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재윤 칼럼] “벌거벗은 586정치꾼들”: 정신분열, 혹은 연극성 인격장애
586정치꾼들의 야쿠자식 진영논리
1980년대 뿌려진 낡은 이념의 씨앗
범시민적 저항만이 좌익독재를 막아
1980년대 뿌려진 낡은 이념의 씨앗
범시민적 저항만이 좌익독재를 막아
송재윤(맥매스터 대학 교수)
요 며칠 새 586정치꾼들이 일제히 ‘조국’ 살리기에 나서고 있다. 이중잣대, 자가당착, 내로남불, 심지어는 ‘조로남불’이라는 신조어를 들이대도 이들의 기괴한 정신상태를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586정치꾼들은 지난 40년 간 입만 열면 공정, 정의, 평등을 부르짖던 바로 그 자들 아닌가? 그 자들이 정작 불공정, 불의, 불평등을 몸소 구현한 이중인격의 괴물이 나타났는데, 분노하기는커녕 그 괴물을 감싸고 도는 특이한 정신이상을 보이는 듯하다.
586정치꾼들의 마비된 도덕감각
좀도둑엔 도끼를 들고 쳐 죽이자 외치던 사람이 그보다 훨씬 사악한 사기꾼에 대해선 금방 돌아서서 아무 문제없다고 다짜고짜 우겨댄다면, 그런 사람의 정신상태는 정상이라 할 수 없다. 도덕적 평가 이전에 정신분석의 대상일 수밖에 없다.
대빗 흄(David Hume)의 <<도덕감정론>>을 읽지 않아도, 인간의 도덕감각(moral sense)은 원초적(primordial)이고도 즉각적임(spontaneous)을 우리는 안다. 누구나 위험을 감지하면 소스라치게 놀라고, 고통이 느끼면 몸을 움츠리고, 공포에 휩싸이면 심박고동이 가빠지게 마련이다. 마찬가지로 누구나 부당한 일을 당하면 억울해 하고, 불의를 보면 분노를 느끼고, 불공정한 사태는 바로잡으려 한다.
인류의 역사에서 바로 그러한 원초적 도덕감각은 무서운 정치감정으로 표출되곤 한다. 특히나 권력자의 표리부동, 이중인격, 사리사욕, 부정부패에 대한 대중의 분노는 정권을 허물고 체제를 무너뜨리는 거대한 파괴력으로 표출되기도 한다.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권력자들은 늘 ‘얼음 위를 걷듯’(如履薄氷), ‘깊은 연못에 내몰린 듯’(如臨深淵) 조심조심 운신할 수밖에 없다.
586정치꾼들의 야쿠자식 진영논리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부정비리 의혹에 휩싸여 검찰의 조사까지 받게 됐다면 대통령은 마땅히 지명을 철회한 후 준엄한 법의 심판을 받게 해야 옳다. 대통령은 그러나 운동권식 진영논리에 사로잡혀 무조건 끌어안고 가려고만 한다. 그런 대통령의 의중을 읽은 586은 마치 짠 듯이 이구동성으로 가제 게 편들 듯 엄호사격을 해대고 있다. 마치 야쿠자 조직 오야붕의 의중을 읽은 야쿠자 코붕들이 충성경쟁을 하는 모양새다.
그들은 놀랍게도 얼마 전까지 무도복처럼 화려하게 자신들의 나신(裸身)을 가리고 있던 바로 그 도덕의 외피를 벗어던졌다. 그들은 노골적으로 궤변, 억지, 강짜, 자가당착의 언어를 산탄처럼 쏘아대고 있다. 물론 목적은 오직 하나 "제 편 감싸기" 밖에 없다. 교수출신 도지사는 고2학생이 2주 인턴 뛰고 SCI급 의학논문의 제1저자가 돼도 아무 문제 없단다. 한 어리숙한 소설가는 "문프의 결정이라" 무조건 따른다는 터무니없이 허술한 "노예의 논리"를 펼친다. 좌우 모두 "싸가지 없다" 공인하는 한 작가는 학생들의 시위를 폄훼하더니 기자들이 "모든 것을 다 가진 잘 생기고 키 큰" 자에 대한 열등의식 때문에 분기탱천했단다. 마치 짠 듯이 우르르 몰려와 엄호사격하는 그들은 대체 누구인가? 한평생 정의, 공정, 평등, 평화 등등 멋진 말을 팔아서 매명(賣名)하고 치부해 온 대한민국 최고의 인플루엔서(influencer)들이다. 그들의 행태를 보면 꼭 악성 인플루엔자(inflenza)만 같다.
