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政治.社會 關係

[朝鮮칼럼 The Column] 나라 맡기면 안 되는 사람들을 알게 됐다

鶴山 徐 仁 2020. 12. 21. 18:57

[朝鮮칼럼 The Column] 나라 맡기면 안 되는 사람들을 알게 됐다

 

K방역·부동산 정책 대실패… 대북정책·검찰개혁 명분 잃어
취업자 줄고 청년 실업 늘고 여당은 제 마음대로 법안 처리
지난 3년半 깨달은 사실… 권력 집중은 안 된다는 진리

 

강원택 서울대 교수


입력 2020.12.21 03:20

 

 

한 해를 마무리해야 할 시간이 다시 찾아왔다. 하지만 예년같이 연말에 느낄 수 있는 송구(送舊)의 흥청거림이나 영신(迎新)의 설렘은 크지 않은 것 같다. 코로나 사태의 재부상으로 확진자가 매일 1000명 이상 나오는 불안한 상황이고 사회적 거리 두기로 모임 자체가 어려워진 탓도 있겠지만, 굳이 코로나가 아니더라도 올 한 해 사람들은 별로 행복하지 않았다.

한 해를 되돌아보면 허전하고 씁쓸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우리 사회는 금년 한 해 무엇을 했을까. 1년 내내 세상은 두 쪽으로 쪼개졌고 갈등과 대립은 일상적인 것이 되었다. 대통령과 집권당은 오만과 독선의 정치를 펼쳤고, 야당은 무기력하고 무능했다. 어디서도 희망과 기쁨을 찾을 수 없는 상황. 연말이 연말 같지 않은 건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그럼에도 연말이 특별한 이유는 내년엔 좀 달라질 수 있을까 하는 미래에 대한 기대감 때문일 것이다.

 

내년은 정치적으로 금년과는 전혀 다른 환경에 놓일 것 같다. 우선 4월 초에 서울시장⋅부산시장 보궐선거가 예정되어 있다. 정치적으로 매우 중요한 행사이니 여야 모두 연초부터 총력전을 펼칠 것이다. 그 선거가 끝이 나면 곧바로 2022년 3월 초로 예정된 대선을 향해 각 정당의 당내 경선, 그리고 본선 경쟁이 이뤄질 것이다. 말하자면, 내년 1월 1일부터는 세상 사람들의 관심은 ‘차기’를 향하게 될 것이다. 그런 만큼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관심과 기대는 줄어들 것이고, 현 정부가 거대한 프로젝트를 새로이 추진하거나 매우 논쟁적인 사안을 밀어붙이기도 힘들 것이다. 남들과 다르다고 할지 모르지만, 문 대통령 역시 역대 대통령들이 경험해 온 임기 후반의 지지율 하락과 레임덕 상황을 피하기 어렵다. 내년의 이러한 정치적 변화 가능성을 생각하면서 그동안의 문재인 정부를 되돌아봤다. 민주화 이후 가장 강력한 권력을 장악한 문재인 정부는 지난 3년 반 동안 그 막강한 힘으로 무엇을 이뤄냈을까.

 

후일 문재인 정부 시기를 되돌아보면 아마도 제일 먼저 떠올릴 수 있는 건 적폐 청산일 것 같다. 요란한 적폐 청산의 구호 속에 전직 대통령 두 명을 포함한 수많은 사람이 재판을 받고 감옥에 갔지만 세상은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문재인 정부 시기에 새로이 형성된 폐해가 켜켜이 쌓여 왔고, 적폐 청산이 결국은 정치 보복이었다는 논란 속에 집권 세력의 부담은 시간이 갈수록 커질 것이다.

 

일자리 대통령이 되겠다고 했지만, 취업자 수는 오히려 줄어들었고 특히 청년 실업률은 더 높아졌다. 24번의 대책을 내세운 부동산 정책은 사실상 실패했고 내 집 마련의 꿈은 더욱 어려워졌다. K방역을 자랑했던 코로나 대책도 이제는 업적으로 내세우기 어렵게 되었다.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대북 정책은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고 최근에는 북한을 위해 우리의 자유가 일부 제한받아야 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촛불 집회 당시 공감대가 있었던 검찰 개혁도 실기(失機)했고 이제는 명분도 잃었다. 힘 있던 임기 초반에는 기존 검찰 조직을 활용하여 이전 정부 인사들을 잡아들이게 하더니 이제 칼끝이 자신들을 향해 오자 검찰 개혁이란 이름으로 자기들이 임명한 검찰총장을 내쫓으려고 하고 있다. 민주화 이후 30여 년 동안 여야 모두가 존중해 왔던 의회 정치의 관행도 깨버렸다. 헌정사상 처음으로 제1 야당의 동의 없이 선거법 개정이 처리되었고 그렇게 무리하게 통과시킨 선거법은 여당에 의해 누더기가 되었다. 민주화 이후 처음으로 국회 상임위원장 자리도 여당이 독식해 버렸다. 공수처 법안도, 그 개정 법안도, 국정원 법안도 여당이 원하는 바대로 단독 처리했다. 이 모든 일이 지난 3년 반 사이에 일어났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얻게 된 깨달음도 있다. 무엇보다 권력이 한곳에 몰려서는 안 된다는 진리를 절감하게 되었다. 각 기관의 자율성과 독립성이 보장되지 않으면 우리의 민주주의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사실도 새삼 깨닫게 됐다. 국가라는 공동체를 위한 정책이 누군가에 대한 미움과 질시에서 시작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 그리고 입으로는 공정과 정의를 말하면서 우리끼리는 뭘 해도 다 괜찮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국가를 맡겨서는 안 된다는 것도 그사이 우리가 깨닫게 된 점이다. 지극히 평범하고 당연한 이런 사실을 깨닫기까지 우리 사회는 지난 3년 반 동안 너무나 값비싼 비용을 치러야 했다.

 

그래서 더욱더 우울하고 씁쓸한 연말이다. 내년이면 뭐라도 변화를 기대해 볼 수 있다는 가능성에서 위로와 희망을 찾아봐야 할까, 그래도 연말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