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文學산책 마당

슬픈 바람을 주는 여인/조병화

鶴山 徐 仁 2008. 12. 8. 22:13


**  슬픈 바람을 주는 여인 **
                    詩 조병화 
내겐 쉴새없이 
슬픈 바람을 주는 여인이 있습니다 
때를 가리지 않고 
불쑥 
슬픔을 주는 여인이 있습니다 
소리도 나지 않으며 
그림자도 보이지 않으며 
그 누구에게도 나타나지 않는 바람 
나는 이 바람이 불어닥칠 때마다 
저린 피를 토하며 
보이지 않는 곳에서 
허공에 나를 새겨왔습니다 
잊으려 하면 불어 닥쳐는 
슬픈 인연 
아, 얼마나 많은 세월을 
이 바람에 시달려 왔던가 
한세상 이렇게
저리게 새겨온 나의 생존
이제 흙에 묻히면 피하련가
지금도 내겐
기쁜보다 슬픔을 주는 여인이 있습니다
무슨 까닭인지
이렇게 세상 다 하도록 자주
내겐 슬픔을 주는 바람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