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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진도의 자원봉사자들, 서울의 시위꾼들/ 조선일보

鶴山 徐 仁 2014. 5. 13. 14:05

[사설] 진도의 자원봉사자들, 서울의 시위꾼들

 

입력 : 2014.05.13 03:03

 
세월호 희생자·실종자 가족을 대하는 태도와 마음이 극(極)과 극으로 다른 두 가지 사람들이 있다. 한쪽은 진도에서 실종자 가족을 보살피는 자원봉사자들이고, 다른 쪽은 서울·안산의 집회장에서 반(反)정부·반(反)정권 구호를 외쳐대는 시위꾼들이다.

팽목항의 자원봉사자들은 가족들에게 먼저 말을 거는 법이 거의 없다. 빨랫감을 걷으러 다닐 때도 '빨래해 드립니다'라는 팻말만 들고 다닌다. 자원봉사자들이 스스로 정한 수칙(守則)엔 '음식은 꿇어앉듯 낮은 자세로 권한다' '발소리를 내지 않는다' 같은 것들이 있다. 무엇보다 가족의 마음을 먼저 헤아리고 말 한마디, 눈빛과 발걸음, 손짓 하나도 조심한다. 어버이날인 지난 8일 노란 카네이션을 달자는 의견이 나왔지만 봉사자들은 논의 끝에 가족들을 더 슬프게 할 수 있다며 하지 않기로 했다. 실종자 어머니가 대학생 봉사자를 보고는 "아들 같다"며 울음을 터뜨리자 자원봉사자 나이를 25세 이상으로 제한했다.

자원봉사자 중엔 희생자 시신을 정성껏 닦아주는 장례지도사, 가족들 뭉친 근육을 안마 봉사로 풀어주는 시각장애인들도 있다. 파견 나온 여경(女警) 30여명은 가족들이 주저앉아 울음을 터뜨리면 함께 울고, 어깨를 안아주며 휴지로 눈물을 닦아준다.

진도의 이런 풍경과 대조적으로 서울과 안산에서 10일 오후 열린 추모 집회엔 민주노총·범민련남측본부·참여연대·민변·전교조 같은 단골 시위단체가 망라해 참가했다. 광우병 촛불시위나 제주 해군기지 건설 반대 시위, 여러 정치 집회에서 보던 얼굴도 적지 않다. 서울 청계천 집회에선 참가자들이 '세월호 학살' '신유신 독재' 같은 극단 용어를 동원하면서 '수첩공주 끌어내라' '무능 정권 퇴진하라'고 마음껏 외쳐댔다. 앞서 9일 청와대 앞 가족 농성에선 전문 시위꾼들이 선동하려 들자 가족들이 "우리는 시위하러 온 것 아닙니다. 유가족 아닌 사람들은 자제해주세요"라며 분위기를 가라앉히는 일도 있었다. 시위꾼들은 유족들 마음을 위로해야겠다는 생각 같은 건 없고 어떻게든 이 사건을 활용해 한판 벌여보려는 마음뿐이다.

지금 대한민국은 참담한 비극을 딛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느냐는 국가 복원력(復元力)이 시험대 위에 올라 있다. 많은 국민은 진도의 자원봉사자들을 보며 희망을 갖다가도 서울·안산의 전문 시위꾼들을 보면 다시 절망하게 된다. 어느 쪽이 나라가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힘을 보태주는지는 국민이 더 잘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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