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우정 칼럼] 미국 용병은 필요 없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입력 : 2016.05.11 05:46

얼마 전 아인혼 전 미 국무부 특보가 서울을 누볐다. 불길이 일기 전에 한국의 핵무장론 불씨를 꺼버리라는 특명이라도 받은 모양이다. 핵무장론을 주장하는 여당 원내대표를 만났을 땐 상대의 말까지 자르고 비판했다. "강력한 한·미 연합 전력을 가진 것이 다행"이라는 발언을 낚아챘다고 한다. "한·미 연합 전력을 의심하지 않는다면서 핵무장을 왜 추구하느냐"는 반박이 매서웠다. 이걸 보고 여당 원내대표가 망신을 당했다는 기사가 한국에서 나왔다.
아인혼의 논리는 옳다. 동맹을 믿는다면 상대가 반대하는 핵무장론을 꺼내선 안 된다. 그런데 만약 동맹을 믿지 못하게 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여당 원내대표 신분으로 차마 거기까지 논쟁을 끌고 가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아인혼이 토론 배틀에서 승리하고 돌아간 지 열흘 만에 미 공화당은 대통령 후보로 트럼프를 확정했다. 긴 설명이 필요 없다. "북한 도발, 알아서 즐겨라"는 말 같잖은 말에 그의 본성이 다 드러나 있다. 아인혼이라면 이런 동맹에 운명을 맡길 수 있을까.
한국에선 한·미 동맹을 '혈맹(血盟)'이라고 한다. 미국에서도 '피로 맺어진 동맹'이란 표현을 간혹 쓴다. 하지만 그들에게 한·미 동맹은 나토와 미·일 동맹 다음 순번에 있다. 한·미 동맹은 원래 미국이 원해서 탄생한 게 아니다. 한국 정부가 '북침(北侵)' '반일(反日)' 카드까지 동원해 떠나려는 미군에 매달린 결과였다. 그래서 대통령에 따라 부침(浮沈)이 있었다. 한국이 미 대선을 국내 대선만큼 주목하는 이유다. 미국을 섬겨서가 아니라 미국의 변덕이 두렵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한·미 동맹은
자유·풍요의 기반이다
트럼프는 이 가치를
돈으로 환산하고 있다
미국이 달라진다면
우리도 달라져야 산다
우리 사회에 반미(反美) 열병은 1980년대 후반에 왔다. 대학에 들어서는 순간 한국은 미국의 지배를 받는 '신(新)식민지 반(半)봉건 국가'로 평가절하됐다. '민족 해방'을 주장하면서 자살한 학생도 있었다. 그런데 절규하던 학생들보다 훨씬 많은 학생이 당시 서울에서 열린 올림픽에 환호했다. 식민지 봉건국가에서 올림픽이라니. 한국의 실상은 보이는 그대로였다. 경제가 커졌고 풍요가 시작됐다. 자유와 민주도 달성했다. 우리만 잘해서가 아니다. 미국이 구축한 경제·안보 생태계에 들어가지 않았다면 아무리 발버둥쳐도 한국은 빈곤과 독재에서 벗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미국에 한·미 동맹은 그저 그런 동맹 중 하나일 수 있다. 하지만 우리에게 한·미 동맹은 어렵게 이뤄낸 자유와 풍요의 기반이다. 그렇다고 한국이 안보를 미국에 의탁하고 비겁하게 자유와 풍요에 안주한 건 아니다. 6·25, 베트남 전쟁에서 수많은 한국군이 미군과 함께 목숨을 잃었다. 트럼프는 이런 가치를 쓰레기처럼 구겨버린다. 그는 "미국이 한국을 지켜주는 것은 미친 짓"이라고 했다. 뭔가 거창한 이유가 있나 했다. 그런데 "돈이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런 논리라면 미군은 돈으로 고용하는 용병(傭兵)에 불과한가. 게르만 용병은 로마를 위해 싸우지 않았다. 미 용병도 자유를 위해 싸우지 않을 것이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명석하지 않았지만 종종 정곡을 찌르는 발언을 남겼다. "미국에 가장 큰 유혹은 물러섬(withdrawal)의 유혹"이란 발언이 그중 하나다. 미국 외교의 커다란 흐름인 고립주의 위험성을 지적한 것이다. 우리가 아는 미국이라면 트럼프를 선택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요즘 미국은 우리가 그동안 알았던 미국이 아닌 듯하다. 동맹의 출구 전략이 필요하다. 우리는 비겁한 국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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