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인터넷에는 아들 둔 엄마들의 자조섞인 유머들이 꽤 많이 떠돌아 다닙니다.
딸 둘에 아들 하나면 금메달
딸 둘이면 은메달
딸 하나 아들 하나면 동메달
아들 둘이면 목메달
잘난 아들은 나라의 아들
돈 잘버는 아들은 사돈의 아들
빚진 아들은 내아들
3대 정신나간 여자
며느리를 딸로 착각하는 여자
사위를 아들로 착각하는 여자
며느리의 남편을 아들로 착각하는 여자
어찌보면 씁쓸하게 들리는 이 유머들이 떠돌게 된 이유는 그만큼 우리 세태가 많이 변했기 때문일 겁니다. 시집 가면 시댁의 귀신(?)이 되어야 했던 과거와 달리 요즘은 양가에 공평하게 가거나 혹은 아이 때문에 친정 근처에서 살게 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또 집에서 손가락 까딱 안하던 남편들이 아닌 아내에게 헌신하는 애처가 남편들도 많아졌어요. 그만큼 맞벌이를 많이 하게 된 사회 풍조 탓이기도 하지만.. 어찌 됐건 세상이 많이 변했다는 말 한마디로 정의가 될 겁니다. 그런데 그만큼 아들 둔 엄마들이 서운할 일도 많이 생기는 모양이지요?
며느리 입장이었을 때는 내가 시어머니가 되면 저러지는 말아야지 결심했는데, 시어머니가 되니 나 역시도 어쩔 수 없더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사람은 당사자의 상황에 처해보지 않으면 절대 상대방을 이해할 수가 없지요. 저 역시도 그렇더라구요.
나이를 어설프게 먹은 20대 때만해도 '시' 소리만 들어도 지레 겁을 먹기도 했었습니다. 친구들 결혼식장에 가면 신기하게도 친정 어머니들은 다 인상이 좋은데 시어머니들은 세보이는 거에요. 아들~ 아들~ 타령 하는 엄마들을 이해하기 어려웠는데 친구들이 아들을 낳아 "우리 아들~" 그러는 모습을 보니 조금씩 이해가 가기 시작하더라구요. 저렇게 힘들게 낳아서 저렇게 힘들게 키웠는데, 나중에 아들이 다른 여자에게 홀라당 빠져서 엄마고 뭐고 뵈지 않으면 섭섭하기도 하겠구나 하구요.
예전에 우리 엄마도 어쩔 수 없는 시어머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 계기가 있었습니다. 딸들이 배낭 여행을 다니는 것에 대해서는 괜찮은 엄마가 남동생의 여자 친구가 그러는 것에 대해서는 거북해 하시더란 말씀이지요. 딸들도 남자인 친구들이 무지 않은데 남동생이 여자 친구가 남자친구들이 주위에 많다며 걱정을 하시더라구요. 그럴 때마다 두 딸들은 우리도 그렇다며 남동생의 여자 친구를 감싸곤 했습니다. 그 때만 해도 저 역시 나쁜 '시누이'가 될 일은 없을 거라고 장담을 했지요.
저와 여동생은 서로 쿵짝이 잘 맞아 친구처럼 어울려 다니지만 남동생하고는 별로 친하지 않았거든요. 뭐하고 사나 정도 확인하는 관계랄까요? 그러니 여자친구가 생기고 서로 좋다고 하면 특별히 어떤 사람하고 사귀든, 어떻든 별 신경을 쓰지 않았었습니다. 그러던 것이 갑자기 남동생에게 결혼하고 싶은 여자가 생겼어요. 제 눈에는 아직 쬐~깐한 것이 결혼을 하려고 작정하니 뵈는 것이 없나봅니다. 누나들에게도 S.O.S를 요청하기에 뭐가 그리 힘든가 도와주러 달려가봤지요.
그런데 이야기를 들으면서 슬슬 부아가 돋는 거에요. 일단 남동생이 엄마아빠에게 집 하나 못해주냐며 큰소리를 쳤다는 겁니다. 뭐, 집을 맡겨놨나요? 결혼자금 한 푼 모아두지 않은 동생인데.. 이게 날도둑이지요. 물론 저희 부모님도 아들 결혼 시키는데 어느 정도 생각해 놓은 건 있으셨을 겁니다. 그런데 평수 큰 새 집으로 집 해달라고 밤낮을 조르고 있다네요. 뭐, 철이 없어서 그러려니 이말 저말로 설득을 해보지만 남동생의 의견이라기 보다 여자친구 부모님이 바라시는 분위기입니다. 에휴~
그건 그렇다 치고, 명절에 양가에 인사를 드리러 가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여자친구를 제대로 소개시키는 자리이니 저는 으레 "명절 선물 모 할건데?"라고 물었지요. 그랬더니 안할 거랍니다. 엥? 그럼 여자친구 집에는 빈손으로 갈거냐고 하니 이미 선물을 보냈답니다. 다시 부아가 돋지 뭐에요? 여자친구네 집은 챙기고 우리집은 뭐랍니까. 뭐 큰 거 바라는 것도 아니고 김 세트, 음료수 세트라도 마음이고 정성이잖아요. 또 한 마디 해줄수 밖에 없었지요. 에휴~ 남동생이 이런 식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니, 없던 시누이 심보가 돋는게 아니겠어요? 저게 동생이어도 이렇게 화가 나는데 엄마는 오죽 억울할까 싶기도 하고, 그걸 그냥 봐주는 엄마도 미워지기도 하고.. 뭐, 감정이 복잡하더라구요.
사실 저희 또래 여자애들끼리 농담삼아 불효자가 최고라고 하면서 여자한테 올인하는 남자친구들이 한없이 멋있고 부럽게 생각이 되었던 적이 있었어요. 그런데 겪어보니 집에서는 이러면서 여자 친구에게만 잘하는 것이 훨씬 바보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괜히 미운털만 박히잖아요. 남자가 현명하다면 자기 집에도 스스로가 도리를 다 할거고, 아들이 그러는 모습을 보면 요즘 시대의 엔간한 부모들은 며느리라고 무조건 가시 돋히게 굴지 않을텐데요. 꼭 저런 남자들이 결혼하고 나서는 자기가 안하는 효도를 아내한테 시킨다고 합니다.
막내동생이 회사 퇴근 후에 매일 여자친구 일하는 데서 같이 일하고 바래다 주고 하느라 가뜩이나 비쩍 마른 애가 젓가락처럼 되었더라구요. 오죽 좋으면 그럴까 싶고, 오죽 힘들면 결혼을 이리 서두를까 싶다가도 또 그런 모습이 괜시리 얄미워지는 것은 저도 어쩔 수 없는 시누이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여자의 눈으로 남자를 바라보는 것과, 누나의 눈으로 동생을 바라보는 것과, 엄마의 눈으로 아들을 바라보는 것.. 참 관계란 쉽지가 않지요?
http://blog.chosun.com/eun800506/5857582
鶴山 ;
ㅎㅎ 그러고 보니 다른 사람도 아닌, 바로, 우리집도 목메달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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