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스트레스 때문에 고민하는 환자들을 많이 만납니다.
스트레스의 원인이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중에서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인간관계에서 생기는 스트레스입니다.
게다가 더욱 안타까운 사실은 가장 가까운 사람한테 많이 받는다는 것입니다.
가장 가까운 사람이 누굴까요?
바로 부인, 남편, 자식, 부모, 함께 일하는 직장 동료... 등 진료를 받으러 오시는 대부분의 분들이 비슷합니다
왜 그럴까요? 왜 가까운 사람들끼리 스트레스를 주고받을까요?
그 이유는 바로 가까울수록 기대가 크기 때문입니다.
'이 사람은 나랑 가까우니까, 나를 이해해줄 거야. 그리고 내 마음을 알아줄 거야.'라고 기대를 하는데,
막상 상대방이 내 마음을 몰라주거나 내 기대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거나 또는 공감을 받지 못할 때 스트레스를 많이 받습니다.
진료 현장뿐만 아니라, 강의 현장에서 주부를 만나게 되면 물어봅니다.
"누가 가장 스트레스 주나요?"라고 물으면 동시에 대답하는 사람이 누군지 아시겠죠?
"남편 "이라고 말합니다.
정말 그 얘기를 들을 때마다 남편의 한 명으로서 마음이 아픕니다.
왜 우리는 이렇게 많은 스트레스를 주고받을까요?
바로 공감해주지 못하기 때문이죠. 특히 남자들은 공감 표현이 아주 약합니다.
마음은 있어도 공감을 표현하지 못하기 때문에 많은 아내들이 스트레스를 받고 있습니다.
오늘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부부와 같이 가까운 관계일수록 서로 표현을 못 해서 스트레스를 주고받지만,
그래도 정말 힘든 순간에는 서로를 위하고 희생할 수 있는 관계가 바로 배우자나 가장 가까운 사람입니다.
얼마 전에 한 선배를 만났습니다.
그 선배는 오래전부터 당뇨로 고생을 많이 했고 결국 당뇨의 합병증으로 신장의 기능이 망가져 투석을 오랫동안 받다가 신장 이식수술을 받았습니다.
그 수술이 굉장히 큰 수술이고 어려운 수술인 걸 알기 때문에 걱정을 많이 했는데, 수술을 잘 받고 건강한 모습으로 퇴원하여 만나게 되었습니다.
저에게 이런 말을 했습니다.
"동환아, 요즘엔 기술이 좋아져서 신장을 주고받을 때 혈액형이 달라도 된다는 걸 알고 있지?"
"신장을 이식받은 환자들이 병실에 쭉 누워있는데 신장을 준 사람들 중 누가 제일 많이 준 지 아니?"
그래서 저는 "혈액형에 상관없이 줄 수 있으니까, 가족 중에서 형제나 부모, 배우자 중... 누굴까요?라고 얘기했습니다.
"병실에 누워 있던 모든 환자들이 100% 부인이 줬단다." 이렇게 말하는 겁니다.
혈액형에 관계없이 신장 이식을 할 수 있게 되면서, 통계에도 신장을 준 사람들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사람이 배우자로 되어 있습니다. 월등하게 많습니다.
그만큼 항상 서로 공감 받지 못한다고 스트레스를 주고받는 관계이지만, 가장 힘들고 어려울 때에는 서로를 위해서 희생할 수 있는 관계가 바로 가장 가까운 관계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그 선배는 마지막에 저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는 정말 부인이 신장을 줘서 너무 고맙고 앞으로 잘 하고 살아야겠다"고 말하고는 눈물이 글썽이는 걸 보면서 마음이 아주 찡해졌습니다.
이 영상을 보시는 모든 분들은 가장 가까운 분을 떠올려보세요.
'평소에 내가 공감해주지 못했고 공감 받지 못 해서 서로 스트레스를 주고받던 상황이었지만, 그래도 정말 힘들 때 옆에 있어줄 수 있고 희생해 줄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인가?'
이런 생각을 하며 마음을 편안하게 가지고, 떠올랐던 그분과 공감을 표현할 수 관계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더욱더 건강한 관계를 이루어가면서 더욱더 건강한 생활을 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