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사인 볼트 처럼...달리는 ‘한국인 고교생’ 비웨사
[카페 2040] 콩고 부모 둔 육상선수 한국 국적 취득 후 돌풍
입력 2020.11.06 03:00 | 수정 2020.11.06 11:19
비웨사 다니엘 가사마. 낯설고 긴 이름을 가진 이 고등학생은 한국인이다. 그가 국내 100m 육상 대회에 출전해 질주하는 영상을 보고 사람들은 깜짝 놀라 댓글을 단다. ‘우사인 볼트가 왜 여기서 나와?’
부모는 콩고민주공화국 출신이지만 열일곱 살 비웨사는 한국에서 나고 자랐다. 180㎝ 넘는 키에 마른 몸매인 그는 “으아!” 소리 한번 시원하게 지르고 출발선에 선다. 스타트는 약간 늦지만 레이스 막판 폭발적으로 달려나가 격차를 벌려놓는다. 경기를 중계하던 해설위원들이 외친다. “작년까지 전혀 알려지지 않았던 선수인데… 엄청납니다! 비웨사의 시대죠!”
지난달 19일 경북 예천공설운동장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부장관기 전국시도대항육상경기대회 남자 고등부 100m 결선에 나서 역주하는 비웨사 다니엘 가사마 선수./대한육상연맹
그가 육상을 시작한 지는 불과 2년이 채 되지 않았다. 2018년 어머니와 함께 한국 국적을 얻게 되면서 선수 등록을 하고 대회에 출전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안산 원곡고에 입학한 작년부터 전국 대회에 나서기 시작했다. 올해 그의 남자 고등부 100m 기록은 11초04로 출발해 10초69까지 크게 단축됐다. 100m에서 세 차례, 200m와 400m 계주에서 한 차례씩 우승했다.
기록이나 순위보다는 짧은 시간 보여준 상승세가 더 무섭다. 본격 입문이 늦었으니 기본기는 아직 부족하지만, 잠재력이 무궁무진하다고 그를 발굴한 김동훤 코치와 육상 관계자들은 말한다. 발목 힘과 근력, 탄성, 회복력 등 신체 조건이 월등하다. 어려서부터 운동을 해온 다른 국내 선수들에게도 비웨사는 좋은 자극이 되고 있다. 한국 남자 100m 기록은 10초07에서 정체돼 있는 상황. 비웨사의 등장을 계기로 국내 선수들이 서로 치열하게 경쟁하면서 성장한다면 예상보다 빨리 ‘9초 벽’이 무너질 수 있을 거란 기대도 커진다.
정작 비웨사 본인은 담담하고 조금은 어리둥절한 듯한 표정으로 우승 후 기자들 카메라 앞에 선다. “진짜 엄청 힘든데, 그만큼 또 보람도 있고, 하면 할수록 기량이 늘어나는 게 보이니까 그 쾌감 때문에…”라고 ‘원어민 한국어’로 인터뷰하는 모습은 당연한 것인데도 여전히 신선하게 느껴진다. 갑작스럽게 쏟아지는 관심과 기대가 부담스러울 법도 한데, 그는 “기본기를 먼저 다진 다음에 구체적인 목표를 세우겠다. 그 이상은 지금 단계에선 생각할 것이 아니다”라고 차분한 말투로 이야기한다.
하지만 기록과 관계없이 비웨사는 이미 의미 있는 일을 해내는 중이다. “멋지고 부럽다”며 그를 롤 모델로 삼겠다는 후배들이 벌써 나오고 있다. 특히 학생 선수로 뛰는 다문화 가정 청소년들이 “비웨사 형을 보고 자신감을 얻었다. 나도 희망이 생긴다”며 힘을 낸다. 그들이 가진 남다른 신체 조건과 성장 배경은 스포츠에서 귀한 재능이자 강점이 된다. 이를 스스로 증명해내는 비웨사를 바라보면서 언젠가는 국가대표도 될 수 있을 거란 꿈을 품는 것이다.
우리나라에 거주하는 외국인 주민은 약 222만명(지난달 행정안전부 발표)으로 총인구의 4.3%다. OECD는 외국인, 이민 2세, 귀화자 등이 5%를 넘으면 다문화·다인종 국가로 분류하는데 한국도 근접해가고 있다. 그간 국제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얻기 위해 외국 선수를 귀화시켜 태극마크를 달아준 사례는 여러 번 있었다. 하지만 부모는 외국 출신인데도 본인은 외모와 달리 한국인의 정체성을 가진, 새로운 유형의 대한민국 국가대표를 보게 될 날이 머지않은 것 같다. 그들이 재능을 발견하고 마음껏 발휘할 수 있도록 섬세한 보호와 지원이 절실하다.
집에선 프랑스어를 쓰지만 가장 좋아하는 음식으로 된장찌개를 꼽는 비웨사는 동계 훈련에 전념한 뒤 내년 봄 새 시즌을 시작할 계획이다. “더 압도적인 모습을 보이고 싶다”는 그의 질주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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