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에서] 탈원전하며 SMR 수출한다니
입력 2021.06.12 03:00
경북도는 신한울원전 1·2호기의 조속한 운영 허가를 건의하는 공문을 원자력안전위원회에 발송했다고 5일 밝혔다. 신한울 1·2호기는 공정률 99%로 사실상 완공 상태이나 운영 허가가 3년 가까이 연기되고 있다. 신한울 1·2호기 전경. 2021.4.5경북도 제공.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과학기술정통부와 함께 가을쯤 3세대 개량형 소형 모듈 원전(iSMR) 연구·개발에 대한 예비타당성조사를 신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를 두고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에 변화가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그렇지 않다. 문 장관은 소형 모듈 원전(SMR)에는 기존의 경수로형을 축소한 3세대형과 소듐고속냉각로 등 차세대 원전이 있는데, 혁신형 3세대 원전은 사용후핵연료 문제나 안전성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안전성 수준에 머물러 있는 SMR을 국내에 추가하는 것은 국내 원전 밀도가 높고 국민 수용성 부분 등에서 볼 때 쉽지 않다”고 했다. 산업부 고위 관계자는 “국내에 iSMR을 건설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SMR은 탄소 중립을 위한 핵심 기술로 꼽힌다. 원자로·증기발생기·가압기 등 주요 기기가 한 용기에 들어가는 일체형인 데다 안전성이 대폭 향상됐고, 핵폐기물도 대폭 감축한 원전이다. 정부는 그러나 SMR 역시 안전성과 주민 수용성에 문제가 있는 만큼 국내엔 짓지 않되, 해외에는 수출하겠다는 계획이다. 해외 수출이 국내 원전 산업을 유지하기 위한 해법이란 것이다. 전문가들은 “안전성을 확보하지 못해 국내엔 안 짓겠다면서 해외에는 우리 제품을 사라고 하면 누가 사겠느냐”고 지적한다.
SMR을 포함한 원전은 안전성과 경제성이 핵심이다. 한국이 독자 개발한 APR1400 원자로가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것은 국내와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건설로 안전성과 경제성을 입증했기 때문이다. SMR처럼 안전성과 경제성이 핵심인 제품을 국내에서 건설도, 운영도 해보지 않은 채 수출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게다가 문제는 기술 개발과 수출, 실제 제작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점이다. 정부는 2028년까지 iSMR 인허가를 받고, 2030년부터 원전 수출 시장에 뛰어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원전 산업 생태계는 빠른 속도로 붕괴 중이다. 원전 기업의 줄도산이 이어지고, 핵심 인력의 해외 유출도 심각하다. 대학 원자력 전공 학생 수도 줄고 있다. 10년 뒤까지 버텨낼 기업이나 인력이 있을지 의문이다. 전문가들은 SMR 수출을 위해서라도 중단된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재개해 원전 업계의 숨통을 틔워줘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문 장관은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나 노후 원전 수명 연장은 없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세계 일류 원전 기술이 사장되든 말든, 치열한 국제 경쟁에서 뒤처지든 말든, 그로 인해 국가 경제가 망가지든 말든, 이 정부의 탈원전 정책은 변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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