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구려 장군 온달이 신라군과 맞서 싸우던 산성이다. 온달은 이곳에서 신라군 화살에 맞고 전사했다. 이 가을, 산성으로 가지 않으시려나!(모든 이미지는 클릭하시면 큰 이미지로 보실 수 있습니다)
충청북도 단양(丹陽). 도담 삼봉이며 고수동굴 기타 등등 ‘전통적인’ 관광지다. ‘전통적’이라는 말이 가끔은 ‘낡았음’라는 말과도 통하기도 한다. 그래서 단양은 본질과 상관없이 젊은이들에게 외면 받는 관광지가 되었다. 이제는, 다르다! 이 가을 단양에는 몽환과 전설이 있다.
일단, 아래에 있는 지도는 무용지물이다. 중앙고속도로 북단양IC에서 빠져나오면 그때부터 이정표가 사태(沙汰)를 이루니, 어지간한 길치가 아니라면 지도 없이도 자기 동네처럼 차를 몰고 다닐 수 있다.
고속도로를 빠져나온 객을 맨 처음 반겨주는 것은 채석장이다. 5번 국도로 단양쪽으로 가는데, 왼편에는 정말 처참하게 잘려나간 산들이 맥을 이룬다. 필요하되 악(惡)이다. 그 산들을 깎아내 만든 시멘트가 대한민국을 재건하는 데 일등공신이었으니 필요였고, 훗날 환경에 눈을 뜨면서 그를 악이라 재단하고 있으니 참으로 어이없고 덧없다. 하지만 대도시에 사는 여행객들에게 그 어마어마한 인공미 또한 볼거리이니, 크게 욕만 할 일은 아니겠다. 어쨌든! 이번 주 ‘몽환과 전설’ 일정은 이렇게 잡으면 되겠다. 1박2일.
::: 하늘과 맞닿은 고원, 봉우산 활공장 그 예술을 건너서 남한강을 따라 차를 모시라. 고수령이라는 작은 고개가 나오는데, 고개를 넘고 1㎞ 정도 가면 왼편으로 버스 정류장이 보인다. 바로 깜빡이를 켠다. 오른쪽으로 나오는 시멘트 포장길로 들어간다. 길은 끝없이 하늘로 솟는다. 갈림길이 나오면 무조건 왼쪽으로 간다. 마을이 나오고 ‘활공장 가는 길’이라는 작은 이정표들이 계속 나타난다. 이 산길에도 이정표가 다 있다.
길 끝 무렵은 교행이 어려운 좁은 길이다. 절대 속도는 내지 마시라. 갑자기 텅 빈 평지가 나타나고 그 뒤로 끝없이 산자락이 펼쳐진다. 평지 아무데나 차를 세우고 잠시 하늘을 감상한다. 패러글라이딩, 행글라이딩을 즐기는 사람들을 위해 단양군에서 만들어준 길이요, 활공장이다. 아래로는 남한강이 산줄기 사이로 흐르고, 여행 초입에서 봤던 채석장이 산줄기 중간을 잘라놓았다. 왼쪽으로 키 큰 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그 아래에 누군가가 묻혀 있는 무덤이 오롯하다.
그리고 온달산성으로 간다. 1400년 전, 온달이라는 고구려 바보 하나가 장군이 되어 싸우다 죽은 곳이다. 고집불통 평강공주는 “자꾸 울면 바보 온달한테 시집보낸다”는 아버지 평강왕(559~590) 말을 곱씹으며 자라나 진짜로 바보에게 시집을 갔다. 바보와 공주의 사랑, 그리고 고토(故土) 회복을 외치며 칼을 뽑아든 고구려 사내의 웅혼이 깃든 곳, 산성이다.
생수 한 병을 준비해서 그 산성을 올랐다. 산 아래 온달동굴이 있는데, 습기로 인해 곰팡내가 가득하다. 입구에는 지난해 TV 드라마 ‘태왕사신기’와 ‘연개소문’을 촬영했던 세트장이 있다. 제법 잘 만들어서, 아이들과 함께 들러볼만한 곳이다.
나무로 만든 계단을 올라 성 안으로 들어가니, 이건 거인의 정원이다. 웅장한 석벽으로 푸른 초원을 에워싸고, 거기에 거인 하나가 온갖 꽃들을 심어놓았다. 녹색과 흰색 융단이 담쟁이 덮인 성 안을 가득 메웠다. 군사 요새가 아니라 정성 들여 만든 정원이다. 그것도 아주 멋진 강변 풍경을 가진. 9년 전에 산성에 왔을 때는 키 작고 귀한 하늘나리꽃이 많았었는데, 이 가을에는 몽땅 사라지고 없었다. 필시 꽃을 귀히 여기는 이기주의자들이 뿌리째 훔쳐간 탓이리라.
