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여행 가고 싶을 때, 고택에서의 가을밤
조금은 불편할 수 있지만 그마저도 멋진 추억이 되는 고택에서의 하룻밤. 고즈넉한 공간에서 지친 심신을 치유해 보는 건 어떨까?
농암종택
안동 고택 ‘양반의 고장’이라 불리는 경북 안동은 우리나라에서 고택이 가장 많은 곳. 하회마을과 그 주변, 부용대, 도산서원, 임하댐, 봉정사, 독립기념관 등 경치 좋은 곳에 고택이 즐비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하룻밤 묵어갈 수 있다. 단, 입소문이 많이 난 곳은 최소 일주일 전, 주말엔 한 달 전에는 예약해야 한다.
농암종택 농암 이현보 선생이 태어나고 자란 집으로 직계 자손들이 650여 년간 대를 이어 살고 있다. ‘가송리’에 위치한 농암종택은 마을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아름다운 소나무가 있는 마을로 ‘낙동강마저 쉬어가는 곳’이라는 별칭이 있을 만큼 낙동강 700리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곳에 위치해 있다.
“앞에는 낙동강이 유유히 흐르고, 뒤에는 청량산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어 산촌과 강촌의 전경을 한꺼번에 만끽할 수 있는 게 농암종택의 가장 큰 매력이에요. 밤에 자려고 누우니 강물 흘러가는 소리가 들리더라고요. 퇴계 이황이 이곳을 찾을 때마다 산책을 즐겼다는 ‘퇴계 오솔길’과 농암종택의 안주인인 종부가 직접 지어내는 아침 식사는 꼭 챙기길 바랍니다. 아직 신혼이라 남편과 단 둘이 왔는데, 아이가 태어나면 꼭 다시 올 거예요.”(안유경 씨) 문의_054-843-1232
지례예술촌 지촌 김방걸 선생의 종택으로 13대 후손인 김원길(68)씨가 문학가들이 조용한 곳에서 마음껏 글을 쓸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겠다며 만든 예술촌. 하지만 규모가 커서 일반인도 얼마든지 이용할 수 있다. KBS 예능 프로그램 ‘1박 2일’의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지례예술촌은 안동 시내에서도 골짜기로 깊숙이 들어간 심심산골에 위치해 호젓한 시골 정취를 느끼고자 하는 이들에게 안성맞춤. 또한 다양한 전통 체험을 할 수 있어 아이들 교육에도 좋다. 새벽녘 임하호 부근에서 피어오르는 안개는 놓치기 아까운 지례예술촌의 비경. 문의_054-852-1913
옥연정사 서애 류성룡 선생이 평소 가까이 지내던 승려 탄홍의 도움으로 지은 정자. 옥연정사는 “낙동강이 이곳에 이르러 옥같이 맑은 못을 이룬다”는 뜻으로 지은 이름이라고 한다. 방이 3~4개라 하루에 12명 이하만 머물 수 있는 비교적 작은 규모의 고택으로 주인을 비롯해 옆방의 투숙객들과도 친교를 나눌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된다.
“단순히 잠만 자는 공간이 아니라 또 다른 만남과 인연의 공간으로 고택을 운영하는 주인의 생각이 좋더라고요. 옥연정사는 ‘원락재’라는 대청마루에서 손님들이 모두 모여 아침 식사를 하는 게 오랜 전통인데, 마치 옛날 대가족의 일원이 된 듯한 착각이 들더라고요. 색다른 경험이었는지 아이들도 무척 좋아했던 기억이 있습니다.”(박윤용 씨) 문의_054-857-7005
청송 덕천마을 고택 가을 단풍으로 유명한 주왕산과 150년 된 30여 그루의 느티나무가 비치는 저수지 ‘주산지’로 유명한 경북 청송군 파천면 덕천민속마을에는 유명한 고택들이 많다. 단풍 구경을 위해 이곳을 찾았다면 정갈한 고택에서 하룻밤 묵을 것을 강추한다. 덕천마을은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아름다운 마을 20’에 들어 있을 만큼 옛날 전통 마을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조선시대 9대 만석꾼 대부호였던 청송 심씨의 집성촌인 만큼 송소고택 외에도 찰방공종택, 송정고택, 창실고택 등 머물기 좋은 고택이 많다.
