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새 韓銀 총재, 국제적 시야·人脈 갖춘 인물이어야
입력 : 2014.01.27 03:04
2008년 세계 금융 위기는 어느 나라든 혼자 힘으로는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는 교훈을 남겼다. 중앙은행들끼리 협력하지 않으면 어떤 국가도 홀로 위기에서 탈출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 줬다. 많은 국가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저금리와 금융 완화 같은 정책을 똑같이 실행하고 있지 않은가. 주요 국가들이 국제적으로 명성이 높은 금융 전문가들을 중앙은행 수장(首長)으로 속속 영입하는 것은 중앙은행들 간의 연대(連帶)가 그만큼 중요해졌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다음 달 취임하는 재닛 옐런 연방준비제도(FRB) 의장은 본인도 저명한 경제학자이지만 FRB 부의장에 스탠리 피셔 전 이스라엘 중앙은행 총재를 추천했다. 피셔 부의장은 IMF 수석 부총재 시절인 1997~1998년 아시아 외환 위기 때 한국·인도네시아·태국 등에 구제금융을 제공하며 혹독한 구조조정을 요구했던 인물이다. 세계 금융시장에서 절대적인 파워를 과시하는 FRB도 국제적인 인적 네트워크를 가진 인물이 필요했다는 말이다.
세계 금융 위기는 중앙은행의 역할마저 완전히 바꿔놓았다. 과거 중앙은행은 인플레와 싸우며 자국(自國) 통화 가치를 지키는 일을 제1의 임무로 여겼다. 그러나 위기를 거치면서 선진국 중앙은행들은 실업률을 낮추는 목표를 가장 중요한 사명으로 삼고 있다. 금융시장을 안정시키는 것은 물론 사실상 나라 경제를 회생시키는 일까지 떠맡게 된 것이다. 옐런 신임 FRB 의장이 오바마를 제치고 영향력 1위로 오른 것도 이런 역할 변화를 반영한 결과다.
이런 역할 변화로 인해 중앙은행 총재가 상대해야 할 대상도 금융시장을 뛰어넘어 온 국민으로 확대됐다. 벤 버냉키 FRB 의장은 전 세계를 상대로 정책을 설명해야 했다. 그가 '말'을 무기 삼아 금융 완화 정책을 내놓으면 주가가 뛰고 기업이 투자에 나섰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 총재도 그리스 위기가 한창이던 2012년 7월 "유로를 지키기 위해 무엇이든 할 것"이란 단호한 한마디로 시장을 안정시켰다. 평소 소통에 노력하며 신뢰를 쌓지 않고선 불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이제 중앙은행 총재는 사람들을 신명 나게 만드는 샤먼(무당)이 돼야 한다는 말까지 나왔다.
박근혜 대통령이 오는 3월 말 임기가 끝나는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의 후임을 찾고 있다. 후임에는 벌써 대선 캠프 출신 등 대통령과 친분 있는 사람들이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한은 총재가 정권의 전리품(戰利品)이 될 수는 없다. 대통령의 '경제 혁신 3개년 계획'에나 발을 맞춰 줄 파트너로 후보감을 찾아서도 안 된다. 금융에 대한 해박한 지식이나 조직 장악력 같은 자격 요건은 조그만 장식품에 불과하다. 새 한은 총재는 누구보다 국내외 경제 흐름에 대한 예민한 후각(嗅覺)을 갖춘 인물이어야 하고, 위기 땐 다른 중앙은행 총재들과 직접 통화하며 발 빠르게 행동할 수 있는 용맹한 투사(鬪士)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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