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청와대가 뭉개버린 대한민국 국민의 자존감
조선일보
입력 2020.06.05 03:26
대한민국과 국민이 북한 집단에 능멸 조롱당하는 것은 이제 뉴스도 아니지만 어제는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김정은 여동생 김여정이 4일 탈북민 단체의 대북 전단 보내기를 비난하며 우리 정부가 막지 않으면 "금강산 관광 폐지, 개성공단 완전 철거, 남북 연락사무소 폐쇄, 남북 군사합의 파기 등을 각오하라"고 했다. "(전단 금지) 법이라도 만들라"고 했다.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나는 못된 짓을 하는 놈보다 못 본 척하는 놈이 더 밉더라"고 했다. 여기서 '못 본 척하는 놈'이란 문재인 대통령을 겨냥한 것이다.
그 4시간 반 만에 더 놀라운 일들이 연이어 벌어졌다. 통일부는 예정에 없던 브리핑을 열어 '대북 전단 중단 법률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김여정의 '법 만들라'는 지시를 그대로 이행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민주당이 국회를 완전히 장악한 상황에서 이제 북한 정권의 의도가 그대로 대한민국 법으로 제정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그 직후 청와대는 "대북 전단은 백해무익한 안보 위해 행위"라며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탈북민들이 고향의 북한 주민들에게 진실을 알리고자 날리는 대북 전단이 '안보 위해 행위'라는 것이다. 지금 문 대통령은 우리 국민이 김정은을 화나게 하는 것이 '안보 위해'라는 것이다. 김정은이 한국을 겨냥한 것이라고 밝히면서 온갖 종류의 미사일을 발사한 진짜 '안보 위해'에 대해선 어떻게 대응했나. 처음에 "강한 유감" "중단 촉구"를 발표했다가 김여정이 "저능" "완벽한 바보"라고 말 폭탄을 퍼붓자 다음 도발 때부터는 입을 다물지 않았나. 청와대가 '단호히 대응'해야 할 대상은 북한 정권인가, 우리 국민인가.
김여정은 이날 "모든 적대 행위를 금지하기로 한 판문점 선언과 군사 합의"를 거론했다. 그러나 북한은 서해 NLL 인근에서 김정은 지시로 해안포를 쐈고 고사총으로 우리 GP를 명중시켰다. 핵무기를 탑재할 수 있는 신형 탄도미사일도 수시로 발사했다. 그때마다 정부는 "합의에 탄도미사일 금지는 없다" "총격은 우발적"이라며 북을 감쌌다. 그래놓고 우리 국민이 날린 전단에 대해선 "안보 위해"라고 한다. 북한 미사일·총탄보다 탈북자 풍선 전단이 더 위험한가.
김씨 일가가 전단에 민감한 이유는 북한 주민의 눈과 귀를 열게 하는 '진실'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한반도 비핵화는 거짓'이란 내용이 담겼다고 한다. 명백한 진실이다. 북은 노무현 정부 때도 '개성공단 중단'을 협박하며 전단을 문제 삼았다. 당시에도 금지법이 검토됐지만 표현의 자유 같은 헌법의 근본 가치와 충돌해 무산됐다. 김정은 남매 심기 경호와 남북 이벤트가 헌법보다 중요할 수는 없다. 북이 우리 대통령을 '겁먹은 개' '저능' '바보'라고 하더니 이제 '못 본 척하는 놈'이라고 하는데도 화들짝 놀라 무마에 나서는 모습을 보며 대한민국 국민의 자존감은 땅에 떨어졌다. 이것이 G7에 초청받을 정도로 성장한 대한민국의 국민이 받아야 할 대접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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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6/04/2020060404771.html
鶴山 ;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대한민국의 청와대와 대통령은 평양 방문 시에 스스로 비하했던 것처럼, 한반도 남측의 대통령으로서, 중국의 홍콩처럼, 남조선의 행정장관으로 임명된 사람인가 싶을 정도로 의아(疑訝)스럽기 짝이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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