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유시민씨 "장성택·이석기 사건이 같다"니 北서 살 생각 있나
입력 : 2013.12.17 03:01
장성택은 지난 8일 북한 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 도중 끌려나가 나흘 뒤인 12일 사형 판결을 받고 곧바로 처형됐다. 장성택의 죄상(罪狀)을 열거한 노동당 결정서나 법원 판결문 어디에도 장성택이 무슨 죄를 지었는가를 입증하는 제대로 된 증거는 단 하나도 없다. 판결문의 핵심은 장이 김정은 추대식에서 건성으로 박수를 치고 마약·도박을 하고 쿠데타를 하려 했다는 믿기 어려운 비난 일색이다. 장성택이 변호인의 도움을 받으면서 자신을 방어할 기회를 가졌는지도 언급이 없다. 재판정에 끌려나온 장성택의 퍼렇게 멍들고 부어오른 눈두덩과 손목을 보면서 그가 무슨 일을 당했는지 짐작할 뿐이다.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이 연루된 내란 음모 사건이 처음 세상에 알려진 것은 지난 8월 28일이다. 검찰이 그날 이석기 의원회관 사무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섰지만 통진당 당원들이 가로막아 사무실 안으로 들어가지도 못했다. 그사이 이석기 보좌관들은 주요 문서들을 없애 버렸다고 한다. 이석기는 열흘 뒤 구속 수감될 때까지 수시로 기자회견을 열어 무죄를 주장했다. 이석기는 현재 20명 넘는 변호인들의 도움을 받으며 재판정에서 검찰과 석 달째 법리 공방을 벌이고 있다. 유씨는 이걸 보면서도 두 사건이 같다고 했다.
유씨는 이석기를 국회의원으로 만들어준 1등 공신이다. 통진당은 2012년 총선을 앞두고 옛 민주노동당과 유씨가 이끄는 참여당, 진보신당 일부가 합쳐서 만든 정당이다. 이 합당이 없었다면 통진당이 민주당과 1대1로 야권 단일화 협상을 벌일 자격을 인정받지 못했을 것이고, 통진당이 이석기를 포함한 13명의 국회의원을 당선시키기도 어려웠을 것이다. 유씨 측 인사들의 폭로로 통진당 내부에서 벌어진 비례대표 경선 부정이나 애국가 제창 거부 같은 일도 바깥세상에 알려졌다.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장성택 처형 발표 사흘 만인 16일 "북한 공포정치의 실상에 세계가 경악하고 있다"며 "이제 정신 차려야 할 때"라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국가정보원이 지난 4일 '장성택 실각설'을 처음 공개하자 중진 의원들과 당 대변인들이 앞다퉈 '국정원 음모론'을 들고 나왔다. 어느 좌파 문사(文士)는 트위터에 "국정원이 존재감을 과시하기 위해 설익은 정보를 흘렸다"고 했다. 야당 중진 의원은 북이 장성택 체포 장면을 공개한 직후에도 "김정은 체제를 강화시켜주는 것이 좋다"며 "김정은은 늠름하고, 좀 무서운 친구"라고 말했다. 야권 인사들의 이런 발언과 태도는 그들이 우리 국민과 동떨어진 다른 나라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국민과 다른 세상에 살면서 어떻게 국민에게 표(票)를 달라고 할 건지 그게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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