그들은 틈만 보이면 여지없이 상대방의 심장에 비수를 들이대던 바로 그 "도덕전사"들이다. 도덕을 위해, 도덕에 의해, 도덕만으로 똘똘 뭉친 도덕의 세일즈맨들이었다. 대체 그들의 뇌리에서 무슨 혁명이라도 터졌는가? 반대편 티끌 앞에선 광분하다가 자기편 들보 앞에선 아예 흥분조차 하지 않는다. 돌이켜보면 1980년대부터 그들은 늘 그래왔다. 반독재투쟁을 내걸고 싸우면서도 인류사 최악의 전체주의 세습왕조 김씨왕조의 만행에 대해선 일언반구 비판도 하지 않았다. 그들은 늘 자기편은 무조건 옳고, 반대편은 무조건 틀리다는 오도된 자기확신에 빠져 있었다. 그들은 늘 능숙하게 이념의 이중잣대를 휘둘러왔다.
586정치꾼들의 정신분석
어떻게 불과 얼마 전까지 공정, 정의, 평등을 부르짖던 자들이 갑자기 돌변해서 불공정과 불평등을 몸소 실현한 조국을 감싸고 도는가? 586프로정치꾼들, 그들이 충격으로 잠시 정신을 잃었나? 아니, 그들은 미치지 않았다. 다 알면서 모르는 척 천연덕스레 연기하는 연극성 인격장애일 뿐이다. 586프로정치꾼들의 연극성 인격장애는 과연 어디서 비롯됐을까? 그들의 뇌리에 뿌려진 몇 가지의 낡고 어리석고 뒤틀린 생각들(ideas)의 교착증세로 보인다.
첫째, “모든 주장은 당파성을 갖는다”는 유물변증법의 인식론이다.
존재가 의식을 규정한다는 유물변증법에 따르면, 모든 주장은 특정 계급의 이익에 복무할 뿐, 전 인류를 위한 보편적 진리란 존재할 수 없다. 그런 전제 위에선 자유, 인권 등의 보편가치도 부르주아 지배논리라 비판된다. 팩트(fact)라 할지라도 계급의 이익에 저해되면 제거해야 한다. 거짓이라 할지라도 계급이익에 복무하면 수용해야만 한다.
둘째,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한다는 역사적 유물론의 암시이다.
역사적 유물론에 의하면 공산주의의 도래는 역사의 필연이다. 그러한 유토피아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라면, 모든 수단이 정당화된다. 역사의 발전을 위해선 수백 만, 수천 만 반대자의 제거도 정당화되는데, “거짓말, 궤변, 선동, 억지, 요설, 가짜뉴스 쯤이야 죄 될 바 무엇이랴······.”
셋째, 개인은 구조의 수인이자 체제의 산물이라는 집체주의적(collectivist) 결정론이다.
한 개인의 잘못은 체제모순, 계급모순, 문화오류, 제도결함이 빗어낸 구조적 문제라는 발상이다. 물론 반대편의 잘못을 짚을 때는 바로 그 개인의 탐욕과 결함이라 몰아붙이지만, 자기편의 잘못을 감쌀 때는 어김없이 모든 게 체제 탓이라는 전형적인 이중 잣대를 들이댄다.
586프로정치꾼들이 대학시절 이 세 가지 생각들로 세뇌되었고, 그렇게 세뇌된 머리로 또 후배들을 세뇌시켰다. 편향되고 조잡한 운동권 팜플렛을 졸졸 외던 바로 그들이다. 1980-90년대, 구소련은 붕괴하고 동구권은 급속히 자유화되고 중국은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수용하던 시절이었다. 586정치꾼들은 세계사의 흐름에 역행했던 집단이다. 최악의 전체주의 독재자 김일성을 추종하면서 대한민국을 무너뜨리고 ‘민족해방’을 이루겠다는 환상에 빠져 있었던 집단이다.
1980년대 대한민국 독서계에는 이미 하이에커의 <<노예의 길(1944)>>, 칼포퍼의 <<열린 사회와 그 적들(1945)>>, 레이몽아롱의 <<지식인의 아편(1955)>>, 솔제니친의 <<수용소군도(1968)>> 등등 공산주의 정권의 실상을 알리고 좌익극단주의의 위험을 경계하는 훌륭한 저서들이 다 번역되어 있었건만······. 당시의 부박하고 편향된 풍조 속에서 운동권 커리큘럼만 졸졸 외던 운동권들은 그런 책들을 독해할 능력도, 시간도, 마음도 없었다. 불행하게도 바로 지금 대한민국에선 그때 그 시절의 그 “용사”들이 청와대를 장악하고 있다.
