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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단계는 훑어보기(Survey)입니다. 책을 읽기 위해 윤곽을 잡는 과정입니다. 이 때는 제목과 차례, 도표, 사진, 그래프 등을 살펴보고 도입부와 결론부를 읽습니다. 요즘은 각 장의 끝에 요약을 제공하는 책들도 많습니다. 요약이 있는 경우에는 훑어보기에서 요약부분도 읽어봅니다. 훑어보기는 대충 읽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나무와 숲을 동시에 보는 것을 함께 해야 하는 독서라는 작업에서 숲을 보는 작업을 먼저 하는 것입니다. 숲을 보는 일이 글 이해에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다음 글을 보면서 체험해 보기 바랍니다.
신문지가 잡지보다는 더 좋다. 길거리보다는 해변이나 들판이 더 낫다… 어린아이라 할지라도 이것을 즐길 수 있다. 일단 성공하면 별다른 어려움이 없다… 돌이나 나무에 고정시킬 수 있다. 만약, 어떤 것이 떨어져 나가면 두 번 다시는 할 수 없다.
무엇에 관해서 쓴 글인지 이해가 되시나요? 단어 하나하나를 이해하는 데는 별 어려움이 없지만 암기나 이해는 잘 되지 않을 겁니다. 그러면 이번에는 ‘연날리기’라는 제목 하에서 읽어보십시오. 아하! 무슨 이야기인지 금방 알 수 있으며 동시에 기억의 양도 많아질 겁니다.
두 번째 단계는 질문하기(Question)입니다. 비판적 책읽기의 첫 단계이며 사고능력 향상에 큰 비중을 둔 단계입니다. 제목을 보고 어떤 느낌이나 생각이 드는가라는 단순 질문에서부터 보유지식을 동원한 어려운 질문까지 어떤 종류의 질문이라도 관계없습니다. 인간의 인지상태는 항상 평형성을 유지하려는 경향성이 있습니다. 평형성은 어떤 지식구조에서 모르는 것이 없는 상태이며 의문점이 생기면 불균형 상태가 됩니다. 불균형 상태가 되면 우리는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지식과 외부에서 얻을 수 있는 모든 정보를 동원해 불균형 상태를 해결하려고 의식적·무의식적으로, 의도적·비의도적으로 노력하며, 그 과정 중에 지식의 구조화와 명료화가 이루어집니다. 똑똑하지 못한 상태에서 현명한 상태로 변환되는 것이지요.
다음 단계는 읽기(Read)입니다. 세 개의 R 가운데 첫째 R입니다. 해당 책을 선택한 목적을 염두에 둔 채로 핵심어와 기능어를 찾아가며 읽습니다. 동시에 질문하기 단계에서 나온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며 읽습니다. 해당 책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를 정확하게 활용하기 위해 이탤릭체나 굵은 글씨, 색이 있는 글씨 등에 더욱 더 주의를 두고 읽습니다. 저자가 강조하는 개념들이며 책을 통해 습득해야 할 정보일 때 그런 장치를 사용하므로 놓치면 안 됩니다. 특히 그런 장치가 나온 단락은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읽어야 하며 필요하면 여러 번 반복해서 읽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읽기 후의 단계는 암송하기(Recite)입니다. 그냥 입으로 외우는 것으로 오해하는 부모님들이 많은 단계입니다. 단순히 외우는 단계가 아닙니다. 암송 단계에서는 앞 단계에서 얻은 정보를 기초로 하여 책을 보지 않고 자신의 말이나 글로 요약을 하거나 질문하기 단계에서 나왔던 질문에 답을 하는 단계입니다. 머릿속에만 있는 지식은 불완전한 경우가 많고 쉽게 기억에서 사라집니다. 머릿속 지식을 어떤 형태로든 표현하게 되면 표현하는 과정 중에 지식의 결정화가 이루어지며(잘 모르는 이야기를 하는 도중에 ‘내가 이렇게 멋있게 말하다니’하며 놀란 경험은 누구나 하는 겁니다.) 기억창고에서 오랫동안 망각되지 않은 상태로 보존됩니다.
마지막 단계는 복습하기(Review)입니다. 암송하면서 만족하지 못했던 부분을 보충하고 이해하지 못한 부분을 재점검하는 과정입니다. 복습하기 과정에서는 앞의 4단계를 반복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입니다.
책읽기 전략을 단계별로 습득하였다면 이번에는 책 읽는 과정을 살펴보겠습니다. 책의 효용성을 극대화하고 싶다면 다음 다섯 과정을 거치면서 읽는 것이 좋습니다. 맨 처음으로는 동일시를 하면서 읽습니다. 문학작품이라면 주인공이나 등장인물과 나를 일치시키며, 문학작품이 아닌 경우에는 나의 경험과 관련시켜가며 읽는 과정입니다.
둘째는 동일시과정을 거치면서 카타르시스를 경험하고 다음 과정으로 이를 글이나 말로 표현합니다. 외적으로 표현하다 보면 다음 과정인 통찰이 옵니다.‘아하!’의 단계가 온다는 말이지요. 마지막 과정으로는 통찰과정을 통하여 얻어진 지식이나 느낌 등을 현실의 삶에 적용해 봅니다.
이외에도 독서는 글의 종류에 따라 어떻게 읽을 것인가가 달라집니다. 어떤 내용이나 대상을 설명한 글, 자신의 주장을 펴서 설득하는 글, 감정을 표현하여 느낌을 주는 글에 따라 읽는 방법이 달라져야 합니다. 설명문에서는 단어의 의미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전후 관계를 연결지으며 읽어야 하며 정확하게 이해했는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논설문이나 광고문에서는 글의 목적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주장에 대한 타당한 근거가 제시되었는지 확인하며 필자의 주장에 대해 비판적으로 검토한 후 수용 여부를 결정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문학작품을 읽을 때는 열린 마음을 가지고 단어를 사전식으로 분석하지 않으려 노력하며 읽어서 다양한 의미를 탐색해야 합니다.
고대의 도서관에는 ‘도서관’ 대신 ‘영혼을 치유하는 곳’이라는 현판이 달려 있었다고 합니다.21세기 지구촌에서 가장 영향력이 강한 부자인 빌 게이츠는 현재의 자신을 키운 것은 어린 시절 살던 동네의 ‘작은 마을 도서관’이라고 했습니다. 영혼을 치유하며 성공을 가져오는 곳인 도서관은 책이 있는 곳입니다. 그러나 책은 책일 뿐입니다. 제대로 정확하게 읽어야만 성공과 치유 효과를 제공하는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