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여행지로 인기인 환선굴 입구에서 10분만 더 걸어 올라가면 모노레일 승강장 겸 동굴 안내소인 ‘대금굴 관광센터’가 나온다. 센터까지 가는 길엔 짙은 고동색 데크(deck)가 270m 정도 이어져 있어 가볍게 산길을 트레킹하는 기분이 든다. 오른쪽으로는 물 맑은 계곡이 즐겁게 흐르고 정면에는 태백산맥 주능선(主楞線)의 일부인 덕항산의 울룩불룩하고 짙은 초록이 웅장하게 솟아있다. 커다랗고 강한 ‘무엇’이 훑고 지나간 듯 군데군데 거칠게 패인, 높은 산의 정직한 모습이다. 한발 내디딜 때마다 눈에 띄게 맑아지는 공기와 울창한 전나무 숲이 동굴 관람을 준비하는 전채 요리처럼 상큼하다. 동굴까지 7분, 이색체험 모노레일 백두대간의 허리 부분에 해당하는 강원도 삼척시 신기면 대이리 일대는 동굴의 고장이다. 남한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복잡한 환선굴을 비롯해 관음굴·사다리바위바람굴·양터목세굴·덕밭세굴·큰잿굴 등 석회동굴이 곳곳에서 ‘지하 궁전’의 신비와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다. ■탐사 7년 만에 ‘세상 밖으로’ 환선굴 매표소에서 환선굴 방향으로 약 50m쯤 올라가면 왼쪽에서 거대한 물줄기가 환선굴에서 내려오는 계곡과 합류하는데 수량이 어림잡아도 환선굴에서 흘러드는 물의 두 배는 넘어 보인다. 그래서 이름도 물골이다. 계곡을 따라 올라가면 아이러니하게도 물은 딱 한 곳에서 쏟아진다. 그 출발점이 대금굴이다. 거리도 매표소에서 1㎞가 채 되지 않는다. 굴이 개발되지 않은 4~5년 전까지만 해도 ‘굴이 있을 것’이란 예상만 있었을 뿐 규모나 성격 등은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 가파른 절벽에서 엄청난 양의 물이 쏟아질 뿐 다른 입구는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절벽의 구멍에서 쏟아지는 물의 양이 웬만한 폭포를 연상시킬 만큼 많았다.” 안준일 삼척시 계장(동굴 기획 담당)의 설명이다.
매표소에서 약 5분 정도 산책로를 따라가면 2층 목조 건물인 대금굴관광센터를 만난다. 삼척시는 관광센터에서 동굴까지 610m 길이의 모노레일을 설치했다. 42인승의 모노레일은 관광객들을 동굴 입구를 지나 지하 광장까지 안내할 예정이다. ■훼손되지 않은 유일한 동굴 석회 동굴의 출발점인 지하 광장은 넉넉한 넓이를 갖추고 있다. 관광객을 위해 삼척시가 확보한 공간으로 개방 이후 운영할 모노레일 종점이기도 하다. 동굴 관람로의 길이는 약 1225m. 통로의 90% 이상을 인공 구조물로 조성. 관람객이 땅을 밟지 않아도 동굴을 관람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개발과 관람 등에서 발생할 동굴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통로는 모두 계곡 위에 설치됐다. 발 아래 물이 흐르고 있는 셈이다. “동굴은 발견 당시 모습이다. 달라진 점이라면 철제 구조물과 조명이 설치됐다는 것뿐이다. 이 때문에 공사비가 예상보다 많이 들었고. 기간도 길어졌다.” 안 계장의 설명이다.
