. 개발 사업에 당연히 따라오는 기부 채납 등을 여전히 ‘환수’라고 주장하고 있다. 자신과 함께 일했던 이들을 ‘마귀’라 부르면서까지 ‘의적 판타지’를 놓지 않는 모습이다.

 

문재인 정권은 ‘검수완박’을 외치며 검찰의 칼을 부러뜨려 놓았다. 과연 이 사건의 수사가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을까. 국민들 스스로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겠다. ‘의적 판타지’는 판타지일 뿐. 도둑은 가난하고 평범한 자의 주머니를 노린다. 사유재산과 법치주의를 존중하는 상식적인 나라에서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