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北 ‘대적사업’ 선언, 협박으로 먹고사는 불량국가 본색
동아일보 입력 2020-06-10 00:00 수정 2020-06-10 00:00
북한이 어제 남북 간 모든 통신을 끊었다. 남북연락사무소뿐만 아니라 동·서해 군 통신선, 통신시험시설, 정상 간 핫라인까지 끊었다. 노동당 부위원장 김영철과 제1부부장 김여정이 대남사업 총화회의에서 “대남사업을 철저히 대적(對敵)사업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단계적 계획을 심의하고 그 첫 조치로 연락선 완전 차단을 지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은 전했다. 통일부는 “통신선은 남북 합의에 따라 유지돼야 한다”고만 밝혔다.
북한이 밝힌 대적사업의 직접적 표적은 ‘쓰레기들의 반공화국 적대행위’, 즉 탈북민단체의 전단 살포 같은 반북(反北) 활동이다. 북한은 “다른 문제도 아닌 그 문제만은…” “배신자들과 쓰레기들이 저지른 죗값을…”이라며 탈북민들을 정조준했다.
북한의 협박이 늘 그렇듯 거기엔 더 큰 도발을 위한 명분 쌓기도, 언제 그랬냐는 듯 태도를 바꿀 핑곗거리도 담겨 있다. 당장 태영호 의원 같은 탈북민 출신 인사들에 대한 테러나 접경지역에서의 군사적 도발을 감행하며 행동으로 옮길 수 있다. 이렇게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켜 미국의 반응을 끌어낼 대형 도발로 이어가는 전주곡으로 삼을 가능성도 있다. 정부로서는 군사적 대비태세를 면밀히 점검하고 탈북민 경호·보호조치도 강구해야 한다.
한편으로 북한은 남측의 조치를 기다리는 분위기다. 그간 정부는 북한의 반발에 즉각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 추진 의사까지 밝히는 등 저자세를 보였지만 북한은 차제에 쐐기를 박겠다는 태세다. 정부의 대북정책 목표는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내 한반도 평화를 이루는 것이다. 남북은 그간 극단의 위기와 극단의 화해를 오갔고 그 과정에서 김정은은 정상국가 지도자로의 이미지 변신도 꾀했다. 하지만 북한은 전혀 변한 게 없다. 지금 우리는 협박과 공갈로 위기를 조장해 먹고사는 불량국가, 그리고 자신은 뒤로 빠진 채 여동생을 충성경쟁과 대외도발의 선봉에 내세운 독재자의 실체를 목도하고 있다. 지난 3년을 냉정히 재점검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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