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김현숙 기자] 대나무는 사철 아름답지만 겨울에는 특히 더 아름답다. 모든 나무들이 옷을 벗고 있는데도 자기색깔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서일 것이다. 선비의 절개를 상징하기도 하는 대나무는 우리 민족의 사랑을 많이 받는 나무이다. 눈이 내린 다음날 죽녹원을 찾았다. 눈 녹은 길이 젖어서 미끄럽고 얼어 조심스러웠지만 죽림욕으로 음이온을 발산하는 길을 쉬엄쉬엄 걸었다.
죽녹원은 전남 담양군 담양읍 향교리 일대 17만㎡(5만평)에 조성된 넓은 대나무숲이다. 담양군이 2005년 3월 80억 원을 들여 대나무의 본고장인 담양을 대표하는 관광명소로 개장한 이곳엔 죽림욕을 즐길 수 있는 산책로 2.2㎞를 비롯해 정자 7곳, 인공폭포, 생태연못, 야외무대, 야간조명 등 시설이 갖춰져 있어 갈수록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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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수대통길 대나무 숲사이로 난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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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이 변치 않는 길 대나무숲 사이로 난 연인들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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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마다 이름이 붙어있는데 길을 따라 하늘높이 쑥쑥 자란 대나무 숲속으로 조성된 길을 걸으면 시원스럽다. 시멘트 길로 자연 그대로의 길이 아닌 인위적인 길이라 아쉽지만 산을 깎아 만든 길이라 경사가 있어 어쩔 수 없이 포장할 수밖에 없어 아쉽다.
운수 대통길, 사랑이 변치 않는 길, 철학자의 길 등 길마다 다양한 이름이 붙여져 있는 이 모든 길들이 하나로 통하는데 걷다보면 다리가 아플 때 쉴 수 있도록 정자를 지어놓아 쉬어갈 수 있게 해 좋다. 의자들도 일반 의자와 달리 대나무 모양으로 만들어 운치가 있고 앉아보니 편안하다. 가로등도 대나무 마디모양을 살려 삭막하지 않고 보기가 좋다. 작은 아이디어들이 얼만 돋보이게 하는지 실감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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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자 대나무 모형으로 만든 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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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이 방문한 것을 기념하는 사진도 보이고, 철학자의 동상도 서있고, 1박 2일 팀이 방문한 아내판도 곳곳에 세워져있어 재미를 더해준다. 특히 살얼음판 위에서 물건 가져오기 내기를 하다가 이승기가 연못에 빠진 곳에는 < 1박 2일 > 사적 1호라고 붙인 이승기 연못도 있어 눈길을 끈다.
이런 인기 프로그램이 촬영된다는 것은 관광지로서 최고의 홍보수단이 되어줄 것이다. 실제로 이 프로그램 덕분에 많은 관람객이 늘었다고 한다. 어른 1000원인 입장료의 연간 수입도 5년 만에 1억 7500만 원에서 8억 2000만 원으로 늘어났다고 하니 엄청난 성장이다. 그러나 내년 1월 1일부터는 입장료가 2000원으로 인상되는데 너무 인상폭이 크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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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공폭포 귀를 씻어주는 인공폭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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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따라 걷다보면 갑자기 조용한 대나무 숲에서 폭포소리가 들린다. 인곡폭포를 만들어놓았는데 물소리를 들으니 귀가 맑아진다. 대나무 숲에서 나는 물소리는 색다르게 다가왔다. 여름철이라면 아주 시원하게 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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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승기 연못 1빅 2일 팀인 이승기가 빠진 연못을 1박 2일 사적 1호라고 표지판을 세워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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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박 2일 곳곳에 세워진 촬영 안내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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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나무길을 다 걷고 한옥체험마을로 내려가면 1박 2일의 촬영장소가 나온다. 그곳에서 반대쪽으로 더 내려가면 담양의 명소인 면앙정, 명옥헌, 송강정,
환벽당, 식영정
소쇄원, 광풍각 등을 현지 모양 그대로 재현해놓았다. 임금에게 버림받은 자신의 심정을 님과 이별한 여인의 심정으로 대표적인
사미인곡과
속미인곡을 썼던 송강을 기리는 송강정은 전라남도 기념물 제1호로 담양군 고서면 원강리에 있는데 이곳에 원형모습을 재현해놓았다. 이런 정자들은 넓은 잔다와 넓은 연못으로 시원스런 소풍장소가 되어줄 수 있게 조성했다.
넓은 호수가에는
수양버들이 심어져 있는데 호수 가장 가까운 곳에 심어진 수양버들은 벌써부터 늘어지기 시작했고, 가지끝은 물이 올라 색깔이 달랐다. 조금만 있으면 파란 잎을 낼 것이다.
전망대에 올라가보면 담양시내가 한눈에 보이는데
영산강 상류인 관방천과
메타세콰이어 가로수 길로 이어지는 정경이 바로 눈앞이라 걸어서 갈 수 있다. 겨울이라 바람이 차가워 산책은 하지 못하고 돌아왔으나 메타쉐콰이어가 늘어서있고 그 뒤를 흐르는 관방천의 아름다운 정경이 돌아온 지금도 눈에 선하다.
각 지역마다 그 지방만의 특색이 있다. 그 지역특색을 살리려는 지자체들의 관심으로 각 지방마다 명소들이 생기고 관리도 잘 되고 있어 국내여행객들에게 큰 즐거움을 주고 있는 현실은 바람직한 일이라 생각된다. 그러나 단순히 관광을 위한 것보다는 우리의 귀중한 문화재와 연계한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문화재와의 결합을 시도한 죽녹원은 의미있는 명소였다.
죽녹원이 알려지면서 국수·대통밥·떡갈비를 파는 식당들도 덩달아 호황을 누려 지역 경제가 살아나고 있다고 한다. 앞으로도 계속 아이디어를 계발해 보완해간다면 국내외적으로 멋진 관광명소가 되리라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