산을 내려오니, 제법 몸이 고단하다. 자, 숙소를 정하고, 맛집을 찾는다. 단양 특산은 뭐니뭐니해도 마늘이다. 그 맵싸한 마늘로 단양 사람들은 온갖 요리를 개발해 놓았다. 마늘 샐러드, 마늘 무침, 마늘 구이 기타 등등. 그리고 이들을 몽땅 한 상에 내놓는 마늘 정식이 식당마다 다 있다. 버스 터미널 부근이 그 맛집들의 소굴이다. 아래 여행수첩에 몇군데를 적어놓았는데, 일인분은 절대로 팔지 않으니 유념하시라.
밤이 되었다. 고수대교로 산책을 떠난다. 낮에 건넜던 그 다리, 그 팍팍한 다리가 빛의 예술로 변신했다. 오색영롱한 빛이 광채를 수시로 바꾸며 너울너울 춤을 춘다. 어찌 이렇게 화려한 다리를 그냥 차로 건널 수 있으랴. 좁은 인도를 따라 빛 속으로 들어간다. MP3라도 있다면 귀에 꽂고 음악을 곁들여 산보를 한다. 기름값도 오르고, 환율도 팡팡 뛰지만 이 다리만은 조명을 거두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눈을 돌려 오른편 강 건너를 보면 뭔가 희끄무레한 물체가 눈에 들어온다. 양백폭포다. 밤에만 물을 퍼붓는 인공폭포다. 눈부신 조명 속에 세 줄기 폭포가 물을 쏟는다. 뱀 같기도 하고, 용처럼 보이기도 한다. 조명이 없었다면 다리도 폭포도 없는 무덤덤한 도시였을 단양이 그렇게 화려하게 변한다.
단양에 왔는데 고수동굴을 아니 볼 수 없다. 각종 동란 때마다 사람들이 피란을 떠나 숨었던 동굴이다. 고수동굴 여행은 탐험과도 비슷하다. 좁은 길, 너른 길, 수직 길, 호수 기타 등등 그 추운 동굴 속에서 땀이 다 날 정도다. 아이들과 함께 가면 흥미진진한 여행이 될 수 있다.
태장이묘와 선돌은 온달산성 가는 길에 나오는 가대교 건너에 있다. 사지원 마을과 정발1리 마을을 찾으면 된다. 딱히 볼 거리는 없으나, 온달의 전설을 완성하려면 꼭 들러봐야 할 곳이다. 그 길을 죽 이으면 중앙고속도로로 빠지는 대로와 만나게 된다. 초입에서 봤던 채석장이 길 양편으로 들어서 있다. 그렇게 여행을 끝낸다.
또 다른 관광지 영월과 평창이 지척이지만, 욕심은 부리지 마시라. 대한민국은 넓고, 주말은 다음주에 또 온다. 마시무스 �은 여행 내내 말이 없었다. 산성도 하늘이요, 활공장도 하늘이요, 그리고 밤의 몽환이 내내 향수를 불렀다고 했다.
▶ 가는 길:중앙고속도로 북단양IC에서 나와 단양쪽으로 빠진다. 이후에는 지도 자체가 필요없다. 과분할 정도로 이정표가 많다. - 온달산성:이정표 따라 군간교를 건너 우회전. 가기 전에 이미 연개소문 촬영 세트장이 보인다. 입장료 어른 5000원, 어린이 2500원. 그 값을 한다.
- 태장이묘·선돌:가대교를 건너 직진하면 태장이묘가 있는 사지원리가 나온다. 태장이묘는 사지원리 마을 입구에서 4㎞ 정도 들어가면 길 옆에 보인다. 선돌은 사지원리에서 2㎞ 정도 가면 왼편에 있다. 구 도로와 신작로로 나뉘는 길이 나오는데, 구 도로로 들어갈 것. 고추밭 너머 산등성이에 있다.
▶ 먹을 곳:터미널 부근에 있는 온누리회관 추천. 마늘보쌈밥을 비롯해 여러가지 마늘 요리를 낸다. 친절하다. 1인분 1만 원. (043)423-3311. 터미널 건너편 고수대교 앞에 올갱이해장국을 파는 식당이 몇군데 있다. 남한강에서 잡은 올갱이에 된장을 풀고 시금치를 넣어 찌개를 만든다. 6000원. 어디든 맛은 비슷하다.
▶ 묵을 곳: 1.읍내를 원한다면 터미널 옆 강변에 있는 호텔 럭셔리 강추. 단양 사람에겐 미안하지만, “도저히 단양이라고 믿을 수 없는” 깨끗하고 예쁜 부티크 호텔이다. 영화, 드라마 촬영을 나온 연예인들이 단골로 묵는 호텔. 일반실 1박 5만5000원. 주말에는 뛴다. (043)421-9911, www.hotel-luxury.co.kr 2.한적하고 은밀한 여행? 앞서 말한 드림 마운틴 강추. 산꼭대기의 은밀한 숙소다. 주중 6만원부터. 011-481-8324, www.dreammount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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