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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朝鮮칼럼 The Column] '김정은 답방'만 목매 기다리는 한국 외교

鶴山 徐 仁 2018. 12. 31. 12:15

[朝鮮칼럼 The Column] '김정은 답방'만 목매 기다리는 한국 외교

조선일보
                             
  • 윤덕민 한국외대 석좌교수·前 국립외교원장       


  • 입력 2018.12.31 03:17


    철천지원수처럼 맞서던 中·日도 국익 위해 전격 화해
    韓은 대일·대중 관계 악화에다 전문가들 쫓아내 '외교 실종'
    韓·美 동맹마저 흔들리면 '지옥문 앞' 같은 현실 마주할 것

    윤덕민 한국외대 석좌교수·前 국립외교원장
    윤덕민 한국외대 석좌교수·前 국립외교원장

    일본은 올 9월 말 최신 항공모함인 '카가'를 기함(旗艦)으로 잠수함과 미사일 구축함 등 4척으로 이뤄진 기동 함대를 남중국해에 진입시켰다. '카가'는 태평양전쟁 당시 진주만을 초토화시킨 제국 일본 항공모함 이름을 계승하고 조만간 F35B 스텔스 전투기를 탑재할 계획이다. 항모 기동 함대의 남중국해 출현은 중국이 영해로 주장하는 해역에서 자유항행 보장을 위한 국제사회 노력의 일환인 동시에 과거 태평양을 주름잡던 일본 해군의 부활을 상징하는 일대 사건이었다.

    중국 해군은 남중국해를 지나는 서방 군함과 항공기에 즉각 퇴거를 요구하고 물리적인 행동까지 불사해왔다. 중국 군함이 미국 구축함에 대해 항로를 방해하면서 41m까지 근접해 충돌 사고로 이어질 뻔한 적도 9월 하순 있었다. 긴장 속에 항해하던 일본 기동 함대 앞에 드디어 중국 군함이 등장해 호출해 왔다. 일본 함대는 초긴장 상황에 빠졌다. 일본 자위대임을 밝히자 놀랍게도 중국 측은 "굿모닝, 만나서 반갑다"란 따뜻한 인사를 건넸다. 최근 동해에서 한국 구축함과 일본 초계기 사이에서 벌어진 일과는 딴판이다.

    시진핑 주석과 아베 총리가 비슷한 시기에 집권한 이래 일·중(日中) 양국은 영유권·역사 문제부터 거의 모든 분야에서 철천지원수처럼 대립하고 있었다. 그런데 자신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해역에서 일본 항모 기동 함대의 부활에 굿모닝이라니? 의문은 한 달 뒤 풀렸다. 거의 7년 만에 베이징에서 중·일 정상회담이 열려 시진핑과 아베는 양국 관계가 경쟁과 위협이 아닌 파트너로의 새로운 단계로 진입했음을 선언했다. 공동 시장 개척, 일대일로(一帶一路) 등 다양한 경제 협력을 합의했지만, 핵심은 300억달러의 통화 스와프 협정이었다. 미국의 본격적인 압박으로 중국 경제의 어려움이 가중되는 가운데 시진핑 주석은 세계 3위 경제 국가인 일본과의 스와프 협정이 절실했고 결국 체면 불고하고 아베 총리의 손을 잡았다. 얼마 전 한국의 3·1절 행사와 같은 난징 학살 기념일에 중국은 생중계를 하지 않았고 시 주석도 참석하지 않았다. 아베 총리도 '미국 우선주의' 앞에 트럼프 대통령의 '푸들'이기 보다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통해 미·중 사이에서 보험을 들었다.

    외교란 이런 것이다. 필요하다면 적(敵)과의 동침도 서슴지 않는다. 국익과 실리 앞에 이념이나 코드는 없다. 마오쩌둥이든 레이건이든 외교는 철저히 현실주의에 서서 국익을 추구한다. 그런데 우리는 어떤가? 이념과 코드 인사의 국내 정치가 외교를 압도한다. 대미·대일 외교의 전문성을 갖는 외교관들이 적폐인지 잘려나간다.

    대외 의존도가 100% 가까운 우리에게 세계 시장으로의 자유로운 접근만큼 사활적 국익은 없다. 우리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가 걸려 있다. 그런데 세계 시장은 보호무역의 파고로 뒤덮여 있다. 한국 주식시장에서 올 한 해 262조원이 증발했다. 세계 금융시장도 초불확실 시대로 돌입하고 있다. 경제 대국인 중국과 일본조차 스와프 협정을 맺어 대비하는데, 영화 '국가 부도의 날'처럼 음모설만 난무할 뿐 한국의 글로벌 외교는 보이지 않는다.

    유엔, APEC, ASEM, G20라는 국제무대에서 현 정부는 올해 메아리 없는 대북 제재 완화 소리만 냈을 뿐이다. 올 8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한국 외무장관은 다섯 차례 양자회담을 가진 반면 북한은 12차례의 양자회담을 했다. 국제무대에서 한반도의 주인공이 북한으로 바뀐 것 같다. '남북 관계만 좋으면 나머지는 깽판 쳐도 좋다'는 건가. 외교는 실종되고 대북 정책만 존재한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격한 풍랑의 주변 환경을 헤쳐나갈 수 있겠는가?

    세 차례의 남북 정상회담과 미·북 정상회담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핵무기고(庫)는 늘어가고 있다. 중국은 우리를 대할 때 마치 부모가 자녀를 훈계하듯 하면서 조공 관계의 복원을 꾀한다. 사드 보복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강제징용에 대한 대법원 판결을 계기로 한·일 관계는 국교 정상화 이래 최악의 상황에 처해 있다. 그 중국과 일본이 전격적으로 화해했 다. 한·미 동맹만 굳건하다면 대중·대일 관계가 악화돼도 일정 부분 우리에게 부정적 영향을 차단할 수 있다. 그러나 한·미 동맹과 주한 미군에 부정적인 트럼프 대통령이 어디로 튈지 모른다. 한·미 동맹마저 흔들리는 순간 우리는 지옥의 문 앞과 같은 냉혹한 현실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김정은 답방만 목맨 채 기다릴 정도로 한국 외교가 한가할 수 없는 이유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12/30/2018123001858.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