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동반성장 연구소 이사장 정운찬 입니다.
동반성장은 더불어 같이 성장하자는 것인 만큼 비단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관계에만 해당하는 말이 아닙니다.
동반성장은 더 넓은 의미로 해석되어야 합니다.
대 중소기업간, 빈 부간, 도 농간, 지역 간, 수도권과 비 수도권 간, 남녀 간, 남북 간, 국가 간 등 다양한 영역에서 이루어질 수 있고 이루어져야 합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대 중소기업간 동반성장을 강조하는 것은 가장 절박한 것부터 하나씩 차례로 풀어가자는 의미에서입니다. 모든 문제를 한꺼번에 다 풀려고 하면 그 영역이 넓어져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될 염려가 있어서 일단 가장 가까운 것, 현실적인 것, 절박한 것부터 해결해나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더구나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동반성장을 이루면 빈부도, 도농도, 수도권과 비수도권간의 문제도 어느 정도 완화될 수 있습니다. 대기업이 수도권과 주요 도시에 많고, 주요 부자들이 이를 소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남녀 간의 동반성장의 경우, 제가 서울대 총장으로 있을 때 작은 실천을 한 경험이 있습니다.
그 당시 저는 서울대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교수를 학생처장과 연구처장으로 모셨습니다.
물론 이 분들은 역대 어느 교수들보다 많은 일을 잘 해내셨습니다.
서울대 총장시절에 동반성장을 실천한 것 중 또 다른 하나는 2005년에 시작한 지역균형 선발제였습니다.
서울대가 신입생을 뽑을 때 전국의 각 고등학교에서 교장선생님이 3명 이내로 학생을 추천하면 그 학생들 안에서
먼저 1000명 가까이를 뽑고 나머지는 기존의 방법으로 뽑는 것이었습니다.
그 결과 그 전까지는 서울대에 학생을 한명이라도 입학시킨 고등학교의 숫자가 700여개에서 1000여개로 늘었습니다.
그 만큼 다양한 지역, 다양한 고등학교에서 서울대에 진학할 수 있게 되었던 것입니다.
남북 간 동반성장은 개성공단이 좋은 예가 될 것입니다.
최근 북한이 핵무기 위협을 고조시키며 개성공단에 남측노동자 출입을 봉쇄해 그곳에 입주한 중소기업에 막대한 피해를 주고 우리 국민전체를 불안 속에 밀어 넣으려고 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개성공단은 남북한 동반성장의 중요하고도 상징적 사업임에는 틀림없습니다. 국가 간 동반성장도 아주 쉬운 것부터, 가까운 것부터 실천할 수 있습니다.
신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인 만리장성에 우리나라 사람들이 많이 가고, 세계7대 자연경관 중 하나인 제주도에 중국 사람들이 많이 오면 그것도 하나의 동반성장입니다.
역사적으로 우리 고유 전통인 향약, 두레도 동반성장의 길이었습니다.
위기에 빠진 나라를 구하기 위해 전 국민이 참여했던 금모으기운동도 동반성장을 위한 노력이었습니다.
또한 경주 최부잣 집, 위런 버핏과 빌 게이츠 같은 부자들의 나눔과 기부활동도 동반성장의 일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난 대선 무렵 정치권의 뜨거운 이슈였던 경제민주화도 동반성장을 실현할 좋은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그들의 주장은 이러했습니다. 한 정당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의 지금까지의 관계를 그대로 받아들이되 앞으로는 대기업이 공정거래 규칙을 제대로 지키도록 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다른 정당은 어떤 방법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떻게 해서든 재벌을 손보자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경제민주화는 한걸음 더 나아가 동반성장으로 목적을 삼아야 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다시 말해서 우리의 바람은 잘 사는 사람을 못살게 만들자는 것이 아니라 모두 함께 잘 살게 하자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동반성장은 삶의 철학입니다.
저는 동반성장 사회가 '더불어 잘 사는 사회', '모두에게 공정한 기회를 주는 사회', '꿈과 도전을 기대할 수 있는 공정한 사회' 라고 누누이 강조해왔습니다. 이처럼 동반성장은 삶의 철학이자 또한 사회공동체의 운영원리이기도 합니다.
우리 모두 ‘동반’하여 성장합시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