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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맹국 예의 잊은 한(韓)·미(美) 정부
이해관계가 다를 수밖에 없는 두 나라 간의 동맹 유지를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를 꼽으라면 단연,
상대국가에 대한 배려다.
그 배려 중에서 제일 필요한 것은 상대방을 놀라지 않게 하는 것이다.
이달 초 후지사키 이치로(藤崎一郞) 주미(駐美) 일본대사가 세미나장에서
'동맹을 유지하는 세 가지 No' 중 첫 번째로 언급한 것도 바로 이것이었다.
이명박 대통령이 북핵 문제 해결방안으로 제안한 '그랜드 바겐(Grand Bargain)' 논란은
한미 양국이 이런 기초적인 원칙을 서로가 무시했다는 데 문제가 있다.
우리 정부는 미국과 완벽하게 조율되지 않은 상태에서
핵 폐기와 안전보장, 국제지원을 일괄타결하는 '그랜드 바겐' 개념을 제안,
미국을 놀라게 했다.
이 대통령의 발언 하루 뒤인 22일 미 국무부의 이언 켈리(Kelly) 대변인이
정례 브리핑에서 "그것은 이 대통령의 정책"이라고 평가절하한 것은
우리 정부에게는 큰 충격이었다. 이에 대한 해명을 할 것으로 예상됐던 23일 브리핑에서도
켈리 대변인은 "'그의 제안'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한국정부에 물어보라"고 해
여전히 입장 차이가 있다는 뉘앙스를 풍겼다.
"(북한을 제외한) 5자 사이에는 (북핵 해결의) 진전을 위한
매우 폭넓고 깊은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는 말도 했지만 의례적이라는 느낌을 줬다.
우리 정부는 이 대통령의 해외 방문 중에 국내외의 주목을 받는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미 정부 관계자들을 놀라게 하고 불쾌감을 줬다.
논란이 발생한 후에 나온 청와대의 설명대로
'그랜드 바겐'과 버락 오바마(Obama) 행정부의 '패키지 딜'은 별 차이가 없는데도
'한건주의'에 집착한 면이 있다.
오바마 행정부는 우리 정부의 미숙함을 비공개리에 수정하지 않고,
이를 정면에서 반박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동맹국과는 비공개된 방에서
고성(高聲)을 지르며 싸우다가도 문밖을 나설 때는
손을 잡고 웃어야 한다는 격언을 잊은 것이다.
아마도 북한은 한미 동맹 간에 이렇게 틈이 벌어지고,
앙금이 생기는 것을 즐기고 있을 것이다.
- 이하원·워싱턴 특파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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