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문도 허준이가 세상의 어떤 병고도 마침내 구원할 만병통치의
의원이 되기를 빌며 병든 몸이나마 너 허준에게 주노라(중략). 내 몸이
썩기 전에 지금 곧 내 몸을 가르고 살을 찢어 사람의 오장과 육부의 생
김새와 그 기능을 똑똑히 보고 확인하고 사람의 몸속에 퍼진 삼백예순
다섯 마디의 뼈가 얽히는 이치와 머리와 손끝과 발끝까지 퍼진 열두 경
락과 요소를 살피어 그로써 네 정진의 계기로 삼기를 바라노라.”
이은성 저(著) 《동의보감(중)》 (창작과 비평사, 241-242쪽) 중에 나
오는 구절입니다.
인체의 해부가 국법으로 금지돼 있던 시절, 자신의 몸을 내준 스승 앞에
허준은 의원의 길에 게으르거나, 이를 빙자해 돈이나 명예를 탐하지 않
기로 맹세한 다음, 스승의 시신을 칼로 가릅니다. 이 이야기는 물론
소설가가 그려낸 상상이지만, ‘사실’보다 더 큰 감동을 줍니다. 의
술로 백성들을 진정으로 섬기고자 했던 푸른 스승과 푸른 제자의 이야
기입니다. 허준은 이듬해에 내의원에 장원으로 합격하게 되고, 우리
나라 고유의 의술서 《동의보감》을 저술합니다. 《동의보감》의 주
어는 의사가 아니라 환자입니다. 즉 전문가인 의사만 읽을 수 있는 책이
아니라, 환자가 읽어도 쉽게 알 수 있는 책입니다. 병들어 고통받고
있는 백성들에 대한 무한한 애정, 그리고 이 나라의 풀 한 포기까지 사
랑했던 마음을 담은 책입니다.
리더는 보스와 다릅니다. 리더는 앞에서 희생하며 이끌고, 보스는 뒤
에서 호령합니다. 리더는 섬기려 하고,보스는 군림하려 합니다. 리
더는 희망을 주고, 보스는 겁을 줍니다. 리더는 짐을 덜어주고, 보스는
무거운 짐만 떠 넘깁니다. 예수님은 참 리더, 선한 목자의 본을 보여
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