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文學산책 마당

[스크랩] 사랑할 날이 얼마나 남았을까

鶴山 徐 仁 2008. 11. 30. 16:02
 
너를 만나고 싶다 - 김재진 나를 이해하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 사소한 습관이나 잦은 실수 쉬 다치기 쉬운 내 자존심을 용납하는 그런 사람을 만나고 싶다 직설적으로 내뱉고선 이내 후회하는 내 급한 성격을 받아들이는 그런 사람과 만나고 싶다 스스로 그어 둔 금 속에 고정된 채 시멘트처럼 굳었거나 대리석처럼 반들거리며 한 치도 물러서지 않는 사람들 헤치고 너를 만나고 싶다 입꼬리 말려 올라가는 미소 하나로 모든 걸 녹여버리는 그런 사람.. 가뭇한 기억 더듬어 너를 찾는다 스치던 손가락의 감촉은 어디 갔나.. 다친 시간을 어루만지는 밝고 따사롭던 그 햇살 이제 너를 만나고 싶다 막무가내의 고집과 시퍼런 질투, 때로 타오르는 증오에 불길처럼 이글거리는 내 못된 인간을 용납하는 사람 덫에 치여 비틀거리거나 어린아이처럼 꺼이꺼이 울기도 하는 내 어리석음 그윽하게 바라보는 그런 사람을 만나고 싶다.. 내 살아가는 방식을 송두리째 이해하는.. 너를 만나고 싶다. 사랑할 날이 얼마나 남았을까 - 김재진 남아 있는 시간은 얼마일까 아프지 않고 마음 졸이지도 않고 슬프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날이 얼마나 남았을까 온다던 소식 오지 않고 고지서만 쌓이는 날 배고픈 우체통이 온종일 입 벌리고 빨갛게 서 있는 날 길에 나가 벌 받는 사람처럼 그대를 기다리네 미워하지 않고 성내지 않고 외롭지 않고 지치지 않고 웃을 수 있는 날이 얼마나 남았을까 까닭없이 자꾸자꾸 눈물만 흐르는 밤 길에 서서 하염없이 하늘만 쳐다보네 걸을 수 있는 날이 얼마나 남았을까 바라보기만 해도 가슴 따뜻한 사랑할 날이 얼마나 남았을까 얼마나 더 가야 그리움이 보일까 - 김재진 문이 닫히고 차가 떠나고 먼지 속에 남겨진 채 지나온 길 생각하며 얼마나 더 가야 그리움이 보일까. 얼마나 더 가야 험한 세상 아프지 않고 외롭지 않고 건너갈 수 있을까. 아득한 대지 위로 풀들이 돋고 산 아래 먼 길이 꿈길인 듯 떠오를 때 텅 비어 홀가분한 주머니에 손 찌른 채 얼마나 더 걸어야 산 하나를 넘을까. 이름만 불러도 눈시울 젖는 생각만 해도 눈물이 나는 얼마나 더 가야 네 따뜻한 가슴에 가 안길까. 마음이 마음을 만져 웃음을 짓게 하는 눈길이 눈길을 만져 화사하게 하는 얼마나 더 가야 그런 세상 만날 수 있을까. 눈물 - 김재진 꺼내어도 꺼내어도 내 마음속에 들어 있는 당신, 사람이 사람을 사랑한다는 생각은 생각이 아니라 구속이다.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내 마음속에 사라지지 않는 그 생각은 사랑이 아니라 징역이다. 제 형기 다 채우고 만기 출소한 아들 입에 두부를 떠 넣는 죄 없는 어머니의 눈물 같은, 사람이 사람을 잊을 수 없다는 그 생각은 생각이 아니라 형벌이다
출처 : 표주박의 오늘이 마지막이듯
글쓴이 : 표주박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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