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랜스 기자로 글을 쓰고 방송을 하는 일 이외에 서울 홍대 앞에서 막걸리집을 운영하고 있다.
막걸리집을 운영하게 된 데는 이런저런 사정도 있었지만 그런 이야기를 생략한다고 해도, 벌써 운영을 시작한지 2년이 다돼간다. 직원도 이번 달로 서른 명이 넘어가기 시작했다.
가끔은 내 원래 직업이 뭐였던가 헷갈릴 정도로 가게는 정신없이 돌아가고 빠른 속도로 성장해가고 있다.
처음에는 '기자님'이라는 호칭대신 '어이, 주모'로 불리며 돈을 벌어야만 하는 걸까, 하는 생각도 했다.
이런 시간과 정성으로 글 한자를 더 쓰는 게 내 커리어와 정신건강을 위해 나은 일이 아닐까하는 고민도 했다.
그렇게 두 가지 직업, 그러니까 기자라는 정신노동과 막걸리집 주인이라는 육체노동을 병행하는 시간을 1년 9개월째. 이 일을 시작하길 정말 잘했다는 결론을 내리게 됐다.
그것은 돈을 벌었기 때문도 아니고 장사에서 새로운 적성을 발견했기 때문도 아니다.
이제까지의 어떤 고상한 일에서도 느끼지 못한 한 가지 깨달음을 얻었기 때문이다.
바로 이 책에서 읽은 깨달음과 같은 것이다.
어떤 직종, 어떤 직업에 종사하든 그 일에서 성공을 거두려면 비결은 딱 한가지다.
대단한 학벌도 타고난 머리도 소용이 없다.
분야를 막론하고 성공은 사람의 마음을 읽는 데서 시작한다.
내가 뭘 잘하고 뭘 하고 싶은지를 떠올리기 전에 시장이, 그러니까 소비자가 뭘 원하고 뭘 좋아하는지부터 생각해야 한다. 기자도 마찬가지다. 내가 쓰고 싶은 글이 아니라 대중이 원하는 정보, 대중이 갈구하는 기사를 취재하고 기사로 써서 보여주어야 한다.
장사는 말할 것도 없다. 나의 능력, 내가 만든 상품 혹은 서비스를 소비할 사람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그들의 마음이 원하는 것을 주어야 한다.
스타벅스의 창업자이자 온워드의 저자인 하워드 슐츠의 강연DVD, 거기다 부록까지 붙어있는 이 두꺼운 책이 509페이지에 걸쳐 말하고자 했던 것은 바로 이것이다.
'여러분의 마음을 읽기 위해 우리는 많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이 한마디를 하기 위해 그 두꺼운 책과 부록이 붙어있다.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성장을 일궈내던 스타벅스가 2007년경부터 돌연 매출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성장에 취해 소비자들의 마음을 읽는데 소홀했기 때문이다.
경영일선에서 물러나있던 슐츠가 CEO로 복귀해서 스타벅스를 재탄생시키는 과정을 그린 이 책은, 그렇게 다시 소비자들의 마음 속으로 깊이 들어가는 과정을 생생하게 묘사했다.
시가 총액 25조 원의 세계 최대의 커피 회사 스타벅스.
'사람 중심의 문화를 창조한 기업'으로 큰 성공을 누려온 스타벅스에 절체절명의 위기가 닥친다.
핵심 가치와 초심을 멀리한 채 매장 수 1만 6,000개를 넘기며 몸집 불리기에만 급급했던 결과, 그동안 묵과했던 문제들이 속속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다.
급기야 2007년에는 방문 고객 증가율이 사상 최저치로 기울고 주가가 무려 42퍼센트나 하락하는 등 총체적 위기에 휩싸인다. 스타벅스 창립자 하워드 슐츠는 2000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가 위기에 빠진 회사를 구하고자 2008년 1월, 8년 만에 CEO로 전격 복귀했다. 그리고 스타벅스를 송두리째 바꿔놓은 초유의 혁신 프로젝트를 감행하기 시작하는 데 그 많은 프로젝트를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소비자들의 마음을 읽기 위한 것이었다.
그렇게 이 책은 스타벅스의 CEO가 사활을 걸고 단행한 2년간의 '사람 마음 읽기'의 과정을 묘사했다.
CEO가 한 말중에 "적극적으로, 날렵하게, 그리고 공격적으로 전진하는 것이야말로 성공의 지름길"이라고 썼지만 경영자로서 단지 경쟁에서 이기거나 돈을 버는 것만이 최고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은 했지만 그런 말들조차도 사람들이 스타벅스의 CEO로부터 그런 말을 듣기를 원했기 때문에 그들이 원하는 바를 해주었다고 생각한다.
정확히 소비자의 마음을 읽고 대비한 것이다.
똑같은 스팩을 가지고 있는데 똑같이 노력을 하고 있는 데 왜 나만 잘 안풀리까? 하는 분들에게 이 책을 읽어보시라고 권하고 싶다. 장사하시는 분들도 마찬가지로 하워드 슐츠가 사람의 마음을 읽고 사로잡기 위해서 해온 지난 몇 년간들의 노력을 들여다보면 분명 나는 지금 왜 일이 잘 안풀리까 하는 물음에 대한 해답이 보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