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라덴 집'은 100만달러짜리… 5m 벽에 전화·인터넷 없고 쓰레기 소각처리
주변 軍부대 3곳… 美작전 어려운 점 노린 듯
은신처 어떻게 알아냈나 - 연락책 신원파악 후 2년 추적,“파키스탄 휴양지에 있다”
오바마의 작전 - 작년 8월 ‘빈 라덴 집’ 확인, 지난달 29일 작전 명령
“빈 라덴 파키스탄 주택 은신”CNN 작년 10월 정확히 보도
미국은 10년 동안 한 사람을 쫓았다. 잡을 뻔하다 놓쳤고 이후 행방은 묘연했다. 작전 과정에서 인명 피해가 발생하면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끈질긴 추적 끝에 2일 파키스탄의 은신처에 머물고 있던 그를 사살했다. 그는 2001년 9·11 테러의 배후 인물로 지목된 오사마 빈 라덴이다.빈 라덴의 꼬리가 잡힌 것은 그의 연락책 때문이었다. 미 정보당국은 몇년 전 관타나모 수용소에 수감된 알카에다 조직원으로부터 빈 라덴 연락책의 가명을 입수했다.
2007년엔 그 연락책의 실명을 알아냈다. 이후 2년 동안 그 연락책의 행방을 뒤쫓은 끝에 2009년 대략적인 거주지역을 파악했다. 지난해 8월엔 빈 라덴의 연락책이 살고 있는 주택 위치를 알아냈다. 빈 라덴의 은신처였다.
놀랍게도 빈 라덴이 은신해 있던 곳은 산속 동굴도, 험준한 계곡 지역도 아니었다. 아프가니스탄의 동굴만 뒤지던 미 정보당국은 허를 찔린 셈이었다. 빈 라덴의 거처는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북쪽으로 100㎞ 떨어져 있는 휴양도시 아보타바드에 세워진 100만달러(약 11억원)짜리 대저택이었다. 저택은 퇴역 군장성 등 파키스탄의 전직 고위관리나 부유층이 사는 고급 주택가에 있었다. 이 저택은 다른 집들보다 8배 정도 컸다.
2001년 12월 미군은 빈 라덴이 아프가니스탄 북서부 산악지대인 토라보라 동굴에 은신해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공습을 감행했지만 그는 도망쳤다. 미 연방수사국(FBI)은 빈 라덴에게 5000만달러의 현상금을 내걸었다. 하지만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그는 지난해 3월 알 자지라를 통해 공개된 육성 성명을 통해 9·11 테러 주동자인 칼리드 셰이크 모하메드에 대한 사형이 집행되면 미국인들을 살해하겠다고 위협했다.
- ▲ 빈 라덴이 사살된 파키스탄 아보타바드의 은신처를 2일 촬영한 모습. /AP 연합뉴스
빈 라덴의 집은 겉보기엔 이웃 주택과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수상한 점이 많았다. 전화나 인터넷이 연결돼 있지 않았다. 유독 그 집에서만 쓰레기를 소각 처리했다. 철저한 보안을 위한 조치였다.
미 정보당국은 위성사진과 추가 정보를 통해 지난해 9월 이 집에 빈 라덴이 거주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철조망이 붙어 있는 5m 높이 외벽과 일반인의 출입을 통제하기 위한 보안문 2개, 3층 테라스 주변에 둘러쳐진 2m 높이 담은 보통 주택이라기보단 요새에 가까웠다. 최근엔 추가 확인 작업을 거쳐 빈 라덴이 그 집에 살고 있는 것이 거의 확실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주재로 3월 14일부터 4월 28일까지 5차례의 국가안보 회의가 열렸다. 오바마 대통령은 29일 작전을 승인했다.
- ▲ 작전 직후 저택 내부 오사마 빈 라덴이 은신해 있던 파키스탄 아보타바드의 저택이 미군 특수부대의 공격을 받은 직후 내부 모습이 2일 미국 ABC방송을 통해 공개됐다. 침대 위에 이불과 베개가 널브러져 있고 바닥에 피가 흥건하다. /ABC방송
한편 CNN은 작년 10월 당시 나토 고위관계자를 인용, "빈 라덴이 파키스탄 북서부 지역의 주택에서 은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이번의 상황을 사전에 정확히 보도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5.3일 조선 국제면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