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동용 기자 입력 2020-09-19 03:00수정 2020-09-19 03:00
◇좁은 회랑/대런 애쓰모글루,제임스 A 로빈슨 지음·장경덕 옮김/896쪽·3만6000원·시공사
오늘도 국가의 감시는 당신의 자유를 속박하려 한다. 독재는 사회가 국가의 정책과 행동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때 타난다고 ‘좁은 회랑’ 저자들은 분석한다. 게티이미지코리아
2012년 정치 경제 제도가 포용적이냐, 착취적이냐에 따라 국가의 실패 여부가 결정된다는 베스트셀러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를 쓴 저자들이 이번에는 어떤 국가가 성공하는지를 분석했다.
이들에게 국가 성공의 기준은 개인의 자유 보장이다. 자유는 근본적으로 ‘개인을 공포와 폭력으로부터, 그리고 스스로 선택하고 자신의 가치에 따른 삶을 추구할 수 없게 만드는 지배로부터’ 보호하는 것이다.
근대 정치사상가 홉스는 공포와 폭력, 지배라는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에서 인간을 자유롭게 하기 위해 국가, 즉 리바이어던이 필요하다고 봤다. 그러나 리바이어던은 언제든 자유보다 통제에 탐닉할 수 있다. 야누스의 얼굴을 가진 국가에 사회가 족쇄를 채워야 한다는 것.
저자들이 고대 그리스 아테네부터 중국 미국에 이르기까지 들여다본 리바이어던의 역사는 국가와 사회가 균형을 맞추는 과정이다. 그것은 소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앨리스와 레드 퀸의 달리기 경주와 같다. “여기서는 같은 자리에 있으려면 네가 있는 힘껏 달려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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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가 국가와 나란히 달리지 못하면 국가가 비대칭적으로 커져 ‘독재 리바이어던’으로 치우쳐 자유는 질식한다. 사회가 국가의 작용 자체를 막을 만큼 커지면 ‘부재(不在) 리바이어던’으로 흘러 개인은 자발적 예속에 놓인다.
독재와 부재 사이의 좁은 회랑(回廊)이 바로 자유로 가는 길, ‘족쇄 찬 리바이어던’의 길이다. 이때 국가는 법으로 폭력을 통제하고 분쟁을 해결하며, 공공서비스를 제공하고 잘 조직된 사회의 제어를 받는다.
국가와 사회의 균형을 맞추는 레드 퀸의 경주는 혼란스럽고 예측하기 어렵다. 독일 바이마르공화국은 파편화한 정당체제, 페라인스마이어라이(극성스러운 모임광·狂)가 상징하는 고도로 결집한 사회의 양극화가 심했다. 모든 당사자 간 타협은 부재했으며 적대적이었다. 결과는 나치 독재였다.
책은 중국에 대해 “진나라 이후 사회에 대한 국가의 압도적인 지배력으로 2500년 동안 회랑에서 떨어져 독재의 길을 걷고 있다”고 혹평한다. 반면 연방정부와 주정부의 타협의 산물로 건립한 미국은 족쇄를 차고 태어나 그 무게 때문에 회랑 안에 머물며 진화를 계속한다고 본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공화당을 우고 차베스의 베네수엘라 통일사회당, 프랑스 국민전선과 함께 포퓰리스트로 분류한다. 포퓰리스트는 ‘운동에 참여 않는 모든 사람을 적으로 몰면서 교활한 엘리트 집단의 일부로 묘사하고 양극화를 부추긴다.’ 신뢰를 잃은 제도적 기관들이 타협을 주선하기는 더욱 어려워 회랑 밖으로 튕겨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독재적 리바이어던의 출현을 막으려면 국가에 맞서 사회의 광범위한 연합을 구축해야 한다면서 1938년 스웨덴 살트셰바덴 사회민주주의 연합을 사례로 든다.
이 책은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유행 전에 쓰였다. 개인 자유의 보장에 대한 동아시아와 미국 유럽의 관점이 큰 차이를 보이는 현 상황에서라면 책 내용이 조금은 달라졌을지 궁금하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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