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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한 손님 요우커] 인천港 온 크루즈 요우커들, 화물 터미널로 통과/ 조선일보

鶴山 徐 仁 2014. 1. 25. 19:29

[귀한 손님 요우커] 인천港 온 크루즈 요우커들, 화물 터미널로 통과

  • 특별취재팀
  • 사회부=김재곤 기자
  • 사회부=이옥진 기자

  • 사회부=이순흥 기자

  • 사회부=김승재 기자

  • 성혜란 인턴기자(고려대 중문과 4학년)
  •  

     

    입력 : 2014.01.25 03:00

    [3] 황당한 '요우커 인프라'

    크루즈 전용 터미널은커녕 시내 오가는 셔틀버스도 全無
    남산에 케이블카 타러 갔더니 중국어 할 줄 아는 직원 없어

    "한국에서는 'i(관광안내소 표시)'를 찾기가 무척 어렵네요. 지난 여름방학 때 갔던 유럽에선 어느 도시를 가더라도 'i'가 쉽게 보였는데…."

    지난 20일 서울 지하철 4호선 명동역에서 만난 대학생 '요우커'(중국인 관광객) 쑤멍이(蘇夢怡·여·20)씨는 한참 동안 지하철역 주변 지도를 보고 있었다. 쑤씨는 "관광안내소에 가서 관광명소와 맛집의 위치를 물어보려고 했는데, 관광안내소조차 찾을 수가 없으니 큰일"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실제 명동 거리와 인근 지하철역(명동·을지로입구역)에서 관광안내소의 위치를 표시해놓은 지도나 안내판은 찾아볼 수 없었다. 베이징에서 온 후진추(胡金秋·여·27)씨는 남산에서 진땀을 흘리고 있었다. 후씨는 "케이블카를 타고 싶었는데, 매표소에 중국어 안내가 전혀 없고 중국어를 할 줄 아는 직원도 없었다"고 말했다. 후씨의 양손엔 쇼핑한 물건들을 가득 담은 종이백이 주렁주렁 들려 있었다.

    
	지난 20일 서울 중구 명동거리 관광안내소 앞에서 중국 관광객들이 지도를 보고 있다. 어렵게 관광안내소를 찾아간 이들은 중국어 직원이 없어 안내를 제대로 받지 못했다. 이들은 “영어권 담당자가 와서 안내를 해줬지만 잘 알아들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지난 20일 서울 중구 명동거리 관광안내소 앞에서 중국 관광객들이 지도를 보고 있다. 어렵게 관광안내소를 찾아간 이들은 중국어 직원이 없어 안내를 제대로 받지 못했다. 이들은 “영어권 담당자가 와서 안내를 해줬지만 잘 알아들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윤동진 객원기자
    이미 요우커가 일본인 관광객을 숫자나 씀씀이에서 크게 능가하고 있지만 '귀한 손님' 요우커들을 제대로 맞이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고승익 제주관광학회장은 "영어권 관광객을 위한 인프라는 나쁘지 않은 편이지만, 요우커를 대상으로 한 인프라는 열악하다"고 말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중국인 대상 여행업체 300여개사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요우커에 대한 호텔·식당 등의 수용 준비도에 대해 업계 종사자 66.3%가 '매우 부족해 정상적 서비스 제공이 어렵다'고 답했다. '서비스 저하가 우려되는 상황(29.3%)'이라는 답도 30%에 가까웠다. '전혀 문제 없다'는 응답은 0.7%에 불과했다. 요우커들은 한국 여행 중 '열악한 숙박시설(39.1%)'에 가장 큰 실망을 느꼈고, '부실한 먹을거리(18.7%)' '중국어 안내 부족(16.1%)' '부족한 볼거리(10.9%)' '관광가이드 자질(5%)' 등도 불만이라고 지적했다.

    
	우리나라엔 없는 해외의 요우커 대상 인프라 정리 그래픽

    요우커와 일본인을 서비스에서 차별하는 곳도 있다. 요우커들이 많이 찾는 서울 명동의 'KT 와이파이 기기대여소'는 일본인 관광객에게만 기기를 대여해주고 중국인들에게는 안 빌려 준다. 대여소 관계자는 "중국인들이 물건을 험하게 써서 기기가 망가지는 사례가 많아 중국인 대상 대여를 중단했다"고 설명했다. 또 중국인들이 많이 쓰는 은련(銀聯·유니온페이) 카드는 국내 BC카드와 제휴가 돼 있어 전국 240만개 가맹점에서 사용 가능하지만, 중국인들이 더 많이 쓰는 은련 직불카드를 받을 수 있는 상점은 신용카드의 3분의 1 수준(80만 가맹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항을 통해 들어오는 크루즈 요우커들은 화물 컨테이너 터미널에 내려야 한다. 작년 한 해 크루즈로 한국을 찾은 요우커는 42만명에 달했지만, 크루즈 전용 터미널은커녕 터미널과 시내를 오가는 셔틀버스도 없는 상황이다.

    이른바 '관광 선진국'으로 불리는 국가들은 요우커 유치에 발벗고 나선 지 오래다. 중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관광지 1위인 일본은 방일(訪日)여행전문가(JTS) 육성을 통해 요우커를 끌어모으고 있다. 일본관광청은 중국 내 여행사 일부를 초청, 각 지방자치단체들이 나서 지역 관광정보를 교육하게 한다. 중국 현지 여행사 직원이 방일여행전문가가 돼 일본 방방곡곡의 다채로운 여행 상품과 인프라를 개발, 제안한다. 서울과 제주도 일부 지역에만 요우커 관광지가 사실상 국한된 우리나라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2012년 1월 스페인 남부의 '세비야'시(市)와 주(駐)스페인 중국대사관은 세비야를 유럽 최초의 '중국친화도시(Chinese Friendly City)'로 선정했고, 후안 조이도 세비야 시장은 "우리 시를 중국인 관광객들의 주요 거점으로 만들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미국·일본·싱가포르·말레이시아·태국 등 관광 선진국들은 요우커의 활발한 출입국을 위해 개별관광비자 발급 절차를 간소화하고 복수비자(일정 기간 안에 여러 번 방문이 허용되는 비자) 발급을 대폭 확대했다.

    경희대 관광학부 이충기 교수는 "관광 선진국의 요우커 유치 전략을 과감히 벤치마킹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