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Faith - Hymn

콩을 심고서...

鶴山 徐 仁 2007. 6. 7. 11:39
 
   
   
  서정후님께 드립니다.
     
콩을 심고서...

오늘 아차산 기슭의 묵은 밭을 개간하여 이랑을 만들고 콩을 심었다. ‘청자 3호’란 이름의 검정콩이다. 이랑을 따라 먼저 호미로 파고는 콩 씨앗 4개씩을 넣고는 다시 흙을 덮는다. 한 번에 4개씩의 씨앗을 심는 것은 어린 시절 어른들로부터 들은 말이 생각나서다. “콩을 심을 때는 한번에 4알씩을 넣을지니 한 알은 땅을 위한 몫이고 한 알은 새를 위한 몫이니라. 그리고 한 알은 나를 위한 몫이고 마지막 한 알은 예비로 넣는 것이니”라고 마을 어른들이 일러 주곤 하였다.

내가 한가로운 사람이 아님에도 굳이 밭을 개간하여 채소를 가꾸고 콩을 심어 기르는 연유는 그 수확이 이익이 남기 때문이어서가 아니다. 나 자신의 마음과 몸을 다스리기 위해서다. 좀 크게 표현하자면 개신교 목회자들의 바람직한 영성(靈性, Spirituality)를 생각해서다. 내 판단으로는 오늘의 한국 개신교가 직면한 바람직스럽지 못한 문제들 중의 하나가 개신교 지도자들인 목회자들이 올바른 영성을 길러 나갈 겨를이 없다는 점이다.

불교의 스님들은 참선수행을 하고, 가톨릭의 신부님들은 독신제도를 지키면서 나름대로의 극기수련(克己修練)을 쌓고 있지만 우리 개신교 목회자들은 가족을 거느리고 교인들과 일상적으로 접촉하며 지나치게 바쁜 일과를 보내게 되면서 자신의 올바른 영성을 위한 경건의 훈련이나 영성수련의 기회가 부족한 점을 느끼고 있다. 그래서 나는 몸과 마음을 다스리고 나 나름대로의 영성을 닦는 수단으로 육체노동을 실행한다. 그래서 삽을 들고 묵은 밭을 개간하여 씨앗을 심고 낫으로 풀을 베며 호미로 김매기를 한다. 한 참을 일에 몰두하노라면 땀이 흘러 눈을 뜰 수가 없을 지경이 된다. 그렇게 노동을 하는 시간을 나는 즐긴다. 그러는 과정에 좋은 생각을 하며 몸과 마음을 가다듬는다.

나는 나 스스로를 포함한 개신교 목회자들의 삶의 자리가 세속과 너무나 가까이 있음을 느낀다. 세상에서 살지라도 세상과는 좀 더 초월하여 살아 갈 수 있는 삶의 자세가 대단히 소중함을 거듭 느낀다. 나는 오늘도 콩 심기에 여러 시간을 보냈다. 그래서 잠자리에 들기 전인 이 시간 몸은 노곤하여 가라앉지만 마음만은 상쾌하기가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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