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文學산책 마당

내나이 황혼이 지면

鶴山 徐 仁 2008. 11. 29. 16:37
    내나이 황혼이 지면    詩 최현희



    내나이   황혼이 지면
    산골짜기 외진곳에 작으만 집을 짓고
    내생의 마지막 등불을 밝히오리다



    땅거미 내리는 저녁이 오면
    별빚에 수를 놓으고 갈피갈피
    재워 놓은 마음  문고리 닫고  들어가
    어느해  계절속으로 공허된  가슴에
    한줄기 바람안고 깊은잠에  빠지 오리다



    내나이 황혼이 지면
    벗이여 언제든지 날찾아 오시게나
    비록 진수 성찬은 아니지만
    소박한 밥상 차려 놓고
    그어느날들에  못다했던 이야기 나눠 가며
    산까치 처럼  반겨주울테니 언제든 오시구려



    산새들 지저귀는 툇마루에 걸터 앉아 중년에 내밷었던
    한숨들을 다시 걷어 들이며 깊은 골짜기에 잠시라도
    빚을 내여 보시오구려



    산골짜기에서 흘러 나오는 개울물을 적셔
    몸축이며 가끔씩은 푸르른 이끼 적당히  젖어 오르면
    이름모를 야생화 꽂과 청순함을
    자랑하는 산난초를 친구삼아
    내 황혼에 마지막 온정성을 기우리리다



    내나이 황혼이 지면
    그대여 !당신의 나이도 황혼이 지고 있을 터인데
    행여라도 내생각이 스쳐 지나가거든
    기다림의 맑은 종소리 저멀리서 울리며
    바리바리 지난 세월을 챙겨들고
    날 찾아 오시게나



    옹이진 인연의 실타래 같은 매듭을 푸는날
    봄뒷자락을 밝으며 목련꽂처럼  떨어져 나갈
    우리들의 슬픈삶들을 석양에 묻고



    침묵으로 얼룩질  영원한 둥지를 찾아
    인생의 이정표도 없는 기나긴 외출을 떠나는 날
    젖은 눈물의 옷을 걸쳐 입고 내나이 황혼의 뜨락에서
    벗이여 그대의 이름을 애타게 불러 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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