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격스런 출발
경제성장과 더불어 대양해군의 기치를 앞세우고 본격적인 한국형 구축함 제작에 뛰어든 우리나라는 그동안 한국형 호위함과 초계함 사업을 발판으로 삼아 드디어 본격적인 원양작전이 가능한 배수량 3,800 톤급 DD-971 광개토대왕함을 건조하기 시작하여 1996 년 10 월 진수하게 되었습니다.
[ KD 시리즈의 위대한 첫걸음 광개토대왕함 ]
사실 이 정도 규모면 구축함이라기보다는 호위함정도의 크기이지만 광개토대왕함은 우리해군 최초로 개함 방공능력을 갖춘 다목적 전투함으로 보무도 당당히 그 모습을 선보였습니다. 비록 이 정도의 함을 한국 해군이 보유한 것은 이웃 일본이나 중국은 물론 대만과 비교해서도 늦은 행보였지만 우리 스스로의 힘으로 대양작전이 가능한 함을 만들어내었다는데 많은 의의가 있었습니다.
[ KD-1 의 2 번함인 DD-972 을지문덕함 ]
한국과 비슷한 시기에 도입한 기어링 급 구축함을 개수하여 마르고 닳도록 사용한 대만이 최근 이들을 겨우 (?) 퇴역시켰는데 이토록 오래 사용한 이유는 대만이 자력으로 이들을 대체할 만한 신형 구축함의 건조에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에 비한다면 우리해군은 비록 어렵게 국산 전투함 개발에 뛰어 들었지만 제작과정에 쌓인 노하우로 구축함개발에 성공을 한 것이었습니다.
[ 대만해군의 기어링 급 구축함 퇴역식 장면 ( 2006 년 ) ]
KD 시리즈로 명명된 일련의 구축함 취득사업은 1, 2, 3 단계로 계획되어 현재도 진행 중인 군비강화프로젝트인데 2010 년대 초반 완료되면 대양해군 건설을 모토로 지금까지 어려움을 극복하고 노력해 왔던 성과가 빛을 발하게 될 것입니다. 그 중 광개토대왕함으로 대변되는 KD-1 은 그 동안 과연 이룰 수 있을까 하고 막연히 꿈꿔만 오던 국산 구축함 시대를 열은 위대한 발걸음이었습니다.
[ 광개토대왕함은 대양해군으로 도약을 알리는 발걸음이었습니다 ]
이전에 제작하였던 울산 급 호위함의 2 배에 달하는 크기를 가진 KD-1 시리즈는 동급 최강으로 평가될 만한 화력을 장착하였고 애초 총 12 척 조함이 예정되었습니다. 그런데 프로젝트 진행 도중 IMF 시대라고 불리는 사상 초유의 경제위기가 닥치자 3 번함까지의 건조를 끝으로 나머지 건함계획은 취소되었고 곧바로 KD-2 프로젝트가 진행되었습니다.
[ 본격 대양작전용 구축함인 KD-2 이순신함 ]
KD-1 시리즈가 축소된 이유는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환란이라는 외생적 이유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측면도 있었지만 실질적인 본격 대양함대용 구축함이라 할 수 있는 배수량 4,500 톤 급 KD-2 계획을 조기에 실현하려는 정책당국의 자신감 때문이기도 하였습니다. 비록 3 척 뿐이지만 KD-1 의 건조 및 운용경험은 그 이상의 건함도 충분히 자신하였던 것이었습니다.
[ 해외 순방훈련 중인 이순신함과 을지문덕함 ]
사실 KD-1 은 진정한 구축함 시대로 도약하기 위한 준비 및 실험단계였는데 해군은 우리가 이 이상의 전투함도 충분히 건조하여 운용 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린 것입니다. 1980 년대 한국형 초계함 개발도 그랬지만 KD-1 의 조기종료와 KD-2 의 시작처럼, 최선이 아니면 굳이 시간을 낭비하며 기다리지 않고 차선이라도 선택하였던 정책 당국의 판단은 올바른 것이었다고 생각합니다.
[ 항모 CVN-76 레이건과 함께 훈련을 하는 이순신함 ]
아쉽지만 KD-1 프로젝트를 축소한다면 한정된 예산을 전용하여 예정대로 계획된 시기에 KD-2 건조를 실시할 수 있었습니다. 만일 애초 KD-1 계획대로 12 척 취득을 시간이 걸리더라도 강행하였다면 충분한 함을 확보 할 수 있었겠지만 당연히 KD-2 는 물론 대양해군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KD-3 까지 순차적으로 지연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 계속 ) [ august 의 軍史世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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