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gust 의 軍史世界
굴욕의 고개 [ 5 ]
우리는 미군이다
북한군 선두가 죽미령 1.8km 까지 접근하자 수청리에 방열하여 있던 105mm 포대가 일제히 포격을 가하면서 한반도에서 미군과 북한 사이의 최초 교전이 일어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포탄들의 정확한 타격에도 불구하고 북한군 선두의 전차는 전진을 계속하였습니다. 미개하다고 생각한 북한군의 탱크는 당시 미군의 주력이던 M-4 전차를 훨씬 능가하는 소련제 T-34 Type 85 였습니다.
[ 북한의 T-34는 당대 최고의 전차였습니다 ]
제2차 대전 말기 당시 미군의 전차는 독일과 비교하여 대부분 상대가 되지 않았지만, 반면 소련의 T-34는 Tiger 전차 정도에나 열세였지 여타 독일의 전차들을 충분히 압도하였습니다. 즉, 독소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던 명품으로 현재의 전문가들도 당대 최고로 손꼽는데 주저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제2차 대전 때 같은 연합국이었던 미군이 이 전차와 전장에서 맞붙어 본 적은 없었습니다.
[ 하지만 미군은 T-34 와 상대해 본 경험은 없었고 그 만큼 성능을 몰랐습니다 ]
포대의 집중사격으로 인한 뿌연 포연을 뚫고 북한의 전차들이 돌진하여 들어오기 시작하는데 아직도 미군 병사들은 T-34 의 진정한 무서움을 깨닫지 못하였습니다. 전차가 보병진지 전방 600m 부근까지 다가왔을 때 자신만만하게 75mm 무반동총으로 전차를 공격하였으나 적 전차는 가볍게 포탄을 튕겨내고 주포와 기관총을 난사하며 죽미령으로 기어오르기 시작하였습니다.
[ 75mm 무반동포의 공격이 있었지만 T-34는 가볍게 튕겨내고 전진을 계속합니다 ]
전차가 보병진지 10m 바로 앞까지 거침없이 도달하자 대전차전 노하우가 있어 그래도 국군에 비해 상대적으로 전차에 대한 공포감이 덜하였던 미군 2.36 " 로켓포 사수들이 용감하게 앞으로 나가서 전차 궤도 및 후미의 취약부분을 가격하였으나 이 역시 계란으로 바위치기였을 뿐 이었습니다. 국군이 38선을 돌파한 적 전차부대와 처음 교전 하였을 때 당하였던 T-34 의 공포를 미군도 서서히 느끼게 되었습니다.
[ 지근거리에서 2.36 " 로켓포의 공격이 있었으나 역부족 이었습니다 ]
하지만 이때까지도 미군의 오만함은 극치를 달리고 있었습니다. 전사에 나와 있는 한 대목 입니다. 북한군 전차가 진지를 돌파하면서 미군들을 무시하듯 통과 하자 미군 중사가 외쳤다. " 야 이놈들아 ! 우리는 한국군이 아니다. 우리는 미군이다 ! " 그들은 자신들이 미군인 것을 모르는 북한군이 건방지게 공격을 계속 하고 있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 북한 전차가 진지를 간단히 돌파하였음에도 미군은 아직도 뭔가 착각하고 있었습니다 ]
선두 T-34 전차가 보병진지를 지나 죽미령 정상에 도달하자 미리 조준하고 있던 105mm 5번포의 직사사정권내 들어오게 되었고 5번 포가 대전차고폭탄 공격을 가하여 처음으로 선두전차 2대의 궤도를 끓어 기동을 저지하는데 성공하였습니다. 하지만 후속하던 6대의 적 전차는 기동이 저지된 전차들을 길옆으로 밀어내고 모두 죽미령을 통과하여 후방 수청리에 방열하였던 포대 쪽으로 급속 돌파하여 내려갑니다.
[ 선두 전차가 기동력을 상실했지만 후속전차의 진격은 계속 됩니다 ]
고개의 보병들과 전진 배치된 5번 포가 적전차를 격멸하였을 것으로 믿고 유유자적 하면서 상황판단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던 수청리에 방열하고 있던 포병들은 적 전차가 포진지 전방에 갑자기 출현하자 혼비백산하였습니다.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이란 진지를 이탈하여 도망가는 것이었는데 이렇게 빨리 적의 전차가 눈앞에 나타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하였던 것입니다.
[ 미군은 뒤늦게 뭔가 잘못되고 있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
다만 불행 중 다행이었는지 적 전차부대가 포진지를 정확히 발견하지 못하고 모두 오산을 향하여 진지를 지나쳐 속도를 더해 급속히 내려가기 시작하였고 이틈을 타서 겨우 부대를 재정비 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간신히 수습된 부대원들은 이미 공포에 떨기 시작하고 있었습니다. 드디어 그들은 지금까지의 자만감만으로 이길 수 있는 전투가 아니라는 느낌을 받기 시작하였던 것입니다. ( 계속 ) [ august 의 軍史世界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