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장주영 입력 2020.10.04. 11:32
엔젤렉스M을 입고 재활훈련을 하고 있는 사용자. 사진 엔젤로보틱스
공상과학(SF) 영화 속 '아이언맨 수트'가 현실이 될까. 기력이 없는 노인이나 근력이 약한 환자가 입기만 해도 펄펄 뛰어다닐 수 있는 웨어러블 로봇의 등장이 멀지 않았다. 대학 연구소와 스타트업은 물론 삼성ㆍLGㆍ현대차 등 주요 대기업까지 ‘웨어러블 로봇’ 개발 경쟁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제품은 산업이나 의료 현장에서 실제 사용 중이며 상용화를 앞둔 제품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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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스트 교수가 만든 ‘앤젤렉스’ 치료에 활용
9월 말부터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로봇 재활치료실은 ‘엔젤렉스M’을 도입했다. 이 제품은 로봇 스타트업인 앤젤로보틱스가 만든 웨어러블 로봇으로, 의료기기(2등급) 인증도 받았다. 뇌졸중이나 척수손상으로 하반신이 불편한 환자들의 재활 치료를 돕는다. 구동장치가 있는 허리-다리 '착용부', 로봇의 보조력을 조절하고 보행능력을 분석하는 애플리케이션이 내장된 '백팩부'로 나뉜다. 백팩부는 말 그대로 가방처럼 매는 형태다. 아웃솔(밑창)에 내장된 족저압센서가 환자가 힘을 주는 정도와 무게중심 이동을 감지해 최적화된 보조력(20단계)을 제공한다. 백팩부에 있는 태블릿은 6가지 보행훈련모드(평지보행ㆍ계단 오르기ㆍ앉기ㆍ일어서기ㆍ서있기ㆍ스쿼트)를 선택할 수 있다. 물리치료사들에게 재활 정도를 파악할 수 있는 데이터도 제공한다.
엔젤렉스M의 구조. 사진 엔젤로보틱스
'엔젤렉스의 아버지'는 공경철 카이스트(KAIST) 기계공학과가 교수다. 그는 2017년 웨어러블 로봇 상용화를 위해 엔젤로보틱스를 설립했다. 지금까지 100억원 이상의 투자를 받았다. 앤젤렉스M에 이어 내년 상반기 중으로 가정용 재활로봇인 엔젤렉스H 출시도 준비 중이다. 이 제품은 러닝머신 위에서 고정된 상태로 재활훈련을 하는 방식이다. 공 교수는 “웨어러블 로봇은 먼 미래의 일이 아니라 이미 우리의 일상생활로 들어오고 있다”면서 “의료 재활ㆍ산업 현장ㆍ방위산업ㆍ일상생활 지원 등 4가지 시장 정도로 볼 수 있는데, 모두 고르게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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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ㆍLGㆍ현대차, 대기업도 뛰어들어
웨어러블 로봇 개발에는 대기업들도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21일 한국로봇산업진흥원으로부터 자체 개발한 웨어러블 보행 보조로봇인 젬스 힙(GEMS Hip)에 대해 국제표준 ISO 13482 인증을 받았다. 개인용 서비스 로봇에 대한 안전성 국제표준으로 국내에서 첫 인증사례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젬스 시리즈는 2년 전에 처음 공개됐으며 꾸준히 제품화를 위한 개선이 진행 중”이라면서 “당장 제품화가 된다고 볼 순 없지만, 웨어러블 로봇의 상용화는 상당히 가까워졌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웨어러블 보행보조 로봇 'GEMS(Gait Enhancing and Motivating System) Hip' 뉴스1
물류창고나 산업현장에서 근로자들의 근력을 보조해주는 웨어러블 로봇 개발도 한창이다. 현대자동차가 지난해 개발한 웨어러블 로봇 ‘벡스’는 조끼처럼 입는 로봇이다. 자동차 조립이나 산업 현장에서 장시간 팔을 들어올려 작업하는 근로자를 돕는다. 전기 공급 없이 최대 5.5㎏f까지 근력을 보조한다. LG전자는 2018년 는 산업현장이나 물류공간에서 근로자의 허리근력을 보조하는 ‘LG 클로이 수트봇’을 선보이기도 했다.
현대차 '웨어러블 로봇 벡스' 연합뉴스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KEIT)은 올해 3월 ‘웨어러블 로봇의 기술동향과 산업전망’ 보고서를 통해 “웨어러블 로봇 관련 국내 시장은 아직까지 준비 단계이나, 최근 삼성 및 LG 등에서 본격적으로 웨어러블 로봇 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준비를 진행 중이기에 조만간 관련 시장이 급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고 전망했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글로벌 웨어러블 로봇 시장은 2017년 5억 2800만달러(약6252억원)에서 2025년 83억달러(약9.8조원)로 연 평균 41% 고성장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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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용 전신 웨어러블 로봇도 상용화 전망
올해 1월 미국에서 열린 소비자가전쇼(CES) 2020에서 델타항공은 가디언XO(Guardian XO)라는 웨어러블 로봇을 공개해 주목을 받았다. 공항 물류 작업자가 무거운 가방을 손쉽게 들고 내릴 수 있는 웨어러블 로봇이다. 이 가디언XO를 만든 회사는 미국 유타에 본사를 둔 스타트업 사코스 로보틱스다. 이 회사는 최근 로터캐피털 등으로부터 4000만 달러(약 474억원)의 투자금을 확보하며 기술력과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벤 울프 사코스 로보틱스 최고경영자(CEO)는 “새로운 투자금으로 가디언 XO 제품 생산을 확대하고 상업용 유닛을 출하하려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 인사이더 등 미국 매체는 “가디언XO가 내년에 상용화될 것이며, 델타항공을 비롯한 항공ㆍ자동차ㆍ물류ㆍ건설ㆍ군사 등 다양한 분야의 업체가 이 제품을 눈여겨보고 있다”고 전했다.
장주영 기자 jang.joo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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