계단을 오르기 시작하면 5m 높이의 비룡폭포가 마중한다. 엄청난 소리에 옆 사람과의 대화도 어려울 지경이다. 폭포수는 5억 4000만년 동안 동굴 내부의 ‘조경’을 마치고 세상 밖으로 나서는 것이다. 조금 더 안으로 들어가면 약 2m 높이의 종유석이 황금빛으로 빛나고 있다. 천장에서 아래로 축축 늘어진 종유석은 마치 커튼을 드리운 듯하다. 대금굴의 백미는 그 뒤쪽에 있다. 계단을 오르면 넓은 지하 광장이 나타나는데. 그 한가운데에 석순이 천장을 향해 솟아 있다. 5m는 충분히 돼 보이는 석순은 마치 가느다란 나무를 꽂아 놓은 듯 막대 모양을 하고 있다. 국내에서 보기 드문 석순이라는 것이 안 계장의 설명이다. 동굴의 끝에는 커다란 호수가 있다. 깊이만도 10m를 헤아릴 정도다. 호수는 막다른 동굴벽 아래에서 흘러나온다. 안 계장은 “호수 밑으로 약 20m 들어가면 동굴이 다시 이어진다. 개발된 동굴은 전체에 비해 30%에 불과하다”라고 설명했다. 대금굴 관람 소요 시간은 약 1시간 30분. 다른 입구가 없어 모노레일이 유일한 관람 수단이다. 삼척시는 관람 요금을 1만 2000원으로 책정했다. 입장권을 구입하면 환선굴도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삼척시 동굴관리기획단(033-570-3847). ‘황금빛 종유석’ 커튼을 드리운 듯… ‘백옥의 석순’ 지상으로 치솟을 듯… [문화일보 박경일기자] 강원도 삼척의 대금굴。 동굴 내부의 커튼형 종유석이 진한 황금색을 띤다고 해서 대금(大金) 이란 이름이 붙었다. 오는 5월 말 관광객들에게 공개할 그 동굴을 미리 찾아봤습니다。 부드럽게 경사면을 오르는 모노레일을 타고 동굴 내부의 광장에서 내려 1225m의 구간을 하나씩 짚어가며 샅샅이 훑었습니다. 콰르릉거리는 동굴폭포의 물길을 따라 늘어진 커튼형 종유석이며, 수억년의 시간이 만들어 놓은 석순, 석주, 종유관, 휴석, 곡석 등이 손을 뻗으면 닿을 위치에서 촉촉히 젖은 채 숨을 쉬고 있었습니다. 전국에 수많은 동굴이 있지만, 대금굴이야말로 일반인들이 당대에 만날 수 있는 최고의 동굴 이지 싶었습니다. 삼척시에만 무려 56개의 동굴이 있지만, 내부 훼손을 우려해 문을 열지 않고 있는 데다, 앞으로도 절대 문을 열지 않을 것이 확실하기 때문입니다, 삼척시에서는 동굴보호를 위해 하루 관람인원을 700명선으로 제한할 예정입니다. 철저하게 예약제를 실시하고, 40명 단위로 팀을 구성해 안내원과 함께 동굴출입을 시키겠다고 했습니다. 관람인원수 제한도 중요하겠지만, 한두 사람의 무신경한 행동만으로도 동굴은 치명상을 입을 수 있습니다. 태백산맥 주능선의 협곡을 따라 동굴로 가는 길 계곡의 물은 대부분 환선굴로 가는 길 왼쪽의 물골에서 쏟아져 내려온다. 예부터 아무리 가물어도 물이 마른 적이 없다는데, 이 물골의 상류에 새로 공개되는 대금굴이 있다. 물골의 가파른 절벽 자갈들 틈 사이로 폭포수같은 물이 쏟아져 내려오는 것을 보고, 지난 2000년 ‘동굴이 있을 것’이란 추측으로 삼척시에서 탐사를 시작했다. 3년여 동안 자갈과 바위 틈새를 들춰내며 150m쯤 물길을 찾아들어가, 다시 18m의 수직동굴로 하강, 좁은 틈새를 비집고 70m를 들어가는 악전고투의 탐사 끝에 2003년 동굴을 발견했다. 이렇게 3년여 동안 발굴된 대금굴은 또다시 4년여 동안의 모노레일 설치와 동굴내부 관람로 설치 등의 공사를 거쳐 오는 5월말쯤 일반공개를 앞두고 있다. 삼척시가 대금굴 개발에 들인 돈만 170억원. 관람객의 숫자를 제한하는 탓에 향후 19년이 돼야 겨우 투자비의 원금을 뽑을 것으로 예상된다. 동굴 자체의 관람요금으로는 ‘남는 장사’가 아니지만, 관광객들을 불러들이면서 지역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다는 기대로 개발이 이뤄졌다.
