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우리나라 探訪

대추와 소나무의 고장 '충북 보은'

鶴山 徐 仁 2008. 10. 30. 20:33

청명한 파란 하늘 아래 붉은 대추가 익어 가는 충북 보은은 가을 분위기를 느끼고자 나들이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곳이다. 이 곳에서 누구나 하는 말인 "대추를 보고 안먹으면 늙는다"란 말이 실감나도록 먹음직스럽게 익은 보은 대추는 이젠 지역 경제를 좌우하는 관광상품이자 특산품이 됐다. 모처럼 맞는 가을. 보은에 가면 곧 떠날 여름과 가을을 한번에 만나고 올 수 있다. 추석 지나 한참 꾸물거리다 갑자기 화악 달려든 올 가을 탓에 미처 떠나 버리지 못한 보은의 여름이 해바라기밭에 도사리고 있는 탓이다. 속리산 단풍도 보고 대추도 사오고. 잘하면 진짜로 대추나무에 사랑을 걸어 놓고 올 수도 있다.

◇훌훌 떠나고 싶을 땐 속리((俗離)
속세를 떠난다는 의미의 속리산(俗離山). 충북 보은의 명승이자 국토 중앙의 명산으로 이름 높다. 매표소도 훨씬 못 미쳐 낯익은 소나무 한그루가 반갑게 맞는다. 바로 정이품 소나무(천연기념물 103호)다. 먼 옛날 세조가 지날 때 가지를 번쩍 들어 벼슬을 받았다는 설화가 전해지는 이 정치적인(?) 소나무는. 비록 지금은 너무도 늙어버린 탓에 서슬퍼런 기세를 보이지 못하고 쇠막대기에 의지하고 있다. 하지만 깊은 주름 구부러진 가지 하나하나 찬찬히 뜯어보면 여전히 정2품 늙은 정승의 위엄을 간직하는 듯 하다. 정이품송이 버티고 서있는 속리산 입구로부터 가을향기 물씬나는 오리숲길이 시작된다.오리(五里)숲길이란 그야말로 5리(2㎞)가량 법주사 일주문까지 뻗은 소나무숲. 떡갈나무참나무가 어우러져 가을 바람 쐬며 산책하기 참 좋은 곳이다. 아직 이른 단풍은 수줍은 듯 발간 양 볼만 살짝 내비치고 있지만 침엽수의 늘푸른 기백과 어우러져 한층 더 붉어보인다. 산행을 하는 이도. 바쁜 걸음에 그저 고찰의 경내만 둘러 보고 나올 이도 한번씩 걸음을 멈추게 된다는 일주문을 지나 법주사에 이르면 보은의 아쉬운 여름은 끝난다. 이제부터 가을이 시작되는 것. 천년 고찰의 경내는 고색창연한 분위기와는 어울리지 않게 울긋불긋한 단풍 아낙이 여기저기 고개를 내밀고 교태를 부린다. 아직까지 기생같은 만추의 가을이 경건한 절집를 장악해 버린 것은 아닐지라도 가을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다.

◇여름 차마 떠나지 못한 자리에 해바라기만이
본격적인 가을맞이를 하려면 산행에 나서면 된다. 법주사에서 세심정를 지나면 문장대. 신선대. 천왕봉으로 갈라지는 세가지 코스가 나타나는데 운장대(雲藏臺)로도 불리는 문장대(1054m 2시간)가 단풍길 코스로 최적이며 운좋으면 운해도 볼 수 있다. 속리산에서 나와 대추나무 가로수길이 펼쳐진 탄부면 임한리로 향한다. 탄부면 상장~임한리 국도 25호선변 1650그루 대추나무 가로수길을 따라가면 너른 들에 10만송이 해바라기밭이 펼쳐진다. 탐스럽게 익은 대추향 가을길이 '여름'과 이어진 셈이다. 마지막 여름의 아쉬움이 해바라기로 피어나. 짙은 가을대추 향 속에 잔잔한 여운을 남기고 있다.

◈ 대추군수 이향래 보은군수 인터뷰
정이품 소나무가 늙어가는 충청북도 보은은 이제 가을 대추로 명성이 자자하다. 또 이향래(58·사진) 보은 군수의 별명은 '대추 군수'다. 왜 갑자기 보은군이 대추로 유명해졌을까. 지난 10일 열린 보은대추 축제장에서 이향래 보은군수를 만나 보은 대추에 대해 들어봤다. 그칠듯 하면서도 계속 이슬비가 내렸지만 행사장은 수많은 인파로 붐볐다. 이 군수는 부지런히 축제장을 빙글빙글 돌며 '제 집에 온 손님'을 맞듯, 주민과 관광객을 만나고 있었다.


기자와 만난 이 군수는 첫마디부터 "속리산 자락 황토 토양의 청정 환경에서 자란 대추가 두말할 것없이 최고 아니겠냐?"고 자식 자랑(?)으로 운을 뗐다. 성큼성큼 축제장 천막 안으로 걸어 들어간 이 군수는 "이것이 바로 품종개량에 성공한 왕대추"라며 진짜 '계란 만한' 대추를 집어 들어보였다. "최근 먹을거리가 중국산 일색이라 야채와 과일 역시 크기만 하고 맛이 없는 경우가 많은데, 중국 대추 역시 그랬다"는 이 군수는 "하지만 보은이 가진 천혜의 토양과 기후로 개발한 당도높은 왕대추는 명품대추로 시장에 선보인 이래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관령 감자, 해남 고구마 등 전국적으로 내로라 할 특산물이 없었던 보은이 대추로 유명해진 것은 불과 10여년 전이다. 기후 변화로 부쩍 온난해진 터라 자신이 생긴 보은군이 특유의 황토 토질을 무기 삼아 대추를 농가특용작물로 대대적으로 심어, 기존 유명 대추산지 경상북도에 도전장을 내민 것. 보은군은 수확기 일교차가 크고 토양이 적합해 당도가 뛰어나 품질로 승부를 걸었다. 현재 보은군에서는 보은읍, 회인면, 삼승면, 속리산면 등을 중심으로 전국 연간 생산량의 약 10%에 해당하는 800여톤의 대추를 생산하고 있으며 백화점과 할인마트 등에서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