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통령에 신발 던진 사람이 당하는 집요하고 과도한 보복
조선일보
입력 2021.03.12 03:24 | 수정 2021.03.12 03:24
제21대 국회 개원식이 끝나고 나오는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정모씨가 던진 신발이 본청 앞 계단에 놓여 있다. /이덕훈 기자
작년 국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신발을 던지며 항의했던 북한 인권 단체 대표 정모씨에 대해 최근 법원이 다른 모욕죄 혐의로 추가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지금까지 6개월간 구속돼 있었는데 구속 기간이 6개월 더 연장된 것이다. 정씨는 1년이나 감옥에 있게 된 것이다.
정씨는 세 가지 혐의로 재판받고 있다. 작년 1월 세월호 기념관 앞에서 스피커로 유족들을 모욕했다는 혐의, 작년 7월 국회에서 문 대통령에게 신발을 던진 혐의, 작년 8월 광화문 광복절 집회 때 경찰을 폭행한 혐의다. 정씨는 신발 투척 혐의로 청구된 구속영장은 기각됐지만 한 달 뒤 경찰 폭행 혐의로 구속돼 지금까지 구속 재판을 받아왔다. 그런데 서울중앙지법 신혁재 부장판사가 정씨 구속 기간 만료를 하루 앞두고 세월호 유족 모욕 혐의를 다시 꺼내 추가 구속영장을 발부한 것이다. 작년 한 해 명예훼손죄와 모욕죄 등 명예 범죄로 구속된 경우는 0.09%뿐이었다. 이번 경우엔 심지어 검사가 영장 청구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판사가 직권으로 구속했다. 이 역시 매우 드문 일이다. 극히 드물고 희귀한 일이 연이어 겹쳐지는 것은 우연이 아니라는 뜻이다.
신 판사는 정씨에 대해 “도망할 염려가 있다”며 구속했다. 정씨는 한 번도 경찰 등의 출석 요구에 불응한 적이 없었다고 한다. 가출 청소년 등을 돌보는 비영리 단체와 북한 인권 단체 대표를 맡고 있는 정씨는 아내와 함께 살고 있는 서울 집과 아들이 사는 경기도 집을 오가며 생활했다고 한다. 대통령을 향한 신발 투척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됐을 때 영장전담 판사는 “도망할 염려가 없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그런데 신 판사는 도망할 염려가 있다며 구속했다. 단순한 판단이 어떻게 이렇게 상반될 수 있나.
경찰은 신발 투척으로 신청한 영장이 기각되자 기어코 한 달 뒤에 경찰 폭행 혐의를 적용해 정씨를 구속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판사가 극히 이례적으로 정씨 구속을 연장시켰다. 상식적으로 이 정도 문제로 사람을 1년이나 감옥에 가둘 일인가. 경찰 폭행이라지만 다친 사람도 없었다. 경찰은 민노총으로부터 훨씬 심한 폭행을 당해도 대부분 눈감았다. 던진 신발은 대통령에게는 미치지도 못했다. 이 사람이 대통령 아닌 다른 사람에게 신발을 던졌으면 감옥에 가는 일 자체가 없었을 것이다. 한국은 이런 나라가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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