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대검이 발표한 국가예산·보조금 비리 수사 결과에 따르면 나랏돈을 사사로이 챙긴 ‘도둑’들은 직업의 귀천을 가리지 않고 우리 사회 전반에 독버섯처럼 기생했다.
1년반 남짓한 기간 검찰이 밝혀낸 국고 횡령이나 보조금 부당 수령 사건의 총 피해액은 무려 1천억원에 이른다.
◇ “훔칠 걸 훔쳐야…” = 검찰에 적발된 사례들을 보면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지급될 지원금이나 심지어 나라를 지키는 군인들에게 먹일 쌀까지 개인의 주머니를 채위기 위해 빼돌려진 것으로 드러나 혀를 차게 만든다.
서울남부지검은 지난 2월 장애인들에게 지급될 보조금 액수를 부풀려 신청한 뒤 26억5천만원이나 빼돌린 혐의로 서울 양천구청 공무원 안모씨를 구속기소했다.
안씨는 어려운 사람들에게 돌아갈 돈을 빼돌려 아파트와 벤츠 승용차까지 구입해 호화로운 생활을 한 것으로 밝혀져 국민의 공분을 불러 일으켰다.
해남지청은 허위로 서류를 꾸며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들에게 줄 11억800만원을 가족 등 차명계좌로 빼돌린 해남읍사무소 공무원 안모씨를 적발해 3월 구속기소했다.
이처럼 교묘한 방법으로 돈을 빼돌리는가 하면 대담하게도 백주대낮에 창고에서 쌀 수천 가마를 ‘차떼기’ 수법으로 트럭에 싣고 훔친 일당도 있었다.
육군 모 부대 K원사와 양곡 도매업자 안모씨는 서로 짜고 2005∼2007년 경기도 용인의 창고에 보관돼 있던 군량미 3천550가마를 빼내 팔았다.
5t 트럭으로 30대 분량, 시가로는 2억7천만원 어치나 되는 어마어마한 양이었다.
안씨 등 다른 민간인 일당은 검거돼 구속기소됐지만 K원사는 교통사고로 숨지는 바람에 법적 책임을 지지는 않았다.
◇ 직업의 귀천도 없어 = 검찰에 적발된 696명의 면면을 보면 공무원, 군인, 농민, 승려, 대학교수, 시민단체 활동가, 중소기업 대표 등 다양하기 그지없다.
군산지청은 7월 사용하지 않는 농기계를 지인 이름으로 등록한 후 농산물 생산실적 보고서를 위조해 면세유 8억6천만원 어치를 받아챙긴 농민 1명을 구속하고 13명은 불구속 기소했다.
신도들에게 모범을 보여야 할 종교인마저 눈먼 돈의 유혹 앞에서는 범부로 전락했다.
불교의 한 종단 총무원장은 가짜 서류로 국고 보조금 60억을 타낸 혐의로 작년 초 불구속 기소됐고, 화엄사 전 주지는 이미 끝난 공사를 새로 하는 것처럼 서류를 꾸며 24억원 타낸 혐의로 올해 2월 구속기소됐다.
부산지검은 5월 납품업자들과 짜고 사지 않은 실험 기자재를 구입한 것처럼 서류를 조작해 정부 출연 연구자금 8억7천만원을 횡령한 혐의로 부산 모 국립대 김모 교수 등 2명을 구속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작년 산림보호 주제로 한 어린이 연극을 하겠다며 산림조합에서 1억8천만원의 지원금을 타내 조직 인건비 등으로 유용한 혐의로 환경운동연합 활동가 3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