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과 북이 전면전 벌이면 누가 이길까?
유용원
정치부 군사 전문기자
E-mail : bemil@chosun.com
“왜 경제학을 전공한 사람이 실속도 없는 군사전문기자가 됐어요?..
“왜 경제학을 전공한 사람이 실속도 없는 군사전문기자가 됐어요?” 가장 자주 받는 질문이다. 그때마다 “취미가 직업이 됐다”고 답하며 “내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 아니냐”고 반문한다. 1964년 충남 천안에서 태어나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1990년 조선일보사에 입사했다. 어릴 때부터 군사분야, 특히 무기체계에 관심이 많아 군사전문기자를 희망했고, 운 좋게도 그 소원이 이뤄져 1993년 이래 줄곧 국방부를 출입, 국내 언론인 중 최장수 국방담당 기자로 활동중이다.
국내 최대의 군사전문 웹사이트 ‘유용원의 군사세계(http://bemil.chosun.com)’도 운용하고 있다. ‘유용원의 군사세계’는 하루 평균 9만~10만명의 네티즌이 방문하고 있고, 2001년8월 개설 이래 누적 방문자 수(2013년9월 현재)는 2억4600여만명에 달한다. 제6회 한국언론대상, 제1회 언론인 홈페이지 대상, 제7회 항공우주공로상, 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1994년) 등을 수상했고, 조선일보 창간 이래 최다 사내 특종상(39회) 기록도 가지고 있다. TV조선의 북한 전문 프로그램 ‘북한 사이드 스토리’의 사회자를 맡는 등 방송에서도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미국 미주리대 저널리즘스쿨 연수 /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졸업1990년 조선일보 입사 / 조선일보 창간 이래 최다 사내 특종상(39회)
입력 : 2013.11.11 05:30 미군 없이 단독으로 붙어도 승리, 하지만 폐허 속의 승리될 것
최근 군 정보 최고 책임자인 국방정보본부장(육군중장)이 국회 국정감사에서 “남과 북이 전쟁하면 누가 이기느냐”는 의원 질의에 대해 “우리가 진다”고 답변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국방부는 이에 대해 정보본부장이 “군사력 비는 우리가 불리하지만 전쟁이란 유무형 전투력과 국가 잠재역량을 모두 계산해야 하기 때문에 우리가 결코 불리하지 않다”고 답변했을 뿐 결코 “우리가 진다”고 말한 적이 없다고 해명하고 있다.
현재 김관진 국방장관을 포함한 군 관계자들을 비롯, 남북한간에 전면전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보는 전문가들은 거의 없다. 김 장관도 국회 국방위 등에서 공개적으로 “북한의 전면전 도발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국지도발 가능성은 높다”고 말한 바 있다. 정보본부장 국감 답변 논란을 계기로 남북한 전면전이 벌어졌을 경우 어떻게 전개되고 어떤 결과가 초래될지에 대해 살펴본다.
미군 대규모 지원하더라도 5~6개월 이상 걸릴 듯
남북한 전면전시 미군이 대규모 개입을 하는 경우는 물론, 그렇지 않고 한국군 단독으로 싸웠을 경우에도 한국군이 승리할 것으로 보는 전문가가 많다. 하지만 승리에 이르기까지의 과정과 상황은 크게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우선 미군이 대규모 개입 및 지원을 할 경우를 살펴보자. 현재 한미 양국은 미군의 대규모 개입 및 지원을 전제로 한 전면전 작전계획을 갖고 있다. 그 작전계획이 이미 널리 알려져 있는 ‘한미 연합작전계획 5027’이다. 양국은 이 작계 5027을 토대로 매년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 등을 실시하고 있다. 작계 5027과 시차별 부대전개제원(TPFDD)에 따르면 전쟁 발발 3개월 이내에 병력 69만명, 5개 항모전단 등 함정 160여척, 항공기 2500여대를 단계적으로 한반도에 파견토록 돼있다.
