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군 고위관료가 항공모함 건조를 시인한 가운데, 이 항모가 ‘방어용’이라는 발언이 빈축을 사고 있다.
중국의 천빙더 인민해방군 총참모장은 8일(현지시간) 홍콩의 경제일간지인 홍콩상보(香港商報)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항모를 건조하고 있지만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고 밝혀 중국의 항모건조를 사실상 시인했다.
군 고위관료가 항모건조를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그동안 중국 당국은 다렌항에서 개조 작업 중인 항모 사진이 공개됐음에도 공식적인 언급은 피해왔다.
천빙더 총참모장이 언급한 항모는 ‘바랴그함’(Varyag)으로, 이 항모는 구소련이 건조하다 소련 붕괴와 함께 작업이 중단돼 우크라이나의 조선소에 방치되던 것을 지난 1998년 중국이 경매를 통해 사들였다.
당시 바랴그함을 매입한 중국 업체는 이 항모를 해상호텔과 카지노 등으로 개조해 관광시설로 사용하겠다고 했지만, 이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고 결국 바랴그함은 지난 2002년 발해만 초입의 다렌항으로 옮겨져 지금껏 복구작업을 받아오고 있다.
바랴그함은 갑판 길이 302m, 폭 70.5m로 미 해군 항모에 이어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크기를 자랑하며, 약 50대 이상의 전투기와 헬기 등을 탑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함께 인터뷰한 인민해방군 참모부의 치장궈 중장은 “이 항모가 실전배치되더라도 절대로 다른 나라의 영해를 침범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방어적인’(defensive) 전략에 따라 운영될 예정이다.”고 말했다.
이러한 발언은 남중국해를 두고 벌어지고 있는 주변국과의 마찰을 의식한 것으로 해석된다.
최근 남중국해 일대에 막대한 양의 석유와 천연가스가 매장됐음을 보여주는 증거가 속속 나타남에 따라 중국과 베트남, 필리핀 등 주변국들이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치장궈 중장은 “강대국들은 모두 항모를 보유하고 있고, 항모는 그 나라의 상징”이라고 전제한 후 “우리는 지금 동·남 중국해와 서해, 대만해협 등 전방위에서 강한 (군사적) 압력에 직면해 있다.”라며 항모보유에 대한 정당성을 주장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영국 BBC의 군사안보 담당 닉 차일드 기자는 “중국의 항모 보유는 아시아 지역의 군사적 균형을 깨트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본적으로 항모는 많은 전략적 이점을 가져다주는 무기체계로, 이를 보유했단 사실만으로 주변국들의 군비경쟁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미 베트남이 러시아로부터 6척의 중형 잠수함과 최신 전투기 도입을 진행 중이며, 인접한 인도 역시 러시아로부터 중형 항모를 사들여 현대화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우리나라와 일본 역시 꾸준히 해군력을 증강하고 있다.
한편 천빙더 총참모장이 직접 항모가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고 밝힘에 따라 항모의 공식 진수식이 당초 예상보다 늦춰질 전망이다. 지금까지는 중국 공산당 창당 90주년 기념일인 오는 7월 1일에 진수될 것이란 예상이 유력했다.
사진 = 진수를 앞둔 바랴그함
서울신문 M&M 최영진 군사전문기자 zerojin2@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