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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덕 칼럼]오거돈·박원순 사건과 ‘경찰 공화국’

鶴山 徐 仁 2020. 8. 6. 07:20

 

김순덕 대기자 입력 2020-08-06 03:00 수정 2020-08-06 03:00


 

“고위공직자 비리는 靑보고가 당연”
‘법의 지배’ 아닌 자의적 해석일 뿐
선진국은 수사-정보기관 분리원칙
정보경찰 폐지 없는 개혁은 개악이다

 

김순덕 대기자

 

 

윤석열 검찰총장은 피를 토하는 심정일 것이다. 당정청의 이른바 권력기관 개혁안에 따라 검사의 직접수사는 부패, 경제, 공직자, 선거 등 6개 범죄로 제한됐다. 심지어 공직자 수사는 달랑 4급만 가능하다.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도 없어진다. 그가 3일 “민주주의라는 허울을 쓴 독재와 전체주의 배격”을 말했을 때는 설령 탄핵을 당하더라도 ‘법의 지배’를 지키겠다는 각오였을 것이다.

검찰이 윤석열을 중심으로 분연히 나설지는 알 수 없다. 손발이 잘려나간 검찰 옆에 비대해진 경찰이 버티고 선 것도 사실이다. 1차 수사종결권과 함께 국가정보원의 국내 정보수집권, 대공수사권까지 경찰에 넘어오면 무소불위의 경찰 권력을 우려해야 할 판이다.

특히 민변, 참여연대 등이 강조해온 ‘정보경찰 폐지’가 빠진 것은 문재인 정부의 의도를 의심케 한다. 경찰청 정보국은 경찰관직무집행법 제2조 ‘치안정보의 수집·작성 및 배포’ 조항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정보경찰을 비밀정치경찰처럼 운용한다는 지적이다. 청와대가 경찰 정보에 중독돼 아예 ‘경찰 공화국’을 만들 작정인 듯하다. 정보경찰이 공생관계를 넘어 문재인 정부의 오장육부가 됐다는 비판이 나올 정도다.

 

지난달 김창룡 경찰청장 인사청문회에서도 청와대-경찰 관계에 대한 질의가 쏟아졌다. 더불어민주당 한병도 의원은 고 박원순 서울시장과 관련해 “고위공직자의 비위는 국정운영 체계에 따라 당연히 청와대에 보고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떤가?” 물었다. 김창룡이 정부조직법과 경찰청 내부규칙에 따라 중요 사건은 발생 단계에서 청와대에 보고한다고 답하자 그는 “이 점이 가장 중요한데, 청와대에 보고를 하면 청와대에서 수사 지휘를 직접 하나? 내 경험칙상으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문제”라고 질문 같지 않은 질문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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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병도는 2018년 청와대 정무비서관 재직 당시 울산시장 선거 개입과 하명수사 의혹으로 올 초 불구속 기소된 상태다. 당연히 김창룡으로선 “(청와대가) 수사 지휘를 하는 것은 경험해 보지 못했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그들의 쿵짝 문답대로라면 경찰은 울산시장의 비리 의혹을 청와대에 보고해야 마땅하고, 하명수사란 있을 수 없는 일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김창룡이 거론한 정부조직법(11조 대통령의 행정감독권), 경찰청 훈령 범죄수사규칙(14조 2 중요 사건은 지방경찰청장에게 신속 보고)에는 청와대 보고 규정이 없다. 지금까지 경찰청이 자체 규칙을 준용해 보고해 왔을 뿐이다. 이 사실을 지적한 미래통합당 박수영 의원은 “규정에 없는데도 청와대니까 보고해야 한다는 생각들이 쌓여 청와대가 제왕적 권력을 갖는 것”이라며 법치국가가 되려면 정확하게 규정화하라고 당부를 했다.

어쩌면 두 지방자치단체장의 운명도 경찰의 대응에 따라 달라졌을 수도 있다. 오거돈 전 부산시장은 김창룡이 부산경찰청장일 때 성추행을 했으나 ‘봐주기 수사’로 일관했다는 지적이다. 친문이 아니라면, 총선 뒤 사퇴하기로 피해자와 변호사가 합의하고 발표할 때까지 부산지역 115명의 정보경찰이 몰랐을 리 없다는 거다.

고 박원순 시장은 비(非)문으로 분류된다. 경찰청은 박원순의 성추행 피소를 청와대에 보고했고 서울중앙지검도 석연치 않다. 박원순이 누군가에게 이 사실을 듣지 않았다면 극단적 선택은 없었을지 모른다. 정보 누출자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김창룡도 서울경찰청 수사라인으로부터 피소 사실을 보고받았다고 밝혔다. 경찰청장에 취임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월선(越線)보고인 셈이다.

경찰이 1차 수사종결권까지 가지면 청와대와 ‘직거래’로 사건을 덮어버려도 국민은 알 길이 없다. 사실상 대통령이 경찰청장까지 하는 셈이다. 김창룡이 “국정운영을 뒷받침하기 위한 보고와 경찰의 정치적 중립은 직접적으로 연결되지 않는다”고 말한 것은 ‘통치자료’ 상납을 극대화하겠다는 소리로 들려 개운치 않다.

어느 선진국을 봐도 정보 수집과 수사는 분리가 원칙이다. 민주당의 민주연구원이 2018년에 내놓은 국정원 개혁 이슈 브리핑을 다시 보기 바란다. 특히 독일은 나치 시절 게슈타포의 권력 독점과 오남용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정보기관과 수사기관을 분리한다고 명시해 놨다. 그러고도 국정원에서 떼어낸 정보권을 경찰에 갖다 붙이는 건 국민을 우습게 보는 처사다. 정보경찰의 평판 수집이 두려워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채택한 것이 아니길 바랄 뿐이다.

 

김순덕 대기자 yu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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