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민 분노엔 침묵, 자신 의혹엔 ‘좀스럽다’는 대통령
조선일보
입력 2021.03.15 03:26 | 수정 2021.03.15 03:26
문재인 대통령은 12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대통령 사저 논란'과 관련한 메시지를 남겼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경남 양산 사저(私邸) 부지를 둘러싼 야당의 문제 제기에 대해 “선거 시기라 이해하지만 그 정도 하시라. 좀스럽고 민망한 일”이라고 했다. “사저는 대통령은 살기만 할 뿐 처분할 수 없는 땅” “모든 절차는 법대로 진행하고 있다”고도 했다. 아무것도 아닌 일을 야당이 4월 보궐선거를 앞두고 정치 공세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통령 본인이 소셜미디어에 직접 글을 썼다고 한다.
문 대통령은 작년 4월 경남 양산에 농지가 포함된 땅 3774㎡(약 1144평)를 퇴임 후 사저용으로 구입했다. 농지는 농사짓는 사람만 살 수 있기 때문에 문 대통령은 ‘영농 경력 11년’이라는 농업 경영 계획서를 내고 샀다. 청와대는 대통령이 기존 양산 사저에서 텃밭을 가꿔왔기 때문에 틀린 말이 아니라고 했다. 그런데 불과 9개월 뒤 양산시가 농지를 대지로 형질을 변경하는 것을 허가했다. 처음부터 농사지을 목적이 아니었던 것이다. 청와대는 형질 변경 후에도 야당 의원이 묻자 “준비 중”이라고 거짓말을 했다. 무엇을 숨기려 한 것인가.
청와대는 불법·편법은 없었다고 했다. 하지만 일반인이었다면 농사를 짓는다며 땅을 사 집을 짓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이다. 대통령이었기에 특혜 받았을 것이라는 문제 제기는 당연하고, 불법·편법이 없는지도 살펴야 한다. 문 대통령은 과거 이명박 전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부지 논란에 대해 “탐욕” “충분히 많이 가진 사람들이 또 욕심을 부리는 것”이라고 했다. 이명박 사저는 ‘욕심'이고 자신의 사저는 ‘살기만 하는 곳'인가.
LH 사태로 촉발된 투기 의혹이 공무원, 국회의원 등으로 전방위 확산하고 있는데 정부는 제대로 규명조차 못 하고 있다. ”부동산 투기로 돈을 벌 수 없게 하겠다”던 문 정부이기에 국민 실망감과 분노는 더 크다. LH 임직원의 극단적 선택도 이어졌다. 이 모든 사태에 대해 대통령이 진솔하게 사과부터 하고 민심을 헤아리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그런데 ‘좀스러우니 그만하라’며 자신의 부동산 의혹에 대한 변호부터 한다. 국민의 분노가 안중에 있기는 한 건가.
문 대통령은 보궐선거를 한 달여 앞두고 부산을 찾아 “가덕도를 보니 가슴이 뛴다”고 했다. 4차 재난지원금도 지급되지 않았는데 “국민 사기 진작용”이라며 5차 지원금 지급 얘기도 꺼냈다. 민주당 소속 시장들의 성추행 범죄로 생긴 4월 선거에서 이기겠다는 의지를 감추려 하지도 않는다. 문 대통령은 이런 일이 생기면 후보를 내지 않겠다는 민주당 당헌을 만든 사람이다. 그래 놓고 막상 성범죄가 벌어지자 막장 법까지 만들고 세금 수십조원을 뿌려가며 사실상의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을 규정한 법을 무시하고 있다.
그런 대통령이 야당이 선거 공세를 한다고 몰아붙인다. 누구보다 선거에 올인해온 대통령이 “선거 시기라 이해는 하지만”이라며 남 얘기하듯 한다. 지켜보는 국민이 더 민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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