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부하 혹은 후배를 다루는 법에 대해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저도 30 넘어서야 삼국지(실제로는 소설 삼국지연의)를 읽었습니다.
어른들이 입버릇처럼 인용하는 그 책은, 젊은 사람들이 읽기에는 너무 고리타분하다고 여겼습니다.
그러다 한 선배의 강권으로 읽기 시작했습니다. 지금까지 간신히 한 번 훑어봤을 뿐입니다. 제대로 이해도 다 못했습니다. 정사 부분과 비교해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만은 분명했습니다.
삼국지연의가 사람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에 관해 가장 심오하고, 가장 다양한 사례집이라는 겁니다.
우리 넷향기의 젊은 가족들 가운데도 읽지 않은 분이 많을 테니, 오늘과 다음 시간에 걸쳐 두가지 사례만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한 직장의 후배이자 선배인 지금 여러분의 상황과 관련해 시사하는 바가 많을 겁니다.
첫번째는 삼국지연의의 주인공이자 동시에 유비의 대척점에 서게 되는 조조에 관한 얘기입니다. 소설 삼국지연의에서는 교활하고 잔인한 인물로 묘사되죠. 그러나 정사(正史)를 통해 볼 때, 그는 전형적인 전략가형 리더입니다.
특히 인재를 적재적소에 쓰고, 공정하게 평가하며, 때론 냉철하게 버리는 부분에서는 그를 따를 사람이 없습니다. 유교적 대의명분에 집착한 소설이 그의 출생(환관의 후예)과 현실적 인간관에 대한 거부감으로, 그렇게 왜곡해서 묘사한 것뿐이죠.
조조의 인재 양성 방법 가운데 제가 가장 큰 감명을 받은 대목은 이 부분입니다.
그는 사소한 일에 구애받지 않고 큰 일에 더욱 집중하는 스타일이었습니다. 큰 일을 처리할 때는 냉혹할 정도로 진지했지만, 평상시에는 소탈하면서 부드러웠습니다.
그가 당시 최고의 군벌 세력인 원소를 관도전투에서 물리치고 났을 때입니다.
자신의 부하 가운데 일부가 원소와 내통한 사실이 편지를 통해 밝혀졌습니다.
조조의 측근들은 내통한 부하들의 목을 치라고 아우성이었죠. 그 때 조조가 말합니다.
“원소의 세력이 워낙 강대하여 나도 두려웠는데, 부하들은 말해 무엇하겠느냐?” 이 한 마디로 내통한 부하들을 감싸고, 내통의 근거가 된 편지는 모두 불태워 없애라고 합니다. 또 한 번은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조조가 측근의 건의에 따라 주변 지역 토벌에 나섭니다. 오환은 그 가운데서도 정벌하기가 어려운 곳이어서, 정벌에 반대하는 장수들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반대를 무릅쓰고 정벌에서 대승을 거두었습니다. 당연히 정벌을 주장했던 부하들은 반대했던 부하들의 숙청을 건의했죠. 이 논란이 거듭되자 조조는 반대했던 모든 부하들을 한 자리에 모이게 했습니다.
다들 두려움에 떨고 있을 그 때 조조가 말했습니다.
“그대들 덕분에 오환 정벌에 대해 가벼이 생각하지 않고, 심사숙고하여 계책을 세워 승리할 수 있었다. 대승이 모두 그대들의 덕이다.”이 말 한 마디로 유능한 부하들을 구하고, 부하들 간의 쓸데없는 논쟁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유능한 부하를 적재적소에 쓰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보여주는 예화입니다.
다음 시간에 삼국지연의의 또다른 사례를 들고 찾아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