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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무기력과 비위 맞추기로는 北의 ‘도발 본능’ 못 막는다

鶴山 徐 仁 2020. 6. 15. 11:31

동아일보 입력 2020-06-15 00:00 수정 2020-06-15 00:00


남북관계 단절을 압박하던 북한이 군사적 도발까지 예고하고 나섰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은 13일 담화에서 “확실하게 남조선 것들과 결별할 때가 된 듯하다”며 “대적(對敵) 사업 관련 부서들에 다음 단계 행동 결행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남북연락사무소 파괴 및 군사 도발 가능성을 거론했다. 청와대는 어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었지만 북한에 대한 아무런 경고 메시지도 내놓지 않았다.

북한은 탈북민 단체의 대북전단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모독했다는 이유를 내세우지만 이는 표면상 시빗거리이고 좀 더 복합적인 이유가 있을 것이다. 북한은 핵 협상의 큰 판을 기대하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만 바라봐 왔지만 미국은 북한의 성의 있는 비핵화 선(先)이행을 일관되게 요구하고 있다.

톱다운 협상을 용인해주는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이 최근 코로나19와 인종차별 반대 시위 등의 여파로 점점 더 불투명해지면서 북한의 조바심도 커지고 있을 것이다. 국제제재로 가중되는 경제난 속에서 트럼프 임기 내 북-미 관계에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 정권 안전을 유지하기조차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에 김정은이 더 자극적인 벼랑 끝 도발에 매달리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압박에 정부 여당은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을 만들겠다고 바로 반응하고, 청와대는 북한의 막말과 위협을 애써 외면해 왔다. 결과적으로 북한의 위협 강도는 계속 높아졌다. 근본적으로는 북핵 문제를 두고 정부가 중재자를 자처했지만 북한이 원하는 대로 제재를 풀어주지도, 미국이 원하는 비핵화 진전도 이루지 못하면서 아무도 우리를 원하지 않는 상황이 됐다. 양쪽에서 뺨을 맞는 우리 정부가 판문점 선언 이후 남북관계 최대 변곡점을 관리할 역량을 갖고 있는지 걱정스럽다. 6·15공동선언 20주년을 맞이한 남북관계는 점점 뒷걸음질 치고 있지만 정부는 속수무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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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두려워하는 건 한미동맹이 한목소리로 대응하고 군사적으로 단호한 응전 태세를 갖춘 모습이다. 하지만 미중 대립 격화 속에서 한미 관계는 방위비 분담금 문제 등으로 삐걱거리고 있고, 트럼프 대통령은 ‘먼 나라 분쟁 해결’에 선을 긋고 나섰다. 북한의 모험주의를 부추길 이런 국제질서의 격변 속에서 문 정부는 국민을 어떻게 안심시킬 것인지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 북한의 적반하장격 협박도 어처구니없지만 이를 회피하는 듯한 우리 정부의 대응은 국민 불안은 물론이고 외국인투자 등 경제에도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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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관계 단절#김여정#군사 도발 가능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