퍼레이드에 등장한 북한 240mm 방사포. 한미 양국군은 이 대규모 증원군이 한반도에 속속 도착하는 것에 맞춰 북한의 남침을 저지하는 데 그치지 않고 본격적인 반격작전을 실시, 휴전선 이북으로 북진해 평양을 점령하고 북한 정권을 무너뜨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미 해병대는 원산·남포 등지에서 대규모 상륙작전도 시도한다. 양국군은 북한 정권을 무너뜨리더라도 중국을 자극할 것을 우려해 압록강까지 진격하지 않고 청천강 인근까지만 북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공중전에선 개전 3일 내 북한 공군 궤멸
이런 시나리오가 계획대로 실현되더라도 전쟁이 한미 양국군의 승리로 끝나는 데는 5~6개월 이상이 걸릴 전망이다. 북한 정권이 무너진 뒤에도 이라크전이나 아프가니스탄전에서처럼 북한 반군들이 게릴라전을 펼칠 수 있기 때문에 실제 전쟁기간은 더 길어질 수 있다. 물론 지상군 투입 없이 공습만으로 전쟁을 끝낼 수 있다면 1~2개월내 승리도 가능할 것이다. 노후 전투기가 많은 북한 공군은 유사시 개전 사흘내에 한미 양국 공군에 의해 궤멸되는 것으로 워게임(Wargame) 결과 나타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 육군의 2배에 달하는 102만명의 지상군과 강력한 포병화력 등 만만찮은 지상전력을 가진 북한군이 지상전 없이 항복할 가능성은 거의 없기 때문에 상당한 희생과 시간을 요구하는 지상전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북한은 각종 지하시설이 1만여개에 달하는 등 이라크·아프간에 비해 지상전을 펴기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다.
북한군 선군호 신형 전차. 125mm 주포와 대전차, 대공미사일을 장착하고 있다. 문제는 작계 5027과 시차별 부대전개제원대로 대규모 미 증원군이 한반도에 파견될 수 있느냐다. 미 증원군 69만명은 전체 미군 병력의 40%가 넘는 수준으로 실제로 이렇게 많은 미군 병력이 한반도에 파견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까운 게 현실이다. 이라크전과 아프간전에 질린 미국은 인명피해가 많이 초래되는 대규모 지상군 파견은 더이상 하지 않는다는 게 기본 방침이다. 이라크·아프간전 전례 등을 감안할 때 한반도 유사시엔 최대 10만~15만명 가량의 미 지상군이 파견될 것으로 예상하는 게 현실적이라는 지적이다.
그럴 경우 한미 양국군이 전쟁을 승리로 끝내는 데는 더 긴 시간이 필요하게 된다. 지난 2003년 이라크전 개전 이후 한미 양국은 미 본토 등에서 대규모 증원군이 오지 못하고 주한미군과 주일미군, 알래스카·하와이 등 태평양 일부 지역 미군 정도만이 한반도에 투입될 경우를 상정해 ‘작전계획 5026’를 만든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군이 이라크·아프간 등 다른 지역에서 대규모 전쟁을 수행하고 있다면 한반도에 대규모 증원군을 보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당시 ‘작전계획 5026’을 토대로 시뮬레이션을 해본 결과 한미 양국군은 평양 이남 지역까지만 북진한 뒤 전선이 교착상태에 빠진 것으로 전해졌다.
수도권 타격 북 장사정포 완전 파괴에 하루 이상 걸려
미군의 도움 없이 한국군 단독으로만 싸운다면 승리의 길은 더 멀고 험해진다. 한국군의 정보감시 및 정밀타격 능력 등이 과거에 비해 향상됐지만 단독으로 대규모 전쟁을 수행하기에는 아직도 부족한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다만 전반적인 전쟁수행 능력면에서 우리가 북한에 비해 상당한 우위에 있기 때문에 결국은 우리가 승리하겠지만 최소 6~8개월 이상의 시간이 걸려 ‘폐허속의 승리’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미군의 대규모 개입으로 전쟁이 5~6개월만에 끝나더라도 남한 전역이 엄청난 피해를 입는 것은 피하기 힘들다.