너와지붕을 얹은 대금굴 관광센터에서 출발한 42인승 모노레일은 부드럽게 레일 위를 달렸다. 최고속도는 분속 120m라는데, 조금도 흔들림이 없었다. 객실의 차창이 커서 덕항산 자락의 풍경이 시원하게 조망된다. 왼쪽 차창 아래로는 물골에서 내려오는 물줄기가 폭포를 이루고 있다. 가파른 언덕길을 500여m쯤 달리면 입을 떡 벌린 동굴의 입구. 동굴의 레일 아래로 콸콸대며 흘러가는 물줄기가 빠르다. 모노레일이 동굴 입구를 들어서 170m쯤 더 달리면 종점인 동굴광장이다. 80여평쯤 될까. 이곳 광장에서부터 1225m의 철제 관람로를 따라서 본격적인 동굴관광이 시작된다. 동굴 속에서 눈이 어둠과 희미한 발광다이오드(LED)불빛에 익숙해질 즈음, 가장 먼저 만나는 것이 웅장한 소리를 내며 쏟아지는 5m높이의 지하 비룡폭포다. 땅속에 어찌 이렇게 큰 물줄기가 쏟아지는 것일까. 관람로는 폭포를 만드는 물길을 따라 구불구불 이어져 있다. 관람로에는 종유석과 석순, 석주, 곡석을 비롯한 동굴 생성물들이 가득 펼쳐져 있다. 종유석과 석순에서는 수억년 전과 마찬가지로 촉촉하게 젖은 채 똑똑 소리를 내며 물이 떨어지고 있다. 특히 순백색의 종유석을 타고 물이 흘러내리는 모습을 보면, 이 동굴이 진정 살아숨쉬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중력의 법칙을 거부하고 동굴 벽면에 평행방향으로 자라난 곡석도, 국내에서는 보기 드물다는 커튼형 종유석들도 눈길을 잡는다. 특히 커튼형 종유석은 노란 금빛인데다 군데군데 반짝이가 박혀 있는 듯 빛나, 굴이름이 ‘대금(大金)’으로 붙여졌다는 설명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 천변만화… 기이하고 환상적인 굴 속의 풍경 동굴관람로를 따라 한편으로는 기이하고, 또 한편으로는 황홀한 풍경들이 이어진다. 특히 높이가 3.5m에 달하는 직경 3~4㎝의 막대형 종유석은 금시 똑 부러질 것 같이 위태롭게 서 있어 감탄을 자아낸다. 물이 떨어지는 석순과 거의 맞붙을 것처럼 가까워 곧 기둥인 석주가 될 것같다. 하지만 종유석을 만들어낸 세월이 4억5000만년이라니, 석주가 되려면 앞으로도 수천만년이 흘러야 하리라. 이 곁에는 ‘에밀레종’이라고 이름 붙인 종 모양의 대형 종유석이 있다. 기기묘묘한 동굴 생성물은 하나하나 이름을 붙여주고 싶을 정도지만, 동굴관리소측은 에밀레종 외에는 이름을 붙이지 않았다. 관람객들이 상상력으로 직접 이름을 붙이게 한다는 뜻이다. 관람로에는 또 수심 9m에 달한다는 호수가 있다. 어찌나 물이 맑은지 거짓말 하나 보태지 않고, 흐린 조명 속에서도 물 속이 마치 거울처럼 들여다보인다. 물밑 바닥의 돌까지 손에 잡힐 듯 선명하다. 수심 9m 아래 바닥에 10원짜리 동전이라도 떨어진다면, 금세 찾아낼 수 있을 정도다. 관람로는 호수 쯤에서 끝난다. 맑은 호수 밑으로 20m쯤 들어가면 동굴이 다시 이어진다는데, 자칫 훼손될 위험이 있는데다 현재 기술로는 개발이 불가능하다고 한다. 대금굴이 어디까지 이어져 있는지, 동굴의 끝에는 무엇이 있을지 아무도 모른다. 다만 지금 개방되는 대금굴의 관람로가 전체 동굴의 30% 정도에 불과할 것이란 예측만 할 뿐이다. 