송소고택 지난해 한국관광공사가 조사한 한옥 숙박 체험지 검색 순위에서 1위를 차지할 만큼 유명한 고택이다. 영남의 대부호로 전국적인 명성을 떨쳤던 송소 심호택이 1880년경 지은 집으로 현재 우리나라에 남아 있는 몇 안 되는 아흔아홉칸 고택이며 보존 상태가 아주 양호해 관광객들을 사로잡고 있다. 지난 추석에 가족과 이곳을 다녀온 황혜주(47)씨는 전국의 고택을 찾는 마니아.
그중에서 송소고택이 가장 정갈하고 깨끗하다고 말한다. “고택은 관리를 잘 못하면 지저분한 느낌이 들어요. 그런데 송소고택은 주인이 어찌나 깔끔하게 관리를 하는지 마당에 들어서면 기분부터 상쾌해집니다. 아흔아홉 칸 고대광실에서 하룻밤 자고 나면 마치 안방마님이 된 것 같은 착각이 들어요. 가족들 뒷바라지를 위해 고생하는 주부들이 꼭 한 번 가봤으면 좋겠어요.” 문의_054-873-0234
논산 명재고택 조선 숙종 때의 학자인 윤증 선생의 집으로 그의 호를 따서 명재고택이라고 불린다. 명재고택은 고택이 모여 있는 경북 지역이 아니라 야트막한 산과 들이 펼쳐진 충남 내륙 깊숙한 곳에 의연히 자리 잡고 있어 눈길을 끄는 곳이다. 지난여름 우연히 고향 집에 들렀다가 이곳에서 하룻밤 묵었다는 조미영(37)씨는 “고택에서 몇 번 묵은 적이 있지만, 이곳의 느낌은 색다르더라고요.
화려하고 웅장한 느낌이 아니라 선비의 올곧은 기상이 담긴 품격이 느껴진다고 할까요? 조금 색다른 고택, 단아하고 품격이 있는 조선 선비의 기상을 느껴보고 싶은 이에게 권하고 싶어요”라고 말한다. 천연 염색, 전통 매듭, 전통 보자기 등 다양한 전통 체험을 할 수 있고, 300년 전통의 된장과 간장을 담그는 1000여 개의 장독대가 펼쳐진 장관도 볼 수 있다. 문의_041-735-1215
경주 사랑채 120년 된 한옥을 개조한 호스텔로 세계 배낭여행자들의 여행 가이드북인『론리플래닛』에 추천 ‘게스트하우스’로 소개돼 프랑스, 독일, 스페인, 호주 등 외국인 숙박객이 60% 이상 차지한다. 하루 숙박비가 2만~4만원인데 아침 식사로 달걀 프라이와 토스트가 무료로 제공돼 저렴하게 고택을 이용하고자 하는 사람에게 좋다.
값도 값이려니와 무엇보다 주인이 친절하고 깔끔한 데다 관광지가 가까워 주말에 머물려면 최소 두 달 전에는 예약해야 할 만큼 인기가 많다. 고택에서 외국인들과 대화도 나누고 현대식 옷으로 갈아 입은 색다른 고택을 경험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강추. 문의_054-773-4868
< tip > 고택 체험, 알고 가면 좋아요!
1.숙박 및 전통 체험에 참가하려면 사전 예약은 필수. 2.수건, 치약, 비누 등 기본적인 세면도구는 직접 챙겨 갈 것. 3.개별 취사가 되지 않으므로 아침 식사를 제공하는 고택인 경우 전날 꼭 예약을 하고, 안 되는 경우 인근의 식당을 이용해야 한다. 4.화장실과 욕실이 방 밖에 있고 공동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 약간의 불편은 감수해야 한다. 5.TV나 컴퓨터 등 전자 기기가 없으므로 그 시간에 이야기를 나누거나 사색을 하면 좋다. 6.숙박비, 식대 등의 계산 시 아직 카드 결제가 되지 않는 고택들이 많으므로 현금을 준비하는 게 좋다.
※ 한국관광공사 한옥 정보 사이트에서 200여 개의 고택 정보를 검색할 수 있다. korean.visitkorea.or.kr/kor/hanok/index.jsp
기획_강승민 사진_여성중앙 여성중앙 2011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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