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20.08.18 18:52
전기차 시대가 다가오면서 전기차 도입의 결정적인 배경인 친환경성에 대한 의문은 계속 제기되고 있다. 전기차가 정말 내연기관차보다 배기가스 배출량이 적을까 하는 의문이다. 실제 전기 배터리로 작동하는 전기차는 휘발유나 경유를 태워 달리는 내연기관차와 달리 주행 중 배기가스를 배출하지 않는다. 정부와 지자체가 수백만원의 보조금을 주며 전기차 구매를 장려하는 이유기도 하다. 하지만 전기차를 만드는 과정과 동력원인 전기 에너지를 생산하는 과정 그리고 전기차를 폐차 또는 재활용하는 과정까지 고려하면 얘기는 조금 달라진다.
9월 글로벌 출시 예정인 폴크스바겐의 브랜드 최초 순수 전기차 ID.3/폴크스바겐
세계 최대 자동차기업인 독일 폴크스바겐은 오는 9월 브랜드 최초의 순수전기차 ‘ID.3’의 글로벌 출시를 앞두고 있다. 미국 전기차 제조업체 테슬라에게 뺏겼던 전기차 시장 주도권을 되찾아오겠다는 목표로 만든 자동차다. 폴크스바겐은 ID.3을 공개하고 약 2개월 뒤인 작년 11월 ID.3과 폴크스바겐의 대표 인기 모델인 7세대 골프(디젤차)의 이산화탄소(CO²) 배출량을 비교한 ‘ID.3의 탄소중립성’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하나 냈다. 그런데 새로운 전기차의 친환경성을 홍보하는 듯한 이 보고서에는 예상외로 전기차(ID.3)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디젤차(골프)보다 더 높다는 조사결과가 담겼다.
폴크스바겐 전기차 ID.3 생산과정에서 발생한 이산화탄소 배출량 소재·부품별 비중/폴크스바겐
보고서에 따르면, 차량을 생산해 주행시킬 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디젤차(골프)는 140g/㎞인 반면 전기차(ID.3)는 142g/㎞로 전기차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골프의 이산화탄소 배출량 중 100g/㎞은 주행 중 발생한 것이지만, ID.3은 주행 중 배출한 이산화탄소가 없다. 그런데 어떻게 ID.3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더 높은 걸까. 보고서는 그 원인으로 전기차 부품 제조과정과 전기 에너지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지적한다. 전기차의 경우 차량 생산 과정에서 57g/㎞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됐는데, 이는 디젤차 배출량(29g/㎞)의 두 배 수준이다. 내연기관차보다 전기차 부품을 생산하는데 더 많은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는 것이다. 특히 전기차용 리튬 이온 배터리 생산 과정에서 탄소 배출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폴크스바겐 측은 “(차량 생산과정에서 발생한)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43.3%가 배터리 생산과정에서 발생했다”고 밝혔다.
폴크스바겐의 디젤차 골프와 전기차 ID.3의 이산화탄소 배출량 비교 그래프/폴크스바겐
동력원 생산단계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 역시 전기차가 더 많았다. 화력발전 비중이 30%에 달하는 독일 전력생산구조를 감안했을 때 전기차를 위한 전기에너지 생산과정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량은 85g/㎞로 나타났다. 이는 디젤차의 에너지원인 경유 생산 과정에서 발생한 이산화탄소 배출량(11g/㎞)의 약 8배 수준이다. 석탄 화력발전이 절반을 차지하는 중국에서 전기에너지를 생산할 경우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26g/㎞까지 늘어난다. 이 경우 전기차의 총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83g/㎞까지 치솟는다.
차량 폐기와 재활용 단계까지 고려하며 전기차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더 늘 수 있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많은 소재·부품을 분해하고 다시 재활용할 경우 그만큼 많은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고 알려졌기 때문이다.
폴크스바겐의 조사결과는 결국 지금처럼 화력발전에 의존해 전기에너지를 생산한다면 전기차의 친환경성이 대기 오염을 막는 데 큰 역할을 하기 어렵다는 걸 뜻한다. 원전이나 신재생 에너지 같은 친환경 방식의 전기에너지 공급이 필요한 셈이다. 실제 풍력 발전으로 전기를 만들 경우 전기차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총 59g/㎞로 기존 배출량(142g/㎞)의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다.
다 만 폴크스바겐이 전기차를 공개하면서 홍보 대신 이런 분석결과를 낸 것에 대해 “주력 수익사업인 디젤차 산업을 조금이라도 더 보호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시선도 있다. 폴크스바겐이 만드는 대부분의 차가 디젤차이기 때문이다. 미국 자동차 전문매체 ‘카 앤드 드라이버’는 이 보고서를 두고 “전기차에 대한 정부 보조금 증액을 막으려는 목적”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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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8/18/202008180397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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