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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직 전환한 ‘神의 직장’ 공기업, 이젠 神도 들어가기 힘들다

鶴山 徐 仁 2021. 9. 9. 12:53

정규직 전환한 ‘神의 직장’ 공기업, 이젠 神도 들어가기 힘들다

 

한전 35% 인국공 45% 채용 줄여

 

신은진 기자


입력 2021.09.09 03:00

 

 

 

지난 7월 1일 경기도 안양시청에서 열린 '청년층 고용을 위한 일자리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취업정보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이날 오뚜기, 네비웍스, 한스제과 등 23개 구인기업이 참여해 소프트웨어 개발, 설계, 제조, 서비스 등 분야에서 100명을 채용할 계획이다./뉴시스

 

 

현재 신입 직원 채용 절차가 진행 중인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총 65명의 신입 직원을 뽑을 계획이다. 지난해까지 최근 3년간 연평균 118명을 뽑았는데, 올해는 그 절반만 채용하기로 했다. 코로나 사태로 공항 이용객이 급감한 영향도 있지만, 최근 4년 사이에 8000명에 가까운 비정규직이 정규직으로 전환한 부담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대졸 신입 연봉이 4635만원에 달해,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서는 ‘신(神)도 들어가고 싶어 하는 직장’으로 불린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직후 방문해 “임기 내에 공공 부문 ‘비정규직 제로(zero)’ 시대를 열겠다”고 발언해, 공기업의 정규직화 바람에 도화선이 됐다. 취업 커뮤니티에선 “이제 정말 신만 들어갈 수 있다” “정규직 전환에 성공한 비정규직이 진정한 승자”라는 내용의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신의 직장’ 좁은 문, 점점 더 좁아진다

 

8일 한국경제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올 들어 공기업들은 신규 채용 규모를 대폭 줄이고 있다. 정규직 전환 실적이 높은 10개 공기업은 올해 신규 채용 규모를 최근 3년간 연평균 신규 채용 규모보다 46%가량 줄였다. 이 공기업들은 최근 4년간 5만명에 가까운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바꾸는 데 앞장섰다. 이렇게 정규직 인력 규모가 누적되면서, 올해 신입 채용이 급감하게 된 것이다.

 

한국철도공사는 올해 총 1470명을 신규 채용할 계획이다. 그동안 매년 3000명 가까운 신입 직원을 뽑았는데, 올해는 절반으로 줄였다. 이 회사 역시 최근 6000명 이상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작업을 끝마쳤다. 금융권 공기업인 중소기업은행도 올해 채용 규모(200명)를 예년(330명)보다 크게 줄였다. 한국도로공사, 수력원자력 등도 30% 이상씩 신규 채용이 감소했다. 아직 채용 계획을 발표하지 않은 마사회를 제외하면 모두 신규 채용 규모를 큰 폭으로 줄인 것이다. 여기에는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 발표 이후 신규 채용 계획을 무기한 연기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빠져있다. 2997명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한 LH까지 포함하면 주요 공기업의 신규 채용 감소 폭은 더 커질 전망이다.

 

이 공기업들은 신입 연봉 3000만~4000만원, 안정적인 근무 환경 등으로 청년층에서는 최고 인기 직장이다. 김용춘 한경연 고용정책팀장은 “급격하게 추진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결국 청년들에게는 좋은 일자리를 줄이는 부메랑으로 돌아오는 ‘일자리 정책의 역설’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4년 사이 9만3000개 줄어든 청년 일자리

 

전체적으로 봐도 청년들의 취업문은 날이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최근 9년간 청년층(15~29세)의 취업자 수를 분석해보면, 2017년 상반기까지는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다 2018년부터 감소하거나 정체하는 수준으로 나타났다. 특히 일자리 정부를 내세우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청년 취업자 수는 4년 사이에 9만3000명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과도한 노동 규제로 기존 취업자는 지나치게 보호되고 있는 반면, 투자와 신규 고용이 위축돼 청년층의 노동시장 진입을 더욱 어렵게 한다고 분석했다. 캐나다 프레이저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노동시장 규제 관련 경제 자유도는 162국 중 최하위권(145위)으로 파키스탄(137위)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기업들 입장에서는 일단 한번 사람을 뽑으면 일을 잘하든 못하든 무조건 정년까지 보장해야 하기 때문에 신규 채용을 꺼릴 수밖에 없다”며 “기업이 일자리를 인적 투자로 여겨야 하는데 반대로 기업 리스크로 받아들이는 게 우리 경제의 현주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