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매가 길면 춤도 잘 춘다.’는 말이 있습니다. 똑같은 실력을 가진 무희라도 소매가 긴 옷을 입고 춤을 추면 훨씬 자신감도 생기고 기량도 최대한 발휘할 수 있어 그 춤이 예쁠 수 밖에 없다는 것인데요. 이 말은 중국 전국시대 고전인 <한비자(韓非子)>에 나오는 말입니다. 한비(韓非)는 당시 유행하던 합종연횡의 국제 정세를 비판하면서 부국과 강병을 우선해야 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B.C 4세기 말 중국의 국제 정세는 서쪽의 강력한 진(秦)나라와 동쪽에 남북으로 연(燕)나라, 조(趙), 위(魏), 한(韓), 제(齊), 초(楚)나라로 이어진, 1강 6약 체제의 틀을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당시 모든 나라의 관심사는 남북 6개국이 종(從)으로 연합하여 서쪽의 강력한 진나라에 대항하는 합종(合從)책을 취하느냐, 아니면 서쪽의 진나라와 횡(衡)으로 연합한 연횡(連衡)책으로 취하느냐는 외교적인 문제에 있었습니다. 합종은 유세객 소진(蘇秦)에 의해서, 연횡은 역시 유세객이었던 장의(張儀)에 의해서 주도되었는데 이들은 각자의 논리를 개발하여 오로지 외교적인 방법으로만 나라의 생존을 도모하려 하였던 로비스트들이었습니다. 이에 반기를 들고 나온 사람이 한비(韓非)였습니다. 그는 나라의 생존은 오로지 외교적인 데에서만 찾아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우선 나라의 내정을 잘 하고, 나라를 강하게 만들어야 어느 누구에게도 공격을 당하지 않고 주체적인 외교권을 가질 수 있다고 본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