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가해한 측이 으르렁대고 피해자는 숨죽이는 박원순 성추행
조선일보
입력 2021.03.18 03:26 | 수정 2021.03.18 03:26
17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의 한 호텔에서 열린 '서울시장 위력 성폭력 사건 피해자와 함께 말하기' 기자회견에 고 박원순 성폭력 사건 피해자의 자리가 마련돼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 피해자가 직접 참석해 사건과 관련해 발언할 예정이지만 언론 노출은 동의하지 않았다. /사진공동취재단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저지른 성추행 범죄의 피해자가 17일 기자회견에서 “박 전 시장의 위력은 여전히 강하다”고 했다. 박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뒤에도 그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세력이 지금도 사실을 왜곡하며 피해자를 비난하는 ‘2차 가해’를 무자비하게 저지르고 있다는 것이다. 피해자는 “가해자와 피해자의 자리가 바뀌었다”며 “화살을 저에게 돌리는 행동은 이제 멈춰달라”고 했다. 그러나 친문 네티즌들은 피해자에게 ‘박원순 사망 가해자’ ‘창녀’ ‘더러운 X’이라고 했다. ‘박 전 시장을 지지하는 결집 도화선이 될 것’이라고도 했다.
박씨는 피해자를 무려 4년간 성추행했다. 침실로 불러 신체를 접촉하고 속옷 차림 사진, 음란한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사실이 아니라면 박씨는 자살하지 않았을 것이다. 피해자는 성추행 고소장을 정식으로 내기도 전에 2차 가해를 당했다. 피소 사실이 박씨에게 사전 누출된 것이다. 박씨가 자살하자 경찰과 검찰은 5개월 넘도록 수사를 뭉갠 끝에 성추행, 성추행 방조와 피소 사실 누출에 모두 면죄부를 줬다. 박씨의 측근인 ‘서울시청 6층 사람들’의 성추행 방조도 무혐의로 나왔다. 성추행 피소 사실을 사전 누출한 혐의가 짙은 여성 단체 출신 민주당 의원, 대통령 수족인 서울중앙지검장 등도 모두 무혐의가 됐다. 검찰과 경찰이 성추행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한 것이다.
가해자는 모두 사라지고 피해자만 남으면서 2차 가해는 도를 넘고 있다. ‘서울시청 6층 사람’은 “4년에 걸친 (박 전 시장의) 성폭력이라는 주장은 진실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친문 시민 단체는 피해자를 살인죄로 고발하겠다고 했다. 피해자가 박 전 시장을 죽게 만들려고 일부러 고소한 살인자라는 식의 황당한 주장이었다. 피해자와 가족이 “2차 가해를 제발 멈춰달라”고 절규했지만 아무 소용 없었다.
청와대와 여당도 2차 가해에 가담했다. 대통령은 자신이 당대표 때 만든 당헌을 민주당이 깨고, 소속 단체장의 성범죄로 치러지는 서울시장·부산시장 보궐선거에 후보를 내도록 했다. 만약 민주당이 서울시장 선거에서 승리한다면 그 이상으로 피해자를 짓밟는 것이 없을 것이다. 박씨가 자살하자 민주당은 ‘임의 뜻 기억하겠습니다’라는 플래카드를 서울 전역에 걸었다. 민주당 여성 의원들은 피해자를 ‘피해 호소인’이라는 해괴한 용어로 불렀다. 여기에 앞장선 의원 세 명은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의 공동 선대본부장과 대변인을 맡고 있다. 피해자는 “‘피해 호소인'이라는 말로 왜곡하고 ‘그분의 뜻을 기억하겠다'는 말로 저를 압도했다”고 했다. 가해자 측이 으르렁대고 피해자는 숨죽이고 살아야 하는 것이 박원순 성추행뿐인가. 잘못한 사람들이 오히려 고개를 들고 화를 내는 이런 적반하장은 4년 내내 반복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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