586정치꾼은 대한민국의 "기생충"
전후 대한민국의 발전은 세계사 최고의 성공사례로 꼽힌다. 전쟁의 폐허를 딛고 최빈국(最貧國) 대한민국을 세계 10대의 경제대국으로 성장시킨 세대는 586정치꾼들이 아니다. 바로 그들의 할아버지와 아버지 세대이다. 586정치꾼들은 그들의 위대한 아버지들이 식민지 조국에서 태어나 보릿고개 넘겨가며 불철주야 막일해서 일으킨 대한민국에서 처음으로 풍요를 맛본 "베이비부머"들이다.
586정치꾼들은 대한민국의 수혜자들이다. 그들은 시대를 잘 타고 나서 배를 굶지 않았고, 맨 땅에 머리 박듯 산업화의 첨병으로 해외에 파견될 필요도 없었다. 그들은 대학 4년 내내 공부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 수업은 반 이상 빼먹었고, 친구에게 예사로 대리시험을 맡겼으며, 죄의식 하나 없이 가짜레포트를 써냈다. 기껏 운동권 팜플렛이나 읽어서 지독히 편향된 지식만 주섬주섬 주워먹었던 이념적 외눈박이들이었다. 그들은 동학들이 열심히 공부할 때 강의실 앞에서 꽹과리를 쳐댔고, 노상 도서관 앞에서만 집회를 했다. 그들의 꽹과리 소리에 말문이 막힌 노교수가 강의를 중단하면서 했던 말이 귀에 들려온다. "대체 플라톤이 무슨 죄가 있습니까?"
바로 그러한 586세대가 20대부터 누린 과실은 실로 달콤했었다. 대학을 마치면 공부를 안해 외국어 실력도 변변치 않던 그들에겐 일자리가 넘쳐났었다. 그들은 전세대가 일궈놓은 성장경제의 슬라이드를 타고 대기업 곳곳으로 잘도 뻗어나갈 수 있었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586세대는 성공한 나라 대한민국에 "기생"하는 "신의 아들"이었다. 물론 586세대 중에는 혼신의 노력으로 대한민국을 더 발전시킨 총명하고 성실한 이들도 많이 있다. 다만 586정치꾼들은 그 세대의 우등생 집단에 속하지 않는다. 레이몽 아롱의 명언을 원용하자면, 586정치꾼들은 그들 세대 중에서 "가장 머리 나쁘고 정직하지 못한" 집단일 뿐이었다. 아뿔싸! 그럼에도 그들은 현재 대한민국 정계의 파워엘리트가 되어 있다.
그들의 선배세대는 전 세계 200여개 나라를 누비며 수출입국의 꿈을 실현했다. 바로 그러한 신화의 주역들에게 586정치꾼들은 돌파매질만 해왔다. “왜 당신들은 완벽하지 못했냐?”며 비판의 칼질을 자행해 왔다. 그런 586정치꾼들이 너무나 쉽게 권력을 잡고 나서 자신들에게 쏟아지는 여론의 질타를 무시하고 있다. 오만방자하게도 아무 잘못이 없다고 되레 역정을 부리고 있다. 자기편의 잘못에 대해선 아예 눈을 감고 장님시늉을 한다. 저열한 야쿠자식 생존전술로 당면한 위기만 피하려고 한다.
596프로정치꾼들의 오만과 독선, 무지와 편협이 대한민국을 경제적으로, 외교적으로, 군사적으로 무너뜨리고 있다. 대한민국의 시민들이여, 대체 언제까지 저 무지몽매하고 표리부동하고 오만방자한 586정치꾼들에 시달려야 하는가? 언제까지 저 벌거벗은 586정치꾼들의 추한 나신을 봐줘야 하는가? 권력자가 여론을 무시하고 장관임명을 강행한다면, 모든 시민들이 들고 일어나 싸워야만 한다! 586정치꾼들을 몰아내고 나라를 다시 세워야 한다! 새들이 날고 물은 아래로 흘러야 한다. 상식은 몰상식을 이겨야만 한다. 586정치꾼들아, 너희들은 그렇게 다 벌거벗고도 하나도 부끄럽지가 않니?
송재윤 객원 칼럼니스트(맥매스터 대학 역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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