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더가 금식을 시작한 지 삼일 째 되던 날 드디어 왕후의 예복을 입었습니다. 그리고 왕궁 안뜰로 들어가 어전 맞은편에 섰다고 합니다.
그것은 궁중의 규례를 어긴 것으로 이제 왕의 처분만을 바랄 뿐이었습니다.
왕이 <왕후 에스더가 뜰에 선 것을 본즉 매우 사랑스러우므로 손에 잡았던 금규를 그에게 내미니 에스더가 가까이 가서 금규 끝을 만진지라>(2절).
이게 바로 하나님의 역사요 은총입니다. 왕이 사전 허락도 없이 왕궁 안뜰로 들어온 왕후 에스더가 <매우 사랑스러웠다>는 것입니다.
왕이 <금규>를 내밀었다는 것은 규례를 어긴 에스더의 행위를 용서한다는 뜻입니다.
뿐만 아니라 아하수에로 왕은 자신의 호출도 없이 이렇게 갑자기 나아온 에스더에게 필시 무슨 긴박한 사정이 있을 것이라는 판단까지도 합니다.
그렇지 않고서는 죽음을 무릅쓴 그런 모험을 할 리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왕이 이르되 왕후 에스더여 그대의 소원이 무엇이며 요구가 무엇이냐 나라의 절반이라도 그대에게 주겠노라>(3절).
하나님이 아하수에로 왕의 마음을 관대하게 하시고 부드럽게 하사 에스더에 대한 최대한의 호의와 사랑을 표하게 하셨습니다.
에스더로서는 더할 수 없는 기회였습니다. <오늘 내가 왕을 위하여 잔치를 베풀었사오니 ... 하만과 함께 오소서>(4절). 에스더가 왜 왕에게
<하만과 함께> 오라고 했을까요? 하만이 있는 자리에서 그의 음모를 폭로함으로써 나중에 그가 왕에게 다른 소리를 하지 못하게 하기 위한 조처였습니다.
하나님은 아하수에로 왕의 마음을 움직이셨을 뿐 아니라 에스더의 마음에도 지혜와 담대함과 용기를 불어넣어 주셨습니다.
그래서 그 위기의 순간에 과연 어떻게 처신하고 또 왕 앞에 나가서는 어떻게 하만의 음모와 진실을 밝히고 탄원해야 할지를 하나하나 바르게
판단하고 결행하게 하셨습니다.
그 누구도 하나님이 도우시고 인도하는 자는 대적할 수 없습니다.
하만이 왕의 권력을 이용해 유다 백성들을 잡기 위한 완벽한 계략을 세웠지만 왕 위에 계신 하나님의 권세와 그 하나님께 의지하여 담대히 나섰던
에스더의 지혜와 신념은 꺾을 수 없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