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文學산책 마당

이해인 시모음

鶴山 徐 仁 2009. 1. 15. 18:45

 

 

  

 

 

새에게 - 이해인



몸과 마음과
무게를 덜어내고 싶을 때마다
오래도록
너를 그리워한다

살아서도
죽어서도
가벼워야 자유롭고
힘이 있음을 알고 있는 새야

먼데서도 가끔은
나를 눈여겨보는 새야
나에게 너의 비밀을
한 가지만 알려주겠니?

모든 이를 뜨겁게 사랑하면서도
끈끈하게 매이지 않는 서늘한 슬기를
멀고 낯선 곳이라도 겁내지 않고
떠날 수 있는 담백한 용기를
가르쳐주겠니?

 

  

 

 

 

 

바람에게 - 이해인



몸이 아프고
마음이 우울한 날
너는 나의
어여쁜 위안이다, 바람이여

창문을 열면
언제라도 들어와
무더기로 쏟아내는
네 초록빛 웃음에 취해
나는 바람이 될까

근심 속에 저무는
무거운 하루일지라도
자꾸 가라앉지 않도록
나를 일으켜다오
나무들이 많이 사는
숲의 나라로 나를 데려가다오
거기서 나는 처음으로
사랑을 고백하겠다
삶의 절반은 뉘우침뿐이라고
눈물 흘리는 나의 등을 토닥이며
묵묵히 하늘을 보여준 그 한 사람을
꼭 만나야겠다

 

  

 

 

 

나를 키우는 말 - 이해인



행복하다고 말하는 동안은
나도 정말 행복해서
마음에 맑은 샘이 흐르고

고맙다고 말하는 동안은
고마운 마음 새로이 솟아올라
내 마음도 더욱 순해지고

아름답다고 말하는 동안은
나도 잠시 아름다운 사람이 되어
마음 한 자락이 환해지고

좋은 말이 나를 키우는 걸
나는 말하면서
다시 알지

 

  

 

 


고독에게1 - 이해인



나의 삶이 느슨해지지 않도록
먼데서도 팽팽하게
나를 잡아당겨 주겠다구요?

얼음처럼 차갑지만
순결해서 좋은 그대

오래 사귀다보니
꽤 친해졌지만
아직은
함부로 대할 순 없는 그대

내가 어느새
자아도취에 빠지지 않게
그 맑고 투명한 눈빛으로
나를 지켜주겠다구요?

고맙다는 말을
이제야 전하게 돼
정말 미안해요

 

  

 

 

 

 

 

고독에게2 - 이해인



당신은
나를 바로 보게 하는
거울입니다

가장 가까운 벗들이
나의 약점을 미워하며
나를 비껴갈 때

노여워하거나
울지 않도록
나를 손잡아준 당신

쓰라린 소금을 삼키듯
절망을 삼킬 수 있어야
하얗게 승화될 수 있음을

진정 겸손해야만
삶이 빛날 수 있음을
조심스레 일러준 당신

오늘은 당신에게
감사의 들꽃 한 묶음
꼭 바치렵니다

제 곁을 떠나지 말아주세요
천년이 지나도 녹지 않는
아름다운 얼음 공주님‥‥‥

 

 

 

  

 

 

 

 

그대 침묵으로 바람이 되어도- 이해인

                         
눈을 감아도
마음으로 느껴지는 사람
그대
침묵으로 바람이 되어도
바람이 하는 말은
가슴으로 들을 수가 있습니다.
아침 햇살로
고운 빛 영그는 풀잎의 애무로
신음하는 숲의 향연은
비참한 절규로
수액이 얼어
나뭇잎이 제 등을 할퀴는 것도
알아보지 못한 채
태양이 두려워
마른 나뭇가지 붙들고 메말라 갑니다.
하루종일
노닐 던 새들도
둥지로 되돌아갈  때는
안부를 궁금해 하는데
가슴에 품고 있던 사람의 안부가
궁금하지 않은 날 있겠습니까
삶의 숨결이
그대 목소리로 젖어 올 때면
목덜미 여미고
지나가는 바람의 뒷모습으로도
비를 맞으며
나 그대 사랑할 수 있음이니

그대 침묵으로 바람이 되어도
바람이 하는 말은
가슴으로 들을 수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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