대금굴의 나머지 70%는 앞으로도 수억년의 세월 동안 사람들의 발길을 거부한 채, 자연 그대로의 모습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 훼손없이 공개되는 당대 최고의 동굴 대금굴은 전혀 훼손되지 않은 채 공개되는 유일한 동굴이다. 탐사부터 굴착을 통한 개발까지 삼척시가 전담한 덕에 탐사과정 외에는 훼손될 여지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손을 뻗으면 닿을 곳에 동굴생성물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문제는 앞으로 공개된 이후 훼손을 막는 방안. 대금굴관리소측은 본격 공개 이전까지 한달여 동안에 보호시설을 추가로 설치할 예정이지만, 완벽하게 보호하기란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동굴을 소중히 여기는 관람객들의 마음이 없이는, 대금굴은 금세 생명력을 잃게 될 것이 분명하다. 대금굴 입장료는 모노레일 이용료와 인근 환선굴 관람료 등을 포함해 1만2000원으로 책정됐다. 대금굴 관람소요시간은 약 1시간30분. 4인가족 관람시 5만원대에 달하는 입장료가 지나치게 비싸다는 지적도 있지만, 대금굴을 한번이라도 둘러본 사람들은 대부분 ‘비싼 값은 아니다’라고 입을 모은다. ‘돈 값을 할 만큼’ 비경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금굴이 수억년의 세월을 건너와 비밀스러운 문을 열어 보여주는 것은 이색적인 경치뿐만은 아니다. 자연과 시간에 대한 외경, 혹은 찰나와 같은 삶과 존재의 하찮음에 대한 깨달음. 대금굴의 비경 뒤에는 이런 속살들이 있다. 다소 거창해보이긴 하지만, 누군들 대금굴에 들어서면 이런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있을까. 대금굴의 신비한 풍광을 훼손하지 말아야 하는 것도, 단지 종유석이나 석순 때문이 아니라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리라. [삼척 = 글·사진 박경일기자] 매표소를 지나자마자 왼편으로 계곡을 넘는 박쥐모양의 목재다리가 서있다. 이 다리를 건너 나무데크 길을 따라 낙엽송길을 올라가면 대금굴 관광센터 건물이 나온다. 이 건물에서 대금굴 광장으로 이어지는 모노레일이 출발한다. 대금굴은 하루 출입인원을 철저히 제한할 예정. 42인승 모노레일에 맞춰 40명 단위로 팀을 구성한 뒤, 동굴에서는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3팀이 움직이게 된다. 하루 최고 관람인원은 720명 안팎이다. 영동고속국도를 이용해 강릉까지 간 다음 동해고속도로로 갈아타고 동해시까지 간다. 이후 7번 국도를 타고 삼척 방향으로 가다가 태백으로 이어지는 38번 국도 방향으로 우회전해 약 20㎞쯤 가면 신기에 이른다. 여기서 우회전. 7㎞쯤 더 가면 환선굴 매표소에 닿는다. 매표소에서 약 20m쯤 올라가면 왼쪽 계곡을 건너는 다리가 나오는데. 이 다리를 건너 약 5분쯤 더 오르면 대금굴관광센터 건물이 나타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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