유사시 북한 후방지역 타격하는 한국군 '해성-3' 잠대지 순항미사일 발사장면.
수도권을 위협하는 북한 장사정포(350여문)는 시간당 최대 1만발 이상의 포탄을 퍼부을 수 있는데 현재 우리 군 능력으로는 이들을 하루 안에 모두 파괴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한다. 북한은 세계 최대 규모인 20만명의 특수부대도 보유하고 있는데 이중 1만~2만명만 우리 전후방 지역에 투입되더라도 각종 사회기반 시설 등이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1000여발의 탄도미사일과 200기의 이동식 발사대도 한미 양국군이 선제타격 등으로 모두 파괴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유사시 이중 상당수가 우리 대도시나 공군기지 등에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北 숨겨진 것 포함하면 국방비 연간 8조원대, 무기 생산 우리보다 값싸게
이번 국감에서 야당 의원들은 북한보다 군사비의 44배를 쓰고도 우리 전투력이 열세라고 판단하는 건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북한의 공식 국방비는 1조원도 안되지만 내년도 우리 국방예산은 35조8000억원인 점 등을 감안한 주장이다. 경제력면에서 월등히 우세한 우리가 북한보다 훨씬 많은 국방비를 써온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상식적으로 제기될 수 있는 의문이다.
전문가들은 두가지 측면에서 이 문제를 봐야 한다고 말한다. 우선 북한에 노출되지 않은 숨겨져 있는 국방비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한국국방연구원 등 전문기관들은 북한의 실제 국방비는 80억 달러(8조원) 안팎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다른 한가지는 사회주의 체제 특성상 무기 생산비용이 우리보다 훨씬 적게 든다는 점이다.
육군은 북한의 85~90%, 해·공군은 북한의 120~130% 전력 수준
남북한 전력비교도 관심사다. 국방정보본부장이 국감에서 답변했듯이 국방부는 아직도 우리가 북한에 비해 대체로 열세라고 보고 있다. 김 국방장관도 국회 답변에서 “우리 전력은 북한의 80% 수준”이라고 답변했다. 10년전 국방연구원에서 분석한 바에 따르면 북한군에 비해 한국군은 육군이 80%, 해군이 90% 수준으로 열세고 공군만 103%로 유일하게 우위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같은 국방부의 평가는 우리 전력을 과소평가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인 듯하다. 아직도 병력숫자 등이 중요한 의미를 갖는 육군만 북한의 85~90%로 열세이고, 해·공군은 북한의 120~130% 수준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지난 10월 국군의 날 행사에서 처음으로공개된 현무-3 순항미사일.
유사시 ‘후세인 목따기 작전’ 같은 ‘김정은 제거 전략’ 수행의지 보여야
문제는 이런 재래식 전력보다 북한이 우리보다 훨씬 우위에 있는 비대칭 전력이다. 북한의 비대칭 전력은 핵무기, 생화학무기, 탄도미사일, 장사정포, 특수부대, 잠수함정, 사이버전 등이 꼽힌다. 특히 절대무기로 불리는 핵무기는 단 한발이라도 우리 땅에 떨어질 경우 상상을 초월하는 피해와 심리적 충격이 예상되기 때문에 어떤 일이 있더라도 사용되는 것을 막아야할 처지다. 국방부는 이를 위해 ‘킬 체인(Kill Chain)’과 ‘한국형미사일방어(KAMD’) 체제를 늦어도 2020년대 초반까지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킬 체인이 구축되더라도 북한의 비대칭 위협을 모두 막을 수는 없는 만큼 보다 근본적이고 강력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군사전문가는 “이라크전 초기에 미국이 ‘후세인 목따기 작전’을 폈듯이 유사시 우리도 ‘김정은 제거작전’을 최우선적으로 수행하겠다는 의지를 보여 김정은의 도발을 억제하고 우리가 북한보다 우위에 있는 비대칭 전력도 발전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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