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일본으로 가는 수출화물이 화물선에 선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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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구조의 고령화는 다양한 경로를 통해서 경제성장률과 산업구조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먼저, 고령화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주로 성장률의 저하로 나타날 것이다. 노인인구가 증가하게 되면 저축률이 감소하고, 일하는 사람 또는 일할 수 있는 사람이 상대적으로 줄어들기 때문이다.
고령사회가 진전되는 경우 흔히 노후를 대비하여 저축을 증대시킬 것이므로 전체 저축이 증가될 것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러나 청년층의 저축률 증가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비중이 높아진 노인층의 저축률이 낮기 때문에 전체의 저축률은 저하되는 현상이 발생한다. 저축률이 낮아지면 미래의 성장잠재력을 키울 수 있는 투자율이 낮아지고 이는 경제성장률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노인인구가 증가하면 정부의 재정상태가 악화되고 이를 보정하기 위해 조세부담률이 상승하게 된다는 점도 경제성장을 둔화시키는 요인이다. 노인인구가 증가하면 의료비지출과 연금지출, 노인보조금 등이 많아지고 이는 정부의 재정 압박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정부는 더욱 많은 세금을 거둘 수밖에 없고 경제 전체의 활력이 감소하여 성장의 둔화가 불가피하다.
실제로 현재의 노인을 분석해 보아도 경제활력이 크게 감소함을 알 수 있다. 한국노동연구원 자료를 이용하여 분석해 보면 2004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상대 빈곤률은 15.3%로 추정되지만, 가구주가 노인가구인 경우 이 비율이 50.4%에 달한다. 노인가구 둘 중의 하나가 빈곤가구라는 이야기이다.
노인인구가 증가하면 소득의 역동성이 떨어진다. 예를 들어 전체 가구를 기준으로 할 때 1998년 빈곤층에 속했던 가구 중 6년 후에도 빈곤층에 남아 있는 가구의 비율은 41.1%로 추정된다. 그런데 노인가구의 경우에는 6년 후에도 빈곤가구로 남아 있는 비율이 69.0%로 추정된다. 전체 가구에서 7년 동안 계속 빈곤층으로 있는 비율은 3.6%에 불과하다. 그러나 노인가구에서는 이 비중이 31.4%에 달한다.
한국은행에 의하면 고령화 요인을 반영했을 때 2006~2010년 사이의 잠재성장률은 4.12%로 추정되며, 2011~2020년에는 평균 3.33%로 추정된다. 이 수준도 고령화가 진전되는 과정 중에서 인적자본에 대한 투자가 제대로 이루어지는 것을 가정한 경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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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인적자본에 대한 투자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면 2006~2010년에는 잠재성장률이 3.04%로 떨어지고, 2010~2020년에는 1.90%로 급감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성장률 1%대의 한국경제는 오늘을 살아가는 누구도 경험하지 못한 성장률이다. 미래소득증가에 대한 확신이 사라지는 경우 경제 전반에 대한 비관이 확산되고, 이는 다시 현재 경제를 침체시키는 악순환의 고리로 떨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본의 잃어버린 10년도 이와 유사하게 설명될 수 있다.
인구구조의 고령화는 산업구조에도 다양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된다. 산업구조의 변화는 최종 수요에 대한 변화로부터 발생할 것이다. 개별 노인의 절대 소비규모는 청년층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작지만, 노인층의 절대수가 많기 때문에 전체 소비에서 노인층이 차지하는 소비의 비중이 커질 것이다. 이에 따라 노인 관련 소비재 용품이나 노인 관련 서비스업에 대한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소비제품 중에서 노인의 특성에 부합되는 소비재산업의 비중이 증대할 것이며, 의료서비스, 각종 케어 서비스, 노인교육서비스, 노인스포츠서비스 등 새로운 서비스산업이 부상할 것이다. 이는 경제 전체적으로 제조업의 상대적 쇠퇴와 서비스업의 비중 증가로 연결될 것이다. 생산현장에서도 노인 노동력이 증대됨에 따라 육체노동을 중심으로 하는 제조업의 쇠퇴가 예상된다.
인구 고령화와 더불어 제조업의 비중이 감소하고 서비스업의 비중이 증대되는 현상은 이미 선진국의 경험에서 나타나고 있다. 1985년과 2002년을 비교할 때 제조업이 경제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일본의 경우에는 7.7%포인트 감소하였고, 독일의 경우에는 7.8%포인트 감소하였으며, 프랑스의 경우에는 5.7%포인트 감소하였다. 2002년 현재 일본, 독일, 프랑스에서 제조업의 비중은 각각 19.7%, 22.4%, 17.5%에 불과하다. 2005년의 경우 한국의 제조업 비중이 28.9%에 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향후 제조업의 비중 하락을 쉽게 예상할 수 있다.
- ▲ 저축률이 낮아지면 투자율이 낮아지고 결국 경제성장률을 떨어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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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인구의 증가와 더불어 실버산업이 새로운 성장동력 산업으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버산업에 대해서는 다양한 정의가 존재하지만 대체로 의료 및 요양서비스, 여가 및 일상생활 관련 그리고 주거 관련 서비스 등으로 정의된다. 고령화 및 미래사회위원회는 2002년에 6.4조원 규모인 실버산업이 2010년에는 30.5조원으로 성장하고, 2020년에는 115.7조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실버사업이 골드사업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강석훈 성신여대 교수·경제학(shkang@sungshin.ac.kr)