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國際.經濟 關係

인재에게 외면당하지 않는 나라

鶴山 徐 仁 2007. 3. 15. 19:52
2007년3월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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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에게 외면당하지 않는 나라 

   

얼마 전 한국의 독자로부터 이메일 한 통을 받았다. 구직(求職) 청탁(?) 이메일이었다. 군에서 갓 제대해 명문대에 재학 중인 26세의 김모군이었다. 그는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무궁한 인도에서 자신에게 맞는 일자리를 구할 수 없겠느냐고 물어 왔다. 캐나다 어학연수도 다녀 왔고, 전기공학을 공부해 IT 분야에도 실력이 있다고 자기를 소개했다.

이달 초 인도 북서부인 라자스탄주 출장 때는 샤르마(Sharma·32)란 인도 청년으로부터 구직 청탁을 받았다. 라자스탄의 교육도시 필라니 출신인 그는 외국 기업체에 2년째 다니고 있다. 일자리를 찾아 해외로 나가고 싶은데, 한국에 마땅한 곳이 있느냐는 얘기였다. 컴퓨터공학을 전공해 석사까지 받았고, 영어에도 능통하다고 했다.

한국의 젊은이는 일자리를 구하러 인도로 오겠다고 하고, 인도의 젊은이는 거꾸로 한국으로 일자리를 찾아 나서겠다고 한다. 아이러니다. 하지만 이 속엔 글로벌시대를 읽을 수 있는 코드가 하나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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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업박람회’를 찾는 대학생들

우선 김군이나 샤르마의 경력만 놓고 보면 둘 다 자기 나라에서 직장 구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을 것 같다. 그런데 왜 이들은 서로 다른 나라를 원할까.

샤르마가 한국행(行)을 생각하는 것은 인도의 미래 자체를 비관해서는 아니다. 하지만 당장 인도가 자신과 같은 인력에게 만족할 만한 일자리를 충분히 제공하지 못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뭄바이, 벵갈루루 등 국제화 도시를 제외하곤 아직 경제 성장의 온기(溫氣)가 구석구석 미치지 못하는 것이 인도의 현실이다. 그래서 지방에 사는 샤르마와 같은 인도 젊은이들에겐 해외가 동경의 대상이 되고 있었다.

반면 김군은 인도에 가면 현실은 고달프고 월급도 적어서 경제적으로 어렵게 살 것이란 것 정도는 알고 있다. 그러나 인도에선 미래 비전이 있는 일자리를 찾을 수 있다고 믿는 듯했다. 죽도록 공부해 취직한들 개인의 유효기간이 20년(45세 정년시대)이 안 되는 사회가 돌아보기도 싫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김군과 샤르마의 경우에서 발견되는 핵심은 인재가 일자리를 찾아 국가마저도 선택하는 시대로 가고 있다는 것이다. 영어 실력과 전문 지식만 갖추면 뉴델리든, 모스크바든, 런던이든 어디에서든 일하는 게 불가능하지 않은 시대가 되고 있다.

경제에는 ‘미래 부자’란 개념이 있다고 한다. 당장은 어렵지만 내년엔 무조건 월급이 10%는 오를 것이고 조직이 커지면서 승진 기회가 무궁할 것이라고 믿는 사람과 지금은 잘 살지만 앞으로 월급 상승과 승진 기회가 적을 것으로 기대하는 사람과는 행복지수와 만족도가 비교가 안 된다는 것이다. 일자리를 구할 때도 ‘미래 부자’를 염두에 두고 각자 판단을 할 것이다.

이미 기업으로부터 외면당할 조짐을 보이는 한국이 인재로부터도 외면을 당하기 시작하는 게 아닌지 걱정스러운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글로벌시대인데 속 좁게 꼭 한국에만 인재를 붙잡아 둬야 하느냐고 반문할지 모르겠다. 아무리 글로벌시대지만 인재들이 일자리를 찾아 모국을 떠나는 것을 환영할 순 없다. 각국은 이미 인재 유출을 막고 인재 유치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지 않은가. 인재에게 외면당하지 않는 나라, 이게 또 다른 국가 경쟁력의 척도가 되고 있